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자피겨는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차준환(휘문중)이 매 대회마다 역사를 쓰며 주목 받고 있다. 새별의 선전에 지난 시즌까지 96년생 동갑내기 경쟁을 했던 김진서(한국체대)와 이준형(단국대)은 어느새 조금 뒤로 밀린 듯해 보였다. 그러나 다시 힘을 낸 김진서는 분투를 펼칠며 올 시즌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
 
김진서는 지난 3일 밤(이하 한국시각)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2017 동계유니버시아드 피겨 남자싱글 경기에서 최종 8위에 올랐다. 쇼트프로그램에서 뼈아픈 실수가 있었음에도 프리스케이팅에서 최선의 연기를 보여주며, 총점 220.22점의 비공인 개인기록을 세웠다.

 김진서의 아이스쇼 연기 모습

김진서의 아이스쇼 연기 모습 ⓒ 박영진


김진서는 이번 대회에서 4회전 쿼드러플 토룹 점프를 선보였다. 쇼트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점프였던 트리플악셀 점프를 2회전으로 처리하는 실수를 범해 짙게 아쉬움이 남았었다. 지난 시즌부터 프리스케이팅에서 4회전 점프를 실전에서 도전을 하고 있지만 넘어지거나 1,2회전에 그치는 등 실수가 있었다. 여기에 후반부 점프에서 집중력을 잃고 흐트러지는 모습도 여러차례 보여 난조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의 김진서는 달랐다. 첫 점프였던 쿼드러플 토룹을 과감하게 뛰었다. 비록 착지가 불안해 스텝아웃을 하긴 했지만, 지난 2년여간 매달렸던 이 점프에서 회전을 온전히 채우고 내려오면서 점프 성공률이 상당히 높아졌음을 볼 수 있었다. 이후에도 트리플악셀-더블토룹. 트리플러츠-트리플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도 실수가 없었다. 그동안 실수가 많았던 후반부에서도 트리플악셀 점프에서 손을 짚는 실수 이외엔 모든 점프의 흐름이 좋았다.
 
또한 프리스케이팅 '사랑은 비를 타고' 음악에 맞춰, 중간중간 심판과 관중들을 향해 보여주는 익살스러우면서도 개구진 안무는 카자흐스탄 관중을 뜨거운 호응을 이끌기에 충분했다. 종합선수권을 앞두고 손목 부상을 당해 아직까지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김진서는 올 시즌 연기중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손을 흔들었다. 그 결과는 프리스케이팅과 총점에서 개인 최고 기록이었다. 비록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국제빙상연맹(ISU)의 공식기록으로 인정되는 대회가 아니기에 비공인기록이었지만, 김진서 개인에게 있어선 매우 의미 있는 결과였다.
 
다시 도전하는 올림픽 티켓

김진서는 12살에 피겨에 입문 했다. 그러나 성장 속도는 누구보다 빨랐던 그였다. 5년 전 2012년 종합선수권 대회에서 트리플악셀 점프를 선보이며 눈물의 우승을 차지할 때부터 그는 빠르게 주목 받았다. 입문 4년만에 국가대표가 됐을만큼 성장세는 엄청났다.
 
이후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도 메달을 따내며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12년만의 올림픽 출전을 이루진 못했다. 지난 소치 동계올림픽의 출전권이 걸려있던 2013년 세계선수권에서, 김진서는 쇼트프로그램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해 결국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하지 못하고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김진서는 더욱 강해졌다. 올림픽 직후에 있었던 2014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한국 남자피겨 선수로는 최초로 국제빙상연맹(ISU) 대회에서 200점을 돌파하며 16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후 두 시즌 동안 김진서는 시니어 그랑프리에 출전하며 꾸준히 국제무대에 모습을 드러내며 경험을 쌓아왔다. 4회전 점프를 익히기 위해 일본 등지로 전지훈련을 가면서 열을 올렸지만 쉽지 않았다. 오히려 이 점프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잘 수행해오던 3회전 점프마저 성공률이 크게 흔들렸고 슬럼프가 찾아오기도 했다. 올 시즌엔 그랑프리에 초청받지 못하고 B급 대회에 출전해왔다. 그리고 지난달 국내 종합선수권에서 마침내 실전에선 처음으로 쿼드러플 토룹 점프를 성공해 박수를 받았다.
 
이제 김진서는 4대륙선수권과 동계아시안게임, 그리고 세계선수권까지 강행군을 이어갈 예정이다. 4대륙선수권은 평창 테스트이벤트로 강릉에서 열리기에 하뉴 유즈루(일본)을 비롯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모두 출전한다. 특히 김진서는 3월 세계선수권에서 4년 전처럼 다시 올림픽 티켓을 따내기 위한 경쟁을 할 예정이다. 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아픔을 직접 겪은 그이기에 이번 세계선수권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4년만에 다시 돌아온 그 기회를 잡아야 하기 위해 김진서의 어깨가 다시 무거워지고 있다.
 
한국 남자피겨는 아직 세계 정상과는 거리가 멀다. 이번 동계유니버시아드에 나온 선수 중에도 세계 정상급 선수는 데니스 텐(카자흐스탄)을 제외하고는 조금씩 격차가 있었다. 앞으로 김진서가 도전할 남은 세 개의 대회는 유니버시아드보다 더 강한 선수들이 출전할 것이다.
 
유니버시아드에서 보여준 김진서의 피나는 분투가 남은 대회의 선전, 그리고 16년만의 올림픽 참가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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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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