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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차기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유력 대선주자와 관련한 책이 연일 사림들의 입에 오르내립니다. <오마이뉴스>는 특별기획 '책에서 만난 대선주자'를 통해 인물에 대해 깊은 정보 뿐만 아니라 새로운 리더상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보려고 합니다. 시민기자로 가입하면 누구나 '책에서 만난 대선주자'를 쓸 수 있습니다. [편집자말]
이 글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40대 여성의 매우 주관적인 감상평이다. 다만 같은 마음이 많았으면 할 뿐이다. - 기자말

'문재인'이라는 사람이 최초로 내 신경을 확 잡아끈 것은 치아에 관한 얘기를 듣고서였다. 노무현 정부 민정수석을 하던 첫 1년 동안 치아를 10개쯤 뽑았단다. 과로 탓이라고 했다. 좀 놀라웠다. 무슨 일에 그토록 열심이었기에 치아가 그 지경이도록 놔뒀을까?

권력이나 챙기고 기득권을 지키는 이기적인 일에 몰두했다면 그런 사태는 벌어지지 않는다. 친일하느라 몸이 망가졌다는 얘기가 없는 것처럼. 그것은 자기를 위한 일이기보다는 대의를 위한 일에 헌신할 때 나타나는 사태다. 대의와 다수를 위한다는 신심과 열정, 책임감과 헌신만이 자기 몸을 잊게 만들 수 있다.

 문재인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
 문재인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
ⓒ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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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이라는 한 권의 책을 읽어나가는 것과 같다. 알아야 이해하고 이해해야 사랑할 수 있다. 책을 읽다가 아니다 싶으면 팽개쳐버리기도 하지만, 읽어나가다가 마음이 가면 페이지 귀퉁이를 접기도 하고 슬쩍슬쩍 줄도 치게 된다.

또 메모도 한다. 그러면서 이윽고 행간에 내 이야기까지 곁들여 읽어나가는 것. 그것은 공동집필과 다름없어 그리하여 한 권의 새로운 책이 탄생한다. 그것이 내가 아는 사랑의 한 단면이다.

<대한민국이 묻는다>도 대선을 의식해 급조한 대담집이겠거니 했다. 그렇게 가벼이 책을 들었는데 초반 50페이지를 넘어가면서 연필을 들고 줄을 치기 시작했다.

이윽고 메모를 하고, 그리고 나중에는 눈물까지 고였다. 대담집을 읽는 중인데 그런 책이었다. 문재인이라는 사람을 신뢰하고 말고를 떠나, 그 이전에 지금 이 땅 국민의 마음을 섬세하게 위로해주는 책. 의외의 일이다.   

이 책은 지난 가을부터 문재인 대표와 소설가 문형렬 씨가 나눈 대화를 담았다. 최근의 얘기들이라 내용이 따끈따끈하고, 국민들이 듣고 싶어하던 얘기들이 가득 담겨 있어 좋다. 그리고 한 사람을 발견하게 되는데 나쁘지 않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꾸밈이나 과장 없이 문재인의 '진정'을 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형렬 작가가 말했다. '목소리와 문장은 감출 수 없다'고. 그렇겠다. 360페이지 분량의 거짓말을 완벽하게 하기란 불가능하겠다. 

[키워드1] 적폐청산

우리 국민이 다음 정권에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가수 이은미가 촛불집회에서 말했듯 우리 국민들은 더럽고 부정한 것들의 '청산'을 원한다. 오랫동안 한국현대사에 누적된 적폐의 청산을 원한다. 문재인은 그 '청산'에 대해 적극적이었다. 그는 개혁도 아니고 '국가 대개조'라는 표현을 썼다. 개조, 고쳐서 새롭게 짓는다는 뜻이다.

'친일청산, 역사교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구체제, 낡은 체제, 낡은 질서, 낡은 정치문화에 대한 대청산이 필요하다. 우리 정치의 주류세력들을 교체해야 한다는 역사적 당위가 있다'는 말들이 계속해서 등장했다. 책 전반에 걸친 그 반복은 문재인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는 이렇게 방점을 찍었다.

- 이제는 정말 기회가 주어지면 제대로 바꿀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듭니다.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그 자신감의 근거는 지난 참여정부 시절 거의 5년간 노무현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국정 전반을 파악하고 국정의 메커니즘을 알게 된 사정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자신감의 더 근본적인 뿌리는 국민이었다. 지난 겨울 촛불집회라는 국민들이 연출한 그 감동의 드라마가 문재인으로 하여금 더없는 자신감을 갖게 한 듯했다. 준비가 된 것이다. 능력이 되고 국민이 부여한 당위가 있으니 '확신'을 갖는 것이다.

하지만 '적폐청산'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알고 있었다. 그러한 대개조, 대청소는 어려운 일이라고, 자신을 향한 갖가지 음해와 공격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잘못된 기득권의 저항을 이겨내려면 '국민의 손을 꼭 붙잡고 함께 가야 한다'고. '그 손을 놓아버리면 절대로 이겨낼 수가 없다'고.

그래, 누적된 적폐의 청산은 일부 정치세력이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돈과 권력, 비리와 혈연 등의 온갖 연결고리로 똘똘 뭉쳐있는 오랜 기득권과 싸우는 일일진대, 열의와 뜻만으로 될 것인가? 구조화된 제도와 빈틈없는 추진력 그리고 그 뒤를 받쳐주는 거대한 힘이 필요할 것이다. 그 거대한 힘은 오직 국민으로부터 나올 수 있다. 탄핵을 이뤄낸 것이 국민이듯, '청산' 또한 우리 국민 모두가 주체로 나서 함께 해야 가능한 일이리라.   

[키워드2] 사람 문재인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 대안학교 강당에서 열린 싱크탱크 국민성장 주최로 열린 ‘4차 산업혁명, 새로운 성장의 활주로’ 토론회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 대안학교 강당에서 열린 싱크탱크 국민성장 주최로 열린 ‘4차 산업혁명, 새로운 성장의 활주로’ 토론회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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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문재인은 나무와도 말을 하는 사람이다. 그는 말했다. 

- 참 이상하게도 나무는 사람을 느끼는 감각이 있는 것 같아요. 말도 알아듣고요. 정말 그런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나무가 좋습니다.

아, 정치인에게서 나무가 말을 알아듣는다는 얘기를 듣게 될 줄이야! 진정 비논리적이지만 공감하는 내용이어서 마음이 갔다. 그는 열매도 맺지 못해 베어질 운명에 처해진 감나무를 대화로써 살린 적이 있다고 했다.

감나무가 실제로 그의 말을 들었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런 공감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토록 소통에 간절한 사람이라면, 믿어도 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우리는 그간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과 공감능력 부족으로 얼마나 자괴감에 시달렸던가? 그녀의 전두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해야 했다.  

그리하여 문재인의 공감능력은 웅숭깊은 리더십의 기초가 되는 듯하다. 그는 세월호 학생들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세월호 학생들은 그 어머니, 아버지만의 자식들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자식'이라고. 더불어 박근혜정부의 행태에 대해 소위 '빡침'이 느껴지는 깊은 분노를 표현했다. '정부의 유가족을 대하는 태도는 정말 야비하고 가혹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보듬기는커녕 그분들을 오히려 적대시했다. 청와대 근처 노천에서 여러 달 장기농성을 했는데, 청와대에서 단 한 사람도 나와 보지 않았다. 경악할 일이다'라고.

또 세월호 유가족 유민아빠의 단식에 정부 당국에서 한 사람도 나서 위로하거나 만류한 일이 없었음을 지적하며 이렇게 전했다. '세상에 그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그건 정부가 아니'라고. 동감하는 바이다. 우리 국민은 지난 천일 넘는 시간 동안 한마음으로 더불어 모두 유가족이었다. 그러니 정부의 그러한 행태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자상을 남긴 것과 다름없다. 그래, 적어도 정부가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키워드3] 유권자의 자세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그런데 지지하지 않는 이들 중 일부의 양상이 좀 특이해 적는다. 즉 매우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있다. '문재인은 그냥 싫어', '무조건 아니야' 식의 반응들. 왜 싫은지 그 이유를 듣고 싶어 재차 물으면 이유를 대지 않거나 대지 못한다.

대중의 정치에 대한 반응은 이성보다 감성이 앞선다고 하지만 좀 유별나다. 추측컨대 이는 오랜 시간에 걸친 일부 종편방송의 '문재인 때리기' 덕분이 아닌가 싶다. 이미지가 호불호를 좌우하는 마당에 반복적으로 문재인을 비난하는 방송을 본게 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식의 반응은 합리적이지 않다. 우리 모두에게 해가 될 것이다. 세상에 '그냥 싫어'라는 말 뒤에 무슨 말을 더 덧붙일 수가 있나. 그것은 대화 자체를 전면적으로 거부한다는 뜻일 뿐이다. 아울러 '그냥 싫어'라는 말은 그 당사자에게 진실로 깊은 상처를 남기는 말이다. 이유도 없이 나를 싫어하는 타인이라니.

사람에게 그보다 더한 벽과 고통이 어디 있는가? 우리는 지도자의 필수 덕목으로 소통능력, 공감능력을 간절히 꼽는다. 그럴진대 우리 스스로 소통을 거부한다면 무엇이 가능할 것인가? 어떤 후보이든 그가 싫다면 왜 싫은지를 논리적으로 고민하고, 그 생각이 잘못된 이해에 기초하지는 않는지 끊임없이 돌이켜야 할 일이다.

세상에 그냥 싫은 사람은 없다. 대권 후보자들에 관한 책을 한 권이라도 읽어보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우리나라를 위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보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예의일지도 모르겠다.

[키워드4] 빈자가 켠 등 하나, 촛불

문재인은 이번 촛불을 보고 '빈자일등(貧者一燈)'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부처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왕과 모든 사람들이 등불을 밝혔는데, 하루 종일 구걸한 돈으로 등불을 걸은 늙은 여인 난타의 등불만 밤이 지나고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았다고. 제자 아난다가 아무리 끄려 해도 꺼지지 않자 부처는 이렇게 말했다.

- 아난다야. 등불을 끄지 마라. 사해의 바닷물을 길어다 붓고 태풍이 몰아친다 해도 저 등불은 끌 수 없다. 저 등불을 바친 이는 자신의 재산과 마음을 진실하게 바쳤기 때문이다. 착한 마음으로 켠 등은 결코 꺼지지 않는다.

지난 석 달 촛불집회를 열심히 다녔다. 촛불집회에서 우리 국민들에게 받은 감동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일생의 위로가 될 듯하다. 또 촛불집회에서 세월호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흘린 눈물도 결코 잊지 못하리라.

국민들은 진정 '착한 마음'으로 지상에 내려온 별처럼 등 하나씩을 켰다. 부처의 말대로, 그 불은 끌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그처럼 국민들의 '착한 마음'을 진정으로 알아봐주는 그런 정치인을 원한다. 마음이 소통할 수 있다면 그 다음에 무엇이 어려울 것인가?

- 저를 믿고 사랑한다는 식의 표현을 해주실 때 정말 행복하고, 동시에 마음이 아파오기도 합니다. 정치인으로서의 행복은 동시에 어떤 슬픔과도 맞닿아 있는가 봅니다.

문재인씨가 이렇게 말하자, 문형렬씨가 되물었다. 어떤 슬픔이냐고. 

- 시민들이 저를 알아보고 제 손을 꼭 잡아쥘 때 손끝으로 전해지는 게 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꼭 알아달라는 그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거든요.

어쩌면 너무나 절실히 희망이 필요한 시기라 나는 스스로를 속여 가며 좋은 것만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들의 간절한 기대와 염원이 오히려 현실을 바꿀 수도 있다는 얘기를 더 믿고 싶다. 우리에게 지금은 희망이 너무나 절실한 시기다.

세월호 인양 될 때 흘릴 눈물이 벌써부터 아픈. 스쳐가는 바람이라도 잡아 우리가 잘못 살아오지 않았다는 다짐을 듣고 싶은 겨울이다. 헬조선을 건너가고 있는 오늘이어서 희망이 너무 간절하여, 그리하여 그 대상이 누군가에겐 '문재인'이고, 다른 누구에겐 다른 이라 해도 어쩔 수 없겠다.


대한민국이 묻는다 - 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

문재인 지음, 문형렬 엮음, 21세기북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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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2017년 그림책 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2019년 성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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