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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의 '대연정'이 지닌 의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제가 지지하는 정치인 안희정의 말에 대한 옹호이기도 합니다.... 기자말

안희정의 '대연정'을 둘러싼 날 선 비판

 안희정 충남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 박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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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2일 "국가운영에 있어서 노무현 정부 때 못다 이룬 대연정의 헌법적 가치를 실천할 것"이라며 연립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연립 정부란, 둘 이상의 정당이 연합하여 정부를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소연립정부의 줄임말인 '소연정'은 비슷한 성향을 띤 정당끼리 연합하는 것이고, 대연립정부의 줄임말인 '대연정'은 원내 1, 2당이 연합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대연정은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과 2당인 새누리당의 연합이 된다. 안희정의 '대연정' 발언은 척결의 대상인 친박, 새누리당과 연합할 수 있느냐는 여러 정치인의 비판으로 이어졌다.

이재명 
2일 트위터, "안희정 지사님, 대연정은 아닙니다."

4일 광화문 광장 '촛불강연', "우리 정치권이 새누리당과의 대연정을 얘기한다든지, 그들과의 세력 연합을 얘기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촛불민심을 무시하는, 역사적 소명을 저버리는 행위."

5일 오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 "안 지사는 대연정 제안을 철회하고 다음 주 토요일 광화문 촛불 앞에 나와 국민께 정중히 사과할 것을 요청한다."

문재인
3일 서울 종로 세운상가에서 취재진과의 대화,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에도 개별적으로는 함께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이 몇몇 분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당과 당 차원의 연정은 저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국민의당 논평 (대변인 고연호)
5일 논평, "구질구질한 정치를 하면서까지 권력을 탐하는 안희정 지사에게 충고한다. 차라리 새누리당에 입당해서 더불어민주당에 대연정을 제안하라. 권력을 잡기 위해선 뭐든 할 수 있는 안 지사라면 못할 게 뭐가 있겠는가?"

노무현의 대연정

먼저 한국의 대연정 논의를 살펴보기 위해, 노무현의 대연정을 알아보자. 노무현은 지난 2005년 7월 28일, <당원동지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글을 쓴다. 자신의 연정 제안에 대해 열린우리당 내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직접 연정의 의의에 대해 해명에 나선 것이다.

연정이 성공하면 독재와 타도, 불신과 대결로 점철되어온 우리 정치에 신뢰와 협력, 대화와 타협이라는 새로운 정치가 시작될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 정치가 투쟁의 민주주의 시대에서 관용의 민주주의 시대로 한 단계 성숙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우리는 비타협의 선명성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마음을 열고 연정에 대한 논의를 진지하게 수용해야 할 것입니다. - '당원동지 여러분께 드리는 글' 중

그는 연정을 통해 신뢰와 협력, 대화와 타협이라는 새로운 정치를 시작하려고 했다. 연정은 편 가르기와 '반대를 위한 반대'에 지친 우리 정치에 대한 노무현의 처방이었다.

그는 연정 중에서도 대연정에 주목했다. 지역주의를 없애기 위한 선거제도 개편(한 선거구에 1명만 뽑는 소선거구제에서 2명을 뽑는 대선거구제로의 변화)을 한나라당이 동의해준다면, 국무총리의 임명권을 비롯한 대통령의 권한을 일부 양도하겠다는 제안을 한다. 한 선거구에 2명을 뽑는 대선거구제로의 변화는 한 선거구에서 상반된 정치적 입장을 가진 정당 후보가 당선될 수 있게 한다. 호남에서는 줄곧 민주당 계열과 진보 계열 정당 후보만, 영남지방에서는 보수 계열 정당 후보만 당선되는 지역주의를 없애기 위한 제안이었다.

당시의 비판은 지금 안희정에게 가해지는 그것과 매우 비슷하다. 대선거구제 합의를 대가로 한나라당과 정책을 섞는 것은 열린우리당과 노무현을 선택한 주권자들에 대한 배신이며, 여야 간의 견제를 통해 이루어지는 정당정치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대연정이야말로 청산을 원하는 촛불민심을 배신하는 일이라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논조와 거의 동일하다.

보수 세력과의 타협은 불가피하다

만약 지금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될 경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없다. 당선 다음 날부터 국정운영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여소야대 의회는 개혁에 큰 걸림돌이 된다. 더불어민주당의 121석은 재적의원 전체의 과반인 150명에 턱없이 부족하다. 신속 처리 안건의 지정 요건은 재적의원 수의 5분의 3인 180명의 동의다. 재적의원 300명 중 새누리당 95명, 바른정당 32명을 빼면 173명이 남는다. 180명에 미치지 못하는 수다. 이재명이 말하는 야권연합정권도 173석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이든 이재명이든, 정권을 잡은 후에는 현 시국에 책임이 있는 새누리당이나 바른정당과의 타협을 피할 수 없다.

이재명과 문재인이 당장에는 새누리당이나 바른정당은 타협의 상대가 아닌, 청산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듯한 말과 행동은 시늉일 뿐이다. 지금도 야당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의 개혁입법을 위해 180석의 신속처리안건 지정 가능 의석수를 채우려고 바른정당에 협조를 구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방관자이자 공범자, 현 시국의 최대 책임자인 보수 세력은 타협의 상대가 아니라는 주장과는 동떨어진 현실이다. 연정은 청산 이후에나 이루어져야 한다지만, 그 청산을 위해서도 보수 세력과의 협상과 대화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 나은 정치를 위한 대연정

연정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의결 정족수를 맞추기 위한 수단이 결코 아니다. 연정은 권력 분할을 통한 제왕적 대통령제의 보완으로, 더 나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위한 방법이 되어야 한다.

여야 입장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비상식적 싸움을 어떻게 풀지를 고민해야 한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헌법이 작동하게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정치지도자들이 '내가 힘을 키워서 저놈을 제압하겠다'는 생각만 한다면 민주주의로 가는 길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 책 <안희정의 함께, 혁명> 중

시민들 관심 받는 '광화문구치소' 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참사 1천일, 박근혜 즉각퇴진, 황교안 사퇴, 적폐청산 11차 범국민행동의 날’ 행사가 열리는 가운데, 시민들이 박근혜, 최순실, 황교안, 김기춘, 안종범, 정호성이 갇힌 ‘광화문구치소’ 모형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참사 1천일, 박근혜 즉각퇴진, 황교안 사퇴, 적폐청산 11차 범국민행동의 날’ 행사가 열리는 가운데, 시민들이 박근혜, 최순실, 황교안, 김기춘, 안종범, 정호성이 갇힌 ‘광화문구치소’ 모형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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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과 개혁은 대통령 한 사람이, 또는 한 정당이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야권의 단합으로 만드는 것도 아니다. 촛불 정신을 '청산을 잘해낼 수 있는 대통령'을 만들어 내기 위한 시도쯤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정치인들이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따르는 민주주의의 실현이 촛불의 의의가 아닌가. 탄핵 소추안 가결과 정권교체는 그 시작에 불과한 것이다.

안희정은 새누리당과 연정할 수 있냐는 질문에 '뜻만 함께한다면 할 수 있다'고 답한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새누리당이 가지게 될 권력이 아니라, 안희정이 연정으로 얻고자 하는 '뜻'이다. 청산과 개혁은 새누리당을 왕따시키며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대연정이 보수 세력에게 주어지는 면죄부인 것도 아니다. 연정의 '뜻'에 따라 보수진영이 더 나은 정치를 위해 스스로를 반성하고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책임을 지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반성, 청산은 대연정과 모순되지 않는다.

우리는 끝없이 통합과 타협의 정치, 그리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꿈꾸면서도 보수 세력과의 타협은 배반 행위로 여긴다. 선과 악의 잣대에 자신이 좋아하는 정당과 싫어하는 정당을 대입하고, 후자는 배제하려 한다. 이런 유권자의 가치관은 정치인이 협력하고 대화하기보단, 서로가 서로를 배제하고 헐뜯게 한다. 그러면 적어도 배신자 소리는 안 듣기 때문이다. 싸움의 정치 속에 국가와 민생을 위한 정치가 가능할 리가 없다. 대한민국의 권력은 나와 다른 정당을 지지하고,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로부터도 나온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또, 내 생각이 틀리고 그 사람들의 생각이 옳을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승자독식의 제왕적 대통령제에 문제의식을 느끼자. 패자에게 권력을 주는 것에 반감을 느끼지 말자. 관용이라기보다는 그 또한 패자를 지지한 국민으로부터 나온 권력일 뿐이라 여기자. 진보와 보수, 좌우를 아우르는 통합의 정치는 가능하다. 때로는 부딪히더라도, 국가와 민생을 위한 정치라는 궁극적 목표 아래 대화와 협력은 얼마든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희정의 '대연정'

안희정의 대연정은 청산 이후에야 진행되어야 할 때 이른 논의가 아니다. 보수, 중도, 반문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정치적 계산은 더더욱 아니다. 대권 주자라면 누구나 밝혀야 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위한 자신의 정책적 방법일 뿐이다. 안희정이 '대연정'에 대한 거센 비판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그저 안희정은 철저하게 신념을 추구했을 뿐이다. 지금의 비판 여론은 그가 마땅히 해야 할 행동과 말에 대해 정치적 계산을 배제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다. 그는 현실감각을 잃은 사람이 아니다. '타협은 없다'는 거짓말을 못하는 정치인일 뿐이다.

안희정의 '대연정' 발언은 촛불 민심의 거역일까? 그렇지 않다. 촛불이 얻고자 하는 것은 정권 교체나 보수 세력 청산에서 끝나지 않는다. 촛불은 이 땅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자리 잡고,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발돋움하는 것을 염원한다. 통합과 타협과 대화의 민주주의를 이룩하는 방법으로서의 대연정은 촛불의 염원과도 그 맥락을 함께한다.

그의 '대연정' 제안은 유권자들에게 오히려 반가운 것이다. 진정한 통합과 타협의 리더십을 그에게 기대할 수 있게 한다. 그의 신념과 솔직함은 연정의 구성에 어떤 조건과 뜻을 내 걸지를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타협과 대화의 민주주의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올지를 생각하면 설레기만 한다. 진짜 정치판의 새 판 짜기와 국가 개혁을 이루는 방법은 '더 훌륭한 민주주의'뿐이다. 민주주의자 안희정과 그의 '대연정'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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