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노리는 토트넘 홋스퍼와 4부리그 위컴 원더러스의 만남은 예상을 깬 반전의 연속이었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위컴에 '기적'이 눈앞으로 다가온 순간, 아쉬운 경기력을 선보인 손흥민이 또 다른 '기적'을 만들어내며 승리를 가져왔다.

토트넘이 29일 오전 0시(이하 한국 시각) 영국 런던에 위치한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열린 2016·2017 에미레이츠 FA컵 4라운드(32강) 위컴과 경기에서 4-3 대역전승을 일궈냈다.

토트넘은 헤이스에 연속골을 허용하며 전반을 0-2로 마쳤으나, 후반전 손흥민의 만회골과 빈센트 얀센의 동점골로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이후 톰슨과 델레 알리가 한 골씩을 주고받더니 경기 종료 직전 손흥민이 극적인 결승골을 뽑아내며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경기의 마침표를 찍었다.  

패했지만, 대단했던 위컴 원더러스

    29일 오전 0시(한국 시각) 영국 런던에 위치한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열린 2016·2017 에미레이츠 FA컵 4라운드(32강) 토트넘과 위컴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상대 골키퍼의 실수를 틈타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29일 오전 0시(한국 시각) 영국 런던에 위치한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열린 2016·2017 에미레이츠 FA컵 4라운드(32강) 토트넘과 위컴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상대 골키퍼의 실수를 틈타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 토트넘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노리고 있는 토트넘은 해리 케인과 크리스티안 에릭센, 대니 로즈 등 주전 대부분의 선수를 이날 경기 명단에 포함하지 않았다. 알리와 카일 워커, 무사 뎀벨레는 교체 명단에 포함됐고, 손흥민과 해리 윙크스, 에릭 다이어 등 로테이션 자원만이 선발로 나섰다.

내달 1일 선덜랜드와 리그 경기를 대비해 체력을 비축하고, 그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한 선수들의 컨디션을 확인하면서 승리까지 가져온다는 심산이었다. 실제로 대다수 전문가와 팬들 역시 토트넘의 승리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위컴은 만만치가 않았다. 위컴은 단순히 프리미어리그 팀과 승부를 겨룬다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고, 승리를 위해 토트넘을 강하게 압박했다. 경기 시작과 함께 날카로운 크로스와 위협적인 헤딩슛으로 토트넘의 크로스바를 강타하더니 선제골과 추가골까지 뽑아냈다.

위컴은 4부리그 소속이라고는 믿기 힘든 빠른 역습과 마무리 능력을 선보였고, 손흥민을 중심으로 움직였던 상대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토트넘 손흥민과 얀센에게 연속골을 허용하며 '재경기' 혹은 '역전패'가 가까워질 무렵에는 차두리의 '치달'을 떠올렸던 돌파와 정석에 가까운 헤딩슛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비록 시간이 흐를수록 체력과 경기에 대한 집중력, 수비 조직력 등에 부족한 모습을 드러내며 역전패를 당하기는 했지만, 위컴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 우승권 팀을 상대로 보여준 모습은 대단히 훌륭했다. 위컴 선수들은 축구는 이름값으로 승패가 좌우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고, 구단의 규모 혹은 자본보다 승리를 향한 열정이 더 위대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슈퍼스타' 손흥민이 전한 명절 최고의 선물

    29일 오전 0시(한국 시각) 영국 런던에 위치한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열린 2016·2017 에미레이츠 FA컵 4라운드(32강) 토트넘과 위컴의 경기에서 극적인 결승골을 뽑아낸 손흥민이 기뻐하고 있다.

29일 오전 0시(한국 시각) 영국 런던에 위치한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열린 2016·2017 에미레이츠 FA컵 4라운드(32강) 토트넘과 위컴의 경기에서 극적인 결승골을 뽑아낸 손흥민이 기뻐하고 있다. ⓒ 토트넘


극적인 결승골과 함께 멀티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후스코어닷컴 선정 이날 경기 최우수 선수로 뽑혔다. 토트넘의 선발 명단에서 유일하게 주전에 가까웠던 선수다웠고, 지난 22일 맨체스터 시티전 극적인 동점골에 이어 '슈퍼스타'로서의 면모를 마음껏 뽐냈다.

사실 이날 경기 초반부터 손흥민의 활약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손흥민은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서 그동안 출전 기회가 적었던 선수들을 이끌며 공격을 주도했지만, 아쉬움이 많았다. 상대 골키퍼의 실수를 틈타 시도한 슈팅은 골문을 벗어났고, 골이다 싶었던 기회는 블랙맨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손흥민은 최전방 스트라이커라면 반드시 득점으로 연결해줘야 했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이전과 달랐다. 경기 초반 풀리지 않으면 끝날 때까지 조용했던 그가 아니었다. 전방에서 활발히 움직이며 기회를 만들어냈고, 과감한 드리블과 슈팅을 통해 득점에 대한 욕심과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손흥민은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9번의 슈팅을 시도했고, 3차례의 드리블 돌파 성공을 통해 공격 기회를 만들어냈다. 대역전승의 발판이 된 만회골과 승리를 가져온 역전골을 뽑아내며, 패배의 '원인'이 될 뻔한 상황에서 승리를 일궈낸 '영웅'이 됐다.

이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하기 힘들어졌다. 손흥민이 최근 4경기 4골(후반 추가 시간 투입됐던 WBA전 포함)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9월 못지않은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손흥민은 자신의 약점으로 지적받던 '기복'과 큰 경기에서의 '침묵'에 대한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해냈다.

'슈퍼스타'는 승패가 좌우될 순간 등장해 승리를 가져오는 선수를 일컫는다. 맨시티전 단 한 번의 슈팅을 득점으로 만들어냈던 모습이나 전반전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승리를 가져온 이날의 활약이 '슈퍼스타'로 성장하고 있는 손흥민의 내일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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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VS 위컴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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