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근혜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인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에서 대통령측 법률대리인인 서석구 변호사가 기도를 하고 있다.
 박근혜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인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에서 대통령측 법률대리인인 서석구 변호사가 기도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인물은 단연 서석구 변호사다.

대통령 대리인단에 속한 서석구 변호사는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가짜뉴스를 이용해 색깔론을 제기했고 입길에 오르내렸다. 그는 또한 박 대통령에게 유리한 증언을 얻기 위해 증인을 윽박지르다가 오히려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가 대통령 대리인단의 'X맨'으로 불리는 이유다. 탄핵 심판이 박 대통령 쪽에 불리하게 돌아간다는 다급함에서 나오는 이러한 돌출 행동은 대통령 쪽을 더욱 궁지로 내몰고 있다. 다음은 자책골을 넣는 서석구 변호사의 활약상이다.

① 가짜뉴스를 이용해 색깔론을 제기하다

지난 5일 대통령 탄핵 심판 2차 변론. 서석구 변호사는 박 대통령 대표 대리인인 이중환 변호사에 이어 탄핵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그는 갑작스럽게 북한 <노동신문> 이야기를 꺼냈다.

"과연 이것(언론보도)이 증거가 될 수 있는가. 북한 <노동신문>은 남조선 언론을 가리켜 정의의 대변자, 진리의 대변자, 시대의 선각자, '정의로운 행동에 나섰다'라고 하고 있고, '김정은 명령에 따라 남조선 인민이 횃불을 들었다'라고 하고 있다. 물론 탄핵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다 이렇게 남조선 언론, 북한 <노동신문>에 동조한다는 취지는 아니다.

그러나 산업화와 민주화의 빛나는 전통을 가진 대한민국 언론이 어떻게 7년 연속 유엔 인권탄압 결의안을 받고 개선 촉구를 받고 있는 북한의 언론에 의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극찬을 받고 있느냐. 이러한 언론 기사가 탄핵 사유로 결정한다면 이거야말로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고 보여진다."

서 변호사는 이중환 변호사와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여러 차례 제지하는데도 20분 가까이 색깔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러한 막무가내 전술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 서 변호사가 언급한 <노동신문> 내용은 '가짜 뉴스'였기 때문이다.

최근 대통령 대리인단은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의혹을 제기한 고영태씨 발언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고씨를 돈 때문에 최씨와 관계를 맺는 꽃뱀으로 몰아갔다. 하지만 서 변호사의 거짓 주장으로, 오히려 대리인단이 타격을 받았다.

이날 변론이 끝난 후, 이중환 대리인은 취재진에게 "(서 변호사의 발언은) 사전에 저하고 상의하지 않았다"면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②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 이끌어내다

최순실씨가 검찰로부터 강압 수사를 받았다고 주장하자,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를 적극 활용했다. 여러 증인들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한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물리치기 위해서였다.

서석구 변호사는 지난 23일 8차 변론에서 차은택씨가 심야조사를 받은 점을 두고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심리적인 협박이나 압박감을 느끼지 않았느냐"라고 물었다.

차씨의 대답은 서 변호사의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이 말씀을 꼭 드려야겠다. 한국에 들어올 때 가족들이 '더 이상 수치스러워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저는 거기에 대한 약속으로 '검찰에서 어떻게든 열심히 조사를 받겠다'라고 했다. 검사님과도 약속했다. '힘들어도 상관 없으니...'"

서 변호사는 황급히 차씨의 대답을 끊었다. 그는 재차 "국내 상황을 잘 모른 채 귀국했는데, 검찰 조사에서 (검찰이 제시한) 언론 기사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충분히 확인할 기회도 없이, 대답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위증을 언급하며 차씨를 압박했다.

차씨는 차분하게 "제가 몰랐던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 모른다고 얘기했고, 기억나는 부분은 정확히 말씀드렸다"면서 "검찰 조사를 처음 받아보니까 처음에 조사 받을 때 2~3일은 굉장히 긴장하고 두려워서 떨었다. 오히려 검사가 강압적으로 말씀 안 해서 나중에는 조금 편안한 자세에서 많은 기억을 떠올리며 조사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박한철 소장이 그에게 "철야 조사에 동의했느냐"고 묻자, 차씨는 "동의했다"라고 답했다. 결국 서 변호사는 대리인단의 강압 수사 주장 작전을 무위로 만드는 데 큰 공헌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법률대리인인 서석구 변호사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박사모 주축으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요구하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참석한 서석구 변호사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법률대리인인 서석구 변호사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박사모 주축으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요구하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③ 박한철 소장 당부를 무시하다

지난 25일 9차 변론에서 대통령 대리인단은 전원 사퇴 의사를 내비쳤다. 박한철 소장이 자신에 이어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 13일까지는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결론을 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대통령 대리인단이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이중환 변호사는 "헌재와 소추위원 쪽 사이에 의사 연락이 전혀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법제사법위원장의 자리가 헌재, 대법원 등을 관할하는 자리"라며 헌법재판관들을 자극했다. 그러면서 전날 권성동 국회 탄핵심판소추위원장(법제사법위원장)이 방송 인터뷰에서 "늦어도 3월 9일까지 선고가 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언급했다. 이어 "공정성에 의심이 된다.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박한철 소장은 "마치 물밑에서 의사소통을 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재판부를 모독한 것"이라고 소리를 높이자, 이중환 변호사는 "죄송하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어 손범규 변호사와 박 소장이 한 차례씩 발언을 주고받으며 냉랭한 분위기가 끝나갈 무렵, 서 변호사가 마이크를 들었다.

서 변호사는 권성동 위원장의 발언을 재차 언급하며 에둘러 헌재를 비판했다. 그는 "소추(국회) 쪽에서 국민을 곡해할 수 있는 발언을 통해 헌재나 탄핵 재판의 권위를 훼손할 위험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박한철 소장은 "법정(심판정) 이외에서의 발언을 양 당사자는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서 변호사는 심판정 바깥에서 의견 표명을 이어나갔다. 지난 26일에는 한 종편에 나와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촛불집회를 폄훼했다. 28일에도 한 보수언론에 "촛불이 아니라 태극기(집회)가 민심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박한철 소장은 31일 헌법재판소를 떠나면서 다시 한 번 대통령 탄핵 심판의 조속한 결론을 강조했다. 서 변호사를 비롯한 대통령 대리인단의 재판 지연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여기에는 서 변호사의 활약이 가장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태그:#서석구 변호사는 X맨이었다, #서석구, #탄핵재판, #박근혜, #헌재
댓글10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