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여수 게장백반이 가격에 비해 가볍다고 했다. 이는 남도의 맛깔진 맛의 구성이 부족하다는 뜻일 터. 하지만 이곳의 밥상을 맛보고 나면 그 역시도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맛있는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에 남도의 맛이 한껏 밴 반찬들이 풍성하다.
여수 남도식당이다.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호동 해안가에 자리하고 있는 이곳은 현지인들에게는 이미 맛집으로 정평이 나있다. 게장백반과 생태탕이 주 메뉴인데 이들 1인분의 가격은 8000원이다.
밥도둑이라는 말이 진짜 실감나는 이 음식, 매력 있네 여기 소개하는 음식은 게장백반 4인 상차림이다. 이 상차림을 보는 순간 행복한 느낌이 스쳐지나간다. 맛을 보면 그 기쁨은 더해진다. 간장게장은 삼삼하고 양념게장은 달큰하다. 자꾸만 손이 가는 이 음식에 언뜻 밥도둑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여수에서 제대로 된 게장백반집을 이제야 찾았다. 참으로 오랜만이다. 남도식당이라는 그 이름이 썩 잘 어울리는 그런 집이다. 상차림에 시선이 한참을 머문다. 게장을 비롯하여 명태찜과 제육볶음이 넉넉하다.
반찬도 맛있다. 파숙지와 미역초무침 도토리묵무침 등의 반찬이 남도의 맛을 한껏 품었다. 알토란조림과 무나물 등 모든 음식이 자극적이지 않고 간이 적절하다. 외식을 하는 기분이 아닌 집밥의 그런 느낌이 오롯하다. 애호박과 무를 넣어 끓여낸 된장국의 구수함도 매력이다.
이 집 주인 어르신(63. 한성숙)은 한때 횟집을 운영하기도 했다는데 음식에 대한 내공이 대단해 보인다. 이집 간장게장은 어떻게 만들까.
"게장은 내가 자신만만하게 자랑할 수 있어요. 일반 간장에 버섯 다시마 등 천연조미료를 사용해서 만들어요."23년을 음식과 함께한 그 손맛이 여느 집과 분명 다르다. 양념게장도 먹을수록 당기는 맛이다.
"양념도 비법이 있어요, 양념게장은 고춧가루에 과일을 갈아 넣어요." 이곳 게장백반은 골고루 이것저것 맛볼 수 있는 반찬 가짓수도 많은데다 게장 맛도 일품이다. 이런 밥상이라면 매일 먹어도 쉬 물리지 않겠다. 게장백반의 마무리는 구수한 숭늉과 누룽지다. 다시 찾고픈 행복한 음식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과 여숫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