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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메드 진료소 풍경
▲ 프리메드 프리메드 진료소 풍경
ⓒ 강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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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료를 6개월 이상 내지 않은 장기체납자가 200만 가구를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놀라운 것은 200만 중의 56.7% 약 100만이 월 5만원 상당의 소액조차 납부하지 못한다는 것. 그러니까 지금 100명 중 25명이 건강보험료 납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 중 12명 정도가 월 5만원의 소액조차 감당할 수 없는 극 빈곤층이라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경제대국 30위권 국가에서 5만원이 없어 치료를 못 받고 있는 현실이.

건강보험, 얼마나 보장해 줄까

그런데 과연 이 25%만이 치료를 못 받고 있는 걸까? 201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빈곤층 1만8,000가구를 조사한 결과 진료비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한 경험이 있는 비율이 72.6%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뿐 아니다. 지금 세계 경제의 최대 화두인 중산층 몰락 또한 의료비와 깊은 관련이 있다. 미국의 중산층 몰락의 원인이 의료비와 교육비 때문임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생활비의 상당부분이 교육비와 의료비인 한국 가정을 생각하면 이는 남의 일이 절대 아니다.

중산층이 무너진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을 때 우리는 무엇을 먼저 떠올릴까. 필시 '정부'일 것이다. '국가로부터 얼마나 도움 받을 수 있을까.' 모든 것을 제하고 의료비만을 생각할 때의 마지막 희망은 건강보험이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생각만큼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다. 아니라고? 글쎄. 간단한 치료조차 백만 원 단위인 미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든든해보인다. 하지만 이는 상대적인 수치일 뿐이다. 한국의 국민건강보험은 단지 63.2%만을 보장해준다. 만약 치료비가 100만원이라면 38만원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 프랑스 79.6% 영국 79.9%에 비하면 낮은 수치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마저도 누릴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현 정부는 전임 정권의 의료 정책을 그대로 이어 '의료보험 민영화'의 본격화를 준비하고 있다. 의료보험 민영화는 다른 말로 '건강보험 당연 지정제 폐지'로, 건강보험의 의무 가입이 아닌 선택가입이다.

이는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의무가 아닌 선택 가입제가 되면 최상위층 5%가 제일 먼저 탈퇴하고 민간보험에 가입한다. 건강보험은 소득 비례 보험료 제도이기 때문에 최상위 5%가 빠져나간 만큼 보험료는 상승하게 된다. 상위 12%까지 탈퇴한다면 보험공단 재정은 무너지게 된다. 건강보험이 붕괴되는 순간이다.

그렇게 되면 서민들 또한 민영보험을 가입해야 하는데 이건 재앙과 다름이 없다. 보험료의 55%만 부담하는 건강보험과는 달리 민간 의료보험은 가입자가 전액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료가 2배는 오르는 것이다. 더욱이 국가의 사회보장제도가 없어진 상황에서 민영보험사들이 과연 서민들에게 맞는 보험료를 제시할지는 의문이다.

의료보험 민영화가 무서운 이유는 국민들을 보호해줄 장막이 없어지기 떄문이다. 위기를 맞은 한국의 의료. 우리는 어디에 손을 내밀어야 할까.

'모두가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꿈꾼다'

지금의 위기는 한 마디로 모두가 치료받아야 함에도 모두가 치료 받을 수가 없기 때문에 위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의 이런 고민과 걱정을 바로 해결해줄 것같은 단체가 있다. 이 단체의 슬로건이 감히 '모두가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꿈꾼다'이기에. 의외로 답은 엉뚱한 곳에서 나온다. 이 단체의 이름은 프리메드(FREEMED). 의료사각지대해소를 꿈꾸며 20대 대학생들이 열정을 가지고 모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체다. 무료 진료소를 운영하며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꿈꾸는 청년들.

프리메드 무료진료소는 매주 토요일 오후 6시 서울역 9번 출구 역에서 운영된다. 대학생 단체인 만큼 의료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매주 전문 의료인(의사,한의사,약사)들과 함께 운영하기에 의료 전문성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진료소의 환자가 하루 평균 40명이라고 한다.

만성질환자 1천만 시대, 그들을 치료하는 프리메드

프리메드 무료 진료소 사진
 프리메드 무료 진료소 사진
ⓒ 강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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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메드 무료 진료소가 주목받는 것은 무상의료서비스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이 진료하는 질병군에 이유가 있다. 프리메드 진료소 2016년 6월 통계를 보면 40%가 1차적인 통증으로 인한 방문이며, 나머지 50%는 만성질환군인 '고혈압, 당뇨, 전립선 비대증(전립선의 팽창으로 배뇨에 어려움을 겪는 질환) '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만성질환 1천만 시대이다. 질병관리본부가 2016년 발간한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에 의하면 국내 고혈압환자는 900만명, 당뇨병 환자는 320만명, 그리고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가 430만명이다. 만성질환자는 최소 1천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적 손실 또한 만만치 않다.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본태성 고혈압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년간 2조 1,639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사실 만성질환의 위험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단적으로 고혈압은 고혈압만의 문제가 아니다. 혈관에 문제가 생겨 원활한 혈액순환이 되지 않는 것은 목숨과 직결된다. 정말로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이 위험한 이유는 건강보험료 체납자의 대부분이 만성질환자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뢰밭을 걷는 것이다. 지금은 일단 걸어가지만 언제 어디서 터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GoodBye 프리메드, Hello 프리메드

모두가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꿈꾼다의 슬로건 외에 프리메드는 또 하나의 슬로건을 가진다. 'GOODBYE 프리메드, Hello 프리메드'. 프리메드가 없어도 좋을 사회를 만들어 보자는 것. 전국민의 건강을 위해 기능하는 국민건강보험이 아이러니컬하게도 전국민의 건강을 책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잘 꿰뚫어본 슬로건이다.

어느 시대에나 정책의 빈틈은 늘 있어왔다. 그리고 늘 그 빈틈을 메우려는 노력들도 언제나 함께였다. 지금 현 정부의 의료정책은 어디로 갈지 미지수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빈틈이 있으면 그 빈틈을 메꾸려는 우리의 노력이 있다. 기대한다. 이제 개혁을 시작하려는 대한민국도, 한 걸음 진보하려는 프리메드의 모습도.


태그:#프리메드, #FREEMED, #무료 진료소,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다, #모두가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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