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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식당 수십여 곳이 밀집한 중국 왕징의 '한국성' 입구.
 한국 식당 수십여 곳이 밀집한 중국 왕징의 '한국성' 입구.
ⓒ 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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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우리말을 간판으로 한 한국 식당을 찾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형 마트는 물론 골목마다 자리한 소규모 동네 마트에서도 한국풍(韓國風) 또는 한식(韓式)이라고 적힌 김치, 떡볶이, 김 외에도 무말랭이 무침, 오이 무침 등을 팩으로 포장해 판매하는 곳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K-POP, 아이돌 가수, 유명 한국인 배우가 이끄는 한류 문화와 함께 한국 음식은 중국에서 한류를 이끄는 또 다른 견인차라고 여겨질 정도다.

이 같은 우리 음식을 선호하는 음식 한류 문화를 가장 빠르게 확실하게 포착할 수 있는 곳은 베이징 동북쪽에 자리한 왕징(望京)이 꼽힌다. 왕징은 베이징 내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모여 거주하는 한인 타운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한인 타운이라는 명성답게 이곳에 소재한 대부분의 식당은 한국식 음식을 판매하는 곳이 상당하다. 하지만 베이징 전역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수가 불과 6만 명에 그치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왕징의 한국식 식당의 주요 손님이 한국인일 것이라 여긴다면 큰 오산이다.

한국 식당을 찾아 한국 음식을 즐기는 손님들의 상당수는 중국인이다. 더욱이 최근 이곳의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하며 한국인 거주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식당을 찾는 주요 고객의 비율은 중국인이라는 것이 이 일대 상점 주인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곳에서 6년째 한국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정아무개씨는 "한국인 손님 비율보다 중국인 손님 비율이 더 많다"면서 "한국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이 왕징 일대에 밀집돼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20~30대 젊은 손님과 인근 오피스 지역에서 근무하는 중국인 직장인들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인사동'까지 진출한 한국식당

 베이징 시내에 자리한 한식전문식당 미도파. 한한령에도 중국인들이 이곳을 찾아 한국음식을 즐기고 있다.
 베이징 시내에 자리한 한식전문식당 미도파. 한한령에도 중국인들이 이곳을 찾아 한국음식을 즐기고 있다.
ⓒ 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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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기자가 찾은 1월 26일, 왕징 일대의 '한국성(韓國城)'으로 불리는 한식 전문 식당 수 십여 곳이 밀집한 건물 내부의 식당에서 한식을 즐기는 이들의 상당수는 중국인 고객이었다.

더욱이 최근 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정부 간 갈등이 증폭되는 등 한류 문화의 중국 전파가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국 음식을 찾는 중국인들의 발길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분위기였다.

이날 베이징 시내에 자리한 한식전문식당 '미도파(美都波)'에서 만난 중국인 대학원생 황아무개(24)씨는 사드 문제와 한류 문화 제재 등을 묻는 필자의 질문에 대해 "사드 문제로 인한 정부가 갈등은 양국 정부의 문제일 뿐, 한국 음식을 선호하는 중국의 젊은이들에게 한국 식당은 여전히 매력적인 곳"이라면서 "주 1~2회 정도 한국 식당을 찾는다"고 밝혔다.

덧붙여 "비록 중국 현지 로컬 식당 음식과 비교해 2배 이상 비싼 돈을 지불해야 하지만, 중국 식당에서는 무료로 제공되지 않는 밑반찬이 한국 식당에서는 한 상 차려져 나온다는 점도 매우 매력적이다. 앞으로도 자주 찾을 예정이다"라고 답변했다.

 한국식 커피와 디저트는 '차 문화'가 익숙한 중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식 커피와 디저트는 '차 문화'가 익숙한 중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 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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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분위기는 비단 한인 타운이 자리한 왕징 만의 사정이 아니다. 한국인이 거의 거주하지 않는 베이징 서북쪽의 빠고우(巴沟) 인근에 자리한 커피 전문점 만(漫) 내부에는 중국인 손님으로 가득 차 있다. 세련된 외관과 k-pop 소리, 판매 중인 대부분의 식단이 한국인에게 익숙한 맛의 디저트류이지만, 카페 내부에 가득찬 손님은 중국인 일색이다.

실제로 이곳은 앞서 한국인 사장이 운영하면서 유명세를 얻은 커피 전문점으로, 한국식 디저트와 브런치, 커피, 빙수 등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디저트류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곳이다.

중국에서는 커피 문화보다 차 문화가 익숙하지만, 그럼에도 한국식 디저트를 맛보기 위해 이곳을 찾은 중국의 젊은이들로 발 딛을 틈이 없는 상황이다.

이곳에서 만난 중국인 고객 종아무개(27)씨는 "다른 곳보다 세련된 분위기의 커피숍에서 디저트를 즐기려는 중국 친구들과 함께 찾았다"면서 "한국식 빙수와 와플 등을 맛보기 위해 자주 이곳을 찾고 있으며, 평소에도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가지고 와서 영화를 보는 등 친구들과 함께 찾는 일이 잦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드 문제는 양국 정부가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면서도 "이미 한국 음식 맛에 중독된 젊은이들이 많다"고 호탕한 웃음을 보였다.

이곳 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인사동이라 여겨질 만큼 전통 문화적인 색채가 짙은 거리 '난뤄구샹(南锣鼓巷)'의 먹자골목 내에는 한국의 맛을 그대로 살린 떡볶이 집이 자리 잡고 운영 중이다. 난뤄구샹은 원나라 시기에 조성된 중국의 대표적인 전통거리다. 그런 이곳에 한국식 식당이 지난해 문을 열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상호명에서부터 '오빠(欧巴)'라는 이름의 해당 상점 직원은 지나가는 행인들을 향해 "오빠, 언니 한 번 맛봐요"라고 한국어로 홍보를 한다. 이곳 역시 식당 주인과 주요 고객은 모두 중국인이다.

 중국 간식보다 약 1.5배 비싸지만,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떡볶이.
 중국 간식보다 약 1.5배 비싸지만,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떡볶이.
ⓒ 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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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국의 대표적 간식인 떡볶이를 한 컵 씩 들고 오가는 행인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가격은 한 컵 당 15위안(약 3천 원)이다. 이 일대에서 판매되는 중국식 간식의 가격이 10위안대 미만이라는 점에서 저렴한 가격대가 아니지만,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 불거진 중국 정부와 한국 정부 양국 간의 사드 배치 문제를 둘러싼 갈등과는 달리,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한국 식당과 한국 음식 등은 여전하다.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에서 '한국식당(韩餐厅)'이라는 검색어로 찾을 수 있는 베이징 시내 소재의 한국 음식 판매 전문점의 수만 6백여 곳에 달한다.

대형 마트에선 '한국 반찬'이 인기

 중국 마트에서는 '한국 반찬'도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마트에서는 '한국 반찬'도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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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한국 음식 선호 현상은 비단 외식 문화에서만 목격되는 것이 아니다. 베이징 소재 대형 마트에서는 한국 전통 음식인 김치와 떡볶이, 한국식 반찬 등을 소포장해서 판매하는 곳이 상당하다.

물론 해당 제품의 가격은 중국식 반찬과 비교해 2배 이상 비싸지만, 한국 음식이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이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증가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분위기는 현지 언론과 한국 드라마 등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현지 유력언론지의 한국 음식에 대한 긍정적인 보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제일경제일보>(第一财经日报)는 "한국음식에 대한 이미지는 김밥, 김치찌개, 간장 게장처럼 소박하면서도 건강한 이미지였지만, 최근에는 더욱 다양한 제품이 온라인을 통해 알려지며 현대화된 이미지를 동시에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유력 언론 <앙광망>(央廣網)은 한국인과 결혼 후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여성의 사연을 공개, "중국 요리보다 한국식 식단 위주의 식사가 건강에 좋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지난해부터 중국 최대 온라인 종합 쇼핑몰 타오바오(淘宝网)에서 한국 식품을 판매해오고 있는 정규찬 소란 식품 관계자는 "한국 음식에 길들여진 중국 소비자들의 입맛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온라인 직구를 통해 한국 현지에서 식품을 구매하는 직구족이 증가하는 등 새로운 형태로 진화해가고 있다. 한식 문화 확산은 향후 무궁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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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 중국 베이징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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