전교 1등 학생들에게 공부를 잘하는 비법을 물어보면 항상 똑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고, 공부하는 시간에 집중했다는 게 그들의 비법이었다. 충분한 수면 시간을 갖는 것은 기본이다.

체중을 감량하는 방법을 트레이너들에게 물어보면 트레이너들은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많은 시간 동안 운동을 하는 것보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칼로리를 쏟아내는 것이 더 효율적인 운동이라고 이야기한다. 적절한 휴식은 물론이고 끼니를 거르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고 덧붙인다.

공부와 운동, 분명 다른 분야이지만 효율성에 있어선 비슷한 대답을 들을 수 있다. 잠도 충분히 자고 쉴 땐 쉬어야 한다는 것이 두 대답의 공통점이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스프링캠프가 진행되면서 훈련과 휴식에 대한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최근 몇 년간 효율적인 훈련에 대한 팀들의 지속적인 연구가 이어졌고, 훈련 시간이 확실히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질보다 양'을 추구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변화하는 스프링캠프 트렌드, 답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지만 여러분이라면 어떤 의견을 지지하실 것인가.

훈련중인 로사리오 한화의 많은 훈련량은 소문이 난 지 오래다.

▲ 훈련중인 로사리오 한화의 많은 훈련량은 소문이 난 지 오래다. ⓒ 한화 이글스 페이스북


계속되는 한화의 지옥훈련, 20분의 점심시간은 득일까 실일까

2015년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이후 한화는 두 시즌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매년 스프링캠프에서 '김성근표 지옥훈련'으로 시즌을 열심히 준비했지만 뜻하는대로 좋은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러다보니 지난해 시즌이 끝난 이후 일각에선 사령탑 교체에 대한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올해로 세 번째 시즌이다. 어김없이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선수들의 지옥훈련은 계속되고 있다. 아침부터 시작해 해질녘이 다 되어서야 끝나는 훈련 스케줄은 변함이 없다. 여전히 질보다 양을 추구하는 김성근 감독의 생각이 잘 드러난다.

최근 많은 야구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것은 많은 훈련 시간보다도 점심시간이었다. 훈련 스케줄상 한화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점심시간은 단 20분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선수들이 밥을 먹자마자 곧바로 오후 훈련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직장이나 학교에서도 적어도 50분 이상의 점심시간을 보장하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직장이나 학교가 아니더라도 타 팀에서도 이렇게 점심시간이 적은 팀은 없다.

많은 훈련은 선수들이 기본기를 익히는 데 있어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SK가 그랬다. 정근우, 최정 등 젊은 선수들이 많은 훈련량을 소화하면서 부족한 점을 메워나갔다. 국내 최초의 독립 구단이었던 고양 원더스도 김성근 감독의 훈련 아래에서 프로 팀들의 부름을 받은 선수들이 탄생하곤 했다.

훈련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훈련과 휴식의 조화가 적절히 이뤄져야 하는데, 김성근 감독 체제의 한화는 2015년부터 올해까지 그 균형이 잘 안 맞았다. 매년 하위권에 머물렀던 한화가 중위권 경쟁에 뛰어들었다고 해서 이를 두고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효과가 나타났다고 할 순 없다. 결론적으로 가을야구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어딘가 부족한 면이 있었다는 이야기나 다름이 없다.

넥센 선수단 넥센은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훈련 시간이 굉장히 적은 팀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훈련을 많이 하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케이스이다. 장정석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올해도 마찬가지다.

▲ 넥센 선수단 넥센은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훈련 시간이 굉장히 적은 팀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훈련을 많이 하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케이스이다. 장정석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올해도 마찬가지다. ⓒ 넥센 히어로즈


바뀌는 트렌드, 스프링캠프의 본질적인 의미를 돌아봐야 할 때

넥센은 염경엽 전 감독 시절부터 스프링캠프에서 팀 훈련 시간이 적었다. 해가 아직 다 저물지도 않은 시간에 훈련이 끝나는 것은 일상적이었다. 선수들이 오히려 자발적으로 야간 훈련에 참가하는 등 선수들 개개인의 몸상태에 맞는 스케줄이 짜여질 수 있었다.

장정석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올해도 넥센 선수단의 '자율' 분위기는 그대로다. 오후 4시가 되기도 전에 팀 훈련이 끝난다. 나머지 시간은 선수들의 몫이다. 실질적인 총 훈련 시간은 3시간으로, 한화에 비해 세 배 이상 적다. 매년 그랬던 것처럼 큰 변화가 없는 넥센은 올해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도전한다.

넥센뿐만 아니라 NC, 두산 등 최근 가을야구에 자주 초대되는 팀들의 훈련을 살펴보더라도 양보다 질을 추구하고 있다. 스프링캠프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다. 올핸 예년에 비해 스프링캠프가 보름 정도 늦게 시작했지만 자율적이고 효율적인 훈련 분위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옥 훈련을 실시한다는 것은 그만큼 감독이 선수에 대해 신뢰하지 못한다는 증거이다. 그 선수의 역량을 어떻게든 끌어올려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결국 양을 고집하게 된다. 경기 내용이 좋지 않을 땐 펑고 및 특타 훈련도 빠질 수 없다. 이런 훈련이 나쁘다고 단정지을 순 없으나 선수들의 체력 소모라는 변수를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젠 선수들이 알아서 몸을 만들고, 스프링캠프를 위해 능동적으로 준비하는 분위기다. 선수 생활을 경험한 코칭스태프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양보다 효율성, 변화하는 스프링캠프 트렌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스프링캠프의 본질적인 의미를 깨달아야 할 필요가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야구 KBO리그 훈련양 한화 김성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양식보다는 정갈한 한정식 같은 글을 담아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