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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김제동씨
 방송인 김제동씨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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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으로서의 존중, 개인으로서의 존엄,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줘야 연대가 빛을 발한다 생각합니다. 개인으로 인정해주지 않으면 연대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가 밥을 할 때도 쌀알 하나하나가 잘돼야 잘된 밥이거든요."

김제동, 그는 시작부터 달랐다. '연대인사'를 해달라는 부탁에 '연대'의 개념부터 꺼내 들었다.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했고, 고르고 고른 말들을 담백하게 이었다. 시작부터 기성 정치권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인사말로 오마이TV <장윤선·박정호의 팟짱>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했다.

오마이TV 상암동 스튜디오에서 2일 오전 8시부터 진행된 방송인 김제동씨의 인터뷰는 약 2시간 30분 동안 이어졌다. 출근 시간대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시민들이 그의 인터뷰에 공감했다. 왜 그랬을까?

김제동씨는 '말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하지만 그가 가장 먼저 강조한 내용은 듣기의 중요성이었다. 처음 '바람잡이' 역할로 KBS <윤도현의 러브레터> 사전 MC를 맡았다.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방송을 업으로 삼았다. 지금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JTBC <톡투유>를 진행한다. 촛불 정국에서는 전국을 돌며 만민공동회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김제동씨는 자신을 MC가 아닌 '시민 사회자'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그는 '듣는 것이 마이크 잡는 사람의 권한'이라고  규정했다.

"마이크 잡는 직업이라는 것 자체가 원래 마이크 잡는 사람을 위해 생겨난 직업이 아닌 거든요. 저희끼리 이야기 할 거면 마이크가 필요 없어요. 누구를 위해 생겨났느냐는 그 물건의 목표, 지향성입니다. 마이크는 듣는 사람들을 위해 생겨난 거고. 주인은 듣는 사람들입니다." 

"화중… 꽃같은 사람들, 말하는 시민들" 

김제동씨는 '화중(话衆)'이란 말을 꺼냈다. '말을 하는 시민들'이라는 뜻으로, 자신은 보통 '화'자를 말씀화(话)나 꽃화(花)로 쓴다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그는 '재미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시민들이 자신의 재밌는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재미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시민들이 주로 말하는 자신의 방송이 재미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김제동씨의 방송이나 토론회는 유명한 사람들을 데려다 진행하는 기존 스타일을 버렸다. 대신 청중이었던 시민들을 무대의 중심으로 이끌었다. 시민들 개개인이 청중에서 화중으로 변모한 것이다.

"(방송이) 지금까지는 사람들을 모두 청중으로 돌려 세워놨거든요. 중간중간 겨우 사람들에게 질문할 권리를 주고 사람들을 장식품처럼 썼어요. 그러면서 소통한다고 이야기했단 말이죠. 그런데 제가 확신을 가진 건 자기가 하는 재밌는 이야기는 재밌어요. 제 이야기를 한강 씨가 쓴다고 재밌는 게 아니거든요."

김제동씨는 지난해 11월 대구에서 있었던 만민공동회 일화를 소개했다. 폭우가 쏟아진 밤, 주최 측은 '사람들이 너무 없다'며 큰 걱정에 빠졌다. 이가 달달 떨릴 정도로 추운 날씨였다. 그러나 김제동씨는 걱정하지 않았다. 사람의 많고 적음을 떠나 한 명의 시민도 소중히 생각했다.

"비 오는 날, 바닥에 앉아보면 알아요. 그곳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감동적인 일인지…"

물론 대구에서 있었던 만민공동회는 우려와 달리 시작과 동시에 수많은 시민들이 몰렸다. 사람들의 재밌는 이야기가 사람들을 이끈 것이다.

김제동씨는 여기에 한마디 더 보탰다.

"광장으로 시민들을 이끈 것은 역설적이게도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입니다. 그들의 악행이 시민들의 연대감을 이끌었어요." 

"헌법은 한마디로 국민이 슈퍼갑인 계약서"

김제동씨는 지난해 여름 성주에 갔다. 사드 배치 반대 투쟁을 한 성주 군민들 앞에서 대한민국 헌법을 인용해 연설을 했다. 그의 말은 막힘이 없었고, 사드로 인해 외롭고 힘들었던 성주 군민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시민 사회자' 김제동씨가 왜 그렇게 헌법을 열심히 공부하게 됐을까. 그는 헌법을 계약서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2항을 언급했다. 이 조항을 근거로 "헌법은 시민이 갑이라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웠어요. 내가 이 계약서(헌법)를 모르고 살았구나. 집에서 맨날 가난하게 살다가 장판 밑에 꺼냈는데 우리 옛날에 할아버지가 상속을 엄청나게 해놓은 이 헌법을 알았으면 더 떵떵거리며 살았을 텐데 하는 그런 기분이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부끄럽고 안타까웠던 거죠. 이 상속문서를 이제 봤구나."

김제동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헌법을 잘못 알고 배운 사람들이 권력자에게 부역했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법조인들까지 매도당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시민 모두가 (헌법에 대해) 해석권을 갖고 각자의 해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치 집 전세 계약을 하는 것처럼 자신의 이익에 맞게 헌법에 명시된 권리를 알고 지켜야 한다는 의미였다.

"개헌, 시기보다 방향이 더 중요"

김제동씨는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개헌논란'에 대해서도 "시기 보다는 방향이 더 중요하다"면서 헌법 전문을 인용해 설명했다.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함을 꾀하고 밖으로는 인류 공영과 세계 평화에 이바지한다는 헌법 정신에 입각해 개헌의 방향이 결정돼야 합니다. 대선 전후는 중요하지 않아요. 개헌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절차를 먼저 합의해야 하는 것이죠. 국민들 뜻을 어떻게 모을까." 

김제동씨는 특히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이라 언급된 헌법 전문에 주목했다. '국가' 대신 '국민'이 강조된 것이 결국 '헌법 정신'이라면서 개헌도 이에 맞춰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력분점이라는 게 반헌법적 발상이거든요. 권한을 누구에게 나눠줄지만 국민이 결정하도록 강화하면 됩니다. 헌법 66조에 나온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라는 내용 이런 거 삭제하고. 행정부의 수장인 것이죠. 그렇게 하면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는 당연히 줄어들 거 아니에요." 

그는 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서도 말을 보탰다. 지난 12월 9일, 탄핵이 국회에서 가결된 것은 "결국 국민의 요구가 국회와 검찰, 언론을 움직이게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지적이었다.

"탄핵 아니면 다 (촛불로) 불태울 태세였습니다. 결국 (국회의원) 234명이 탄핵을 가결한 거 잖아요. 검찰도 처음부터 '공범'이라 적시할 수 있었을까요? 검찰도 돌아올 다리가 없었던 거잖아요. 지금 언론들 다 돌아섰어요. 왜 그랬을까요? (국민이 촛불로) 언론도 지졌거든요. 언론도 겁이 난겁니다." 

김제동씨는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이유' 역시, "대통령 스스로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 기관을 무력화 시켰기 때문"이라 꼬집었다. 즉, 내란죄라는 것이다.

"대통령은 내란죄가 아니면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돼있지만 우리 형법의 내란죄는 내란은 국토를 참전하거나,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 기관 무력화시킨 것이에요. 그게 내란이죠."

"태극기 집회? 탄핵 반대 집회다"

일각에선 '탄핵 반대 집회가 촛불 집회 보다 더 크게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김제동씨의 생각을 물었다. 그는 규모를 따지기 전에 "탄핵 반대 집회가 태극기 집회라 불리는 현상부터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독립을 위해 애쓴 사람들이 태극기를 메고 우리의 가치를 지켰어요. 그런데 대한민국의 가치를 훼손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을 옹호하기 위해 태극기를 들고 있어요. 이해할 수 없어요."

김제동씨는 '성주'에 대해서도 남다른 애정을 갖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 헌법에는 '자국민들을 보호할 의무가 명시돼 있다'면서 "아스팔트에 나온 시민들이 나라의 주인인데, 앞마당에 무기를 놓으려면 당연히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김제동씨는 스스로 되물었다. '사드가 놓일뻔한 성주에, 사드 대신 남북철도를 연결해 외국인들이 오게 한다면?' 그는 "성주를 평화의 도시로 만드는 것이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했다.

"사드 대신에 성주에 평화열차가 통과할 수 있다면, 성주가 분단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의 상징으로 변할 것입니다. 그러면 세계 시민들이 생각하겠죠. '사드가 배치될뻔한 곳이 평화의 도시로 변모했다.' 평화로 가는 길은 없어요. 평화가 길입니다."

"좋은 나라가 되면…"

'만약 대한민국이 좋은 나라가 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나?'

마지막 질문에 김제동씨는 '좋은 나라'의 의미부터 설명했다. 그가 꿈꾸는 좋은 나라, 한마디로 '판사의 망치와 목수의 망치가 모두 존중받는 사회, 남과 북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나라'였다. 김제동씨는 그런 나라에서 "관광가이드를 해보고 싶다" 말했다.

"언젠가 결혼을 한 뒤 부부싸움을 하면 금강산으로 가출하고,  만약 저와 결혼해 함께 살 사람이 아이를 날 결정을 하면. 아이가 대전이든 광주든 춘천이든 수학여행으로 열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걸쳐서 유럽으로 가고. 저는 택시를 타고 대동강 가서 맥주를 마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 거죠. 한때 여기를 못 넘어왔을 때가 있었구나."

담담한 어조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펼쳐낸 김제동씨는 "올해 노벨평화상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몇 해 더 지나면 성주 군민들이 노벨상을 받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의 바람대로 대한민국이 변한다면,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하루에 한가지씩은 행복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방송인 김제동씨와의 인터뷰 풀버전은 오마이TV <장윤선·박정호의 팟짱>을 통해 볼 수 있다.


태그:#김제동, #박근혜, #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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