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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변에서 처음 맛본 참게수제비. 참게를 껍질까지 통째 갈아서 끓였다. 국물이 얼큰하면서도 시원하고 수제비도 별미다.
 섬진강변에서 처음 맛본 참게수제비. 참게를 껍질까지 통째 갈아서 끓였다. 국물이 얼큰하면서도 시원하고 수제비도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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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미였다. 국물이 적당히 걸쭉했다. 그러면서도 얼큰하고 시원했다. 참게 특유의 단내는 겨우내 쇠해진 몸을 일깨웠다. 참게와 수제비의 조합도 신선했다. 참게의 껍질까지 통째로 갈아서 끓였다는데, 입안에 걸리적거리는 것 없이 보드랍기만 하다.

갖은 양념에다 들깨를 갈아 만든 국물에 시래기를 넣고 푹 끓여낸 참게매운탕을 먹으러 갔다가, 우연히 맛을 본 참게수제비다. 입소문을 타고 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꽤 있단다.

속이 듬직해진 덕분일까. 강변 풍경이 더 넉넉하게 다가온다. 자동차의 속도를 줄이고 차창을 살며시 내렸다. 바람결에서 새봄의 내음이 묻어나는 것 같다. 며칠 전 내린 눈으로 산과 들은 하얗지만, 마음은 한결 느긋해진다. 지난 1월 27일이었다.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섬진강변 침실습지. 눈까지 덮여 있어 색다른 강변 풍경을 선사한다.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섬진강변 침실습지. 눈까지 덮여 있어 색다른 강변 풍경을 선사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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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에 삭막한 한겨울의 섬진강 침실습지. 안에서는 멸종위기종을 비롯 수많은 야생 생물이 살고 있는 보금자리다.
 겉보기에 삭막한 한겨울의 섬진강 침실습지. 안에서는 멸종위기종을 비롯 수많은 야생 생물이 살고 있는 보금자리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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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 섬진강변 침실습지가 보인다. 새벽이면 스멀스멀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해질 무렵엔 환상적인 노을 풍경이 왕버들과 어우러지는 습지다. 지난해 환경부로부터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섬진강 침실습지는 전라남도 곡성군 오곡면과 고달면 일대 옛 침실마을을 중심으로 203만6815㎡에 이른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자연형 하천습지로 오래 전부터 '섬진강 무릉도원'으로 불려왔다.

국립습지센터 조사 결과 여기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 수달과 흰꼬리수리를 비롯 2급인 삵·남생이·새매·큰말똥가리·새호리기 등 모두 665종이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모래와 자갈로 이뤄진 모래톱과 수변에선 각시붕어 등 17종의 고유 어종도 서식하고 있다.

태안사로 가는 오솔길. 찾는 발길이 드물어 더 오붓하고 호젓한 느낌을 선사한다.
 태안사로 가는 오솔길. 찾는 발길이 드물어 더 오붓하고 호젓한 느낌을 선사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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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이 내려앉은 태안사 계곡. 하얗고 까만 대비를 이룬 계곡에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하얀 눈이 내려앉은 태안사 계곡. 하얗고 까만 대비를 이룬 계곡에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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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리산 태안사로 가는 오솔길이다. 흙과 자갈길이 대부분이다. 절집에서 가까운 데는 시멘트로 포장돼 있다. 햇볕이 제대로 들지 않는 길은 아직도 빙판이다. 길이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네댓 명이 손을 잡고 함께 걸어도 될 만큼 폭이 제법 넓다.

얼음을 녹이며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가 다소곳하다. 계곡을 타고 스치는 바람소리는 숲속을 더욱 호젓하게 만들어준다. 발걸음을 뗄 때마다 얽히고설킨 세상사의 고달픔이 절로 풀어지는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 아니어서 더 오붓하고 좋다. 호젓하기까지 하다.

태안사 능파각. 절집으로 가는 누각 모양의 다리다. 동리산 태안사의 명물이다.
 태안사 능파각. 절집으로 가는 누각 모양의 다리다. 동리산 태안사의 명물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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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젓한 태안사 풍경. 돌담 아래로 며칠 전 내린 눈이 쌓여 있다.
 호젓한 태안사 풍경. 돌담 아래로 며칠 전 내린 눈이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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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 끝자락에 능파각이 보인다. 절집으로 가는 누각 모양의 다리다. 한국전쟁과 여순사건도 견뎌 낸 태안사의 오래된 목조건축물 가운데 하나다. 태안사에서 첫 번째 손가락에 꼽히는 명물이다.

능파각에서 내려다보는 계곡이 멋스럽다. 하얀 눈과 까만 바위가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계곡의 바위를 간질이며 흐르는 물이 한결 깨끗하게 보인다. 수북하게 쌓인 하얀 눈은 겨울의 낭만을 노래하고 있다.

태안사가 품고 있는 독특한 연못과 석탑. 얼음이 녹은 물에 석탑이 반영돼 더 아름답다.
 태안사가 품고 있는 독특한 연못과 석탑. 얼음이 녹은 물에 석탑이 반영돼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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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사 풍경. 중생들의 크고 작은 소원을 담은 돌탑과 어우러져 더 소중하게 다가선다.
 태안사 풍경. 중생들의 크고 작은 소원을 담은 돌탑과 어우러져 더 소중하게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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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파각을 건너서 만나는 태안사는 신라 말 중국 유학파 스님이 전파한 선종으로 참선 중심의 수행도량이었다. 절집 앞에서 만나는 연못이 독특하다. 연못을 가로지르는 돌다리와 작은 섬에 우뚝 선 석탑이 여느 절집에서 보기 드문 풍경이다.

몇 해 전에 연못으로 건너는 나무다리를 돌다리로 바꿨지만, 운치는 그대로다. 누렇게 변색된 잔디와 석탑, 돌다리와 연못이 절집과 잘 어우러진다. 얼음이 녹으면서 물속에 반영된 탑 그림자도 드러난다. 한 폭의 그림이다.

태안사는 오랜 역사를 지닌 덕분에 귀한 문화재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광자대사의 탑과 부도비가 보물 제274호, 제275호로 지정돼 있다. 광자대사는 혜철스님의 제자로 당우를 지어 태안사를 큰 절로 만든 스님이다.

보물로 지정돼 있는 태안사 광자대사탑. 광자대사는 태안사를 큰 절로 일군 스님이다.
 보물로 지정돼 있는 태안사 광자대사탑. 광자대사는 태안사를 큰 절로 일군 스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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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사 풍경. 설날을 앞둔 지난 1월 27일 스님들이 절집 안 곳곳을 청소하고 있다.
 태안사 풍경. 설날을 앞둔 지난 1월 27일 스님들이 절집 안 곳곳을 청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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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사는 고려 건국의 공신이었던 장절공 신숭겸 장군과도 엮인다. '장절(壯節)'은 자신을 대신해 장렬히 전사했다고 태조 왕건이 내려준 시호다.

서기 927년 9월, 대구 동수에서였다. 신숭겸은 견훤을 만나 죽을 고비에 처한 태조를 피신시키고, 대신 어가(御駕)에 올라 싸우다가 태조를 대신해 순절했다. 자신과 왕의 목숨을 맞바꾼 것이다.

절집 뒤로 20여분 오르면 신숭겸 장군의 목 무덤이 있다. 장군이 전사하자 그의 용마가 머리를 물고 와서 사흘간 울다가 죽었다. 이를 발견한 태안사 승려들이 이곳에 무덤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신숭겸 장군을 모신 사당 용산재. 태안사에서 가까운 전라남도 곡성군 목사동면에 자리하고 있다.
 신숭겸 장군을 모신 사당 용산재. 태안사에서 가까운 전라남도 곡성군 목사동면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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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참게수제비, #태안사, #섬진강침실습지, #광자대사탑, #능파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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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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