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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친동생인 반기상 전 경남기업 고문. 아들 반주현씨와 함께 뇌물 제공 혐의 등으로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기소된 상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친동생인 반기상 전 경남기업 고문. 아들 반주현씨와 함께 뇌물 제공 혐의 등으로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기소된 상태다.
ⓒ 화안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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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하다. (미국 검찰) 기소장에 왜 내 이름이 들어갔는지도 모르겠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친동생인 반기상(71) 전 경남기업 고문이 랜드마크72 매각 관련 뇌물 제공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카타르 왕실과 가까운 반 전 총장에게 건물 매각 관련 도움을 요청했느냐는 질문에는 거꾸로 "형님에게 부탁했으면 (매각이 성사될 텐데) 뇌물을 줄 필요가 있었겠느냐"고 선을 그었다.  

반기상 전 고문은 지난 10일 경남기업 랜드마크72 매각 추진 과정에서 카타르 관리에게 50만 달러(약 6억 원)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아들 반주현(39·데니스 반), 존 우, 대리인인 말콤 해리스 등과 함께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기소됐다.

미국 연방 검찰은 지난 20일 미국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열린 첫 심리에서 한국 정부에 반기상씨 체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우리 법무부도 "그런 요청을 받았고 한미간 조율중"이라고 밝혔다.(관련기사: 미 정부, 반기문 동생 체포 요구, 법무부 "조율 중" )

이에 반 전 고문은 26일 오후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아직 법무부나 경찰에서 연락받은 적이 없다"면서 "공소장 내용도 모르고 (미국 법원에 기소됐다는 사실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반 전 고문은 "(해리스에게 전달한) 50만 달러는 활동비 조로 준 것"이라면서 "건물 가치가 8억 달러인데 그게 뇌물이 되겠나"고 맞받았다.

반 전 고문은 아들 반주현씨 병역 기피 의혹에 대해선 "아들은 군대 안 갔다"면서 "경희대 6개월 다니다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대학으로 유학을 갔고 뉴욕시립대를 졸업했다"고 병역 기피 사실을 인정했다.

실제 반주현씨는 미국 뉴욕시립대 버룩칼리지 지클린경영대에서 경영학사를 마친 뒤 미국 상업부동산회사인 마커스앤밀리챕, 콜리어스인터내셔널 등에서 부동산 중개 브로커로 활동했다.

반기상씨는 제일은행(현 SC제일은행) 출신으로 원주지점장, 마포 합정동 지점장을 거쳐 본사 임원으로 정년퇴직한 뒤 무역회사를 운영하다 얼마 전까지 경남기업 고문으로 활동했다. 지난 2013년 당시 유동성 위기를 겪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72층짜리 고층건물 '랜드마크72' 매각을 추진했고, 반기상씨는 성 전 회장에게 당시 마커스앤밀리챕 이사로 있던 반주현씨를 소개했다.

반주현씨는 콜리어스로 회사를 옮긴 뒤 경남기업과 8억 달러에 매각 성사시 500만 달러 수수료를 받는 조건으로 매각 대리 계약을 체결했다. 반주현씨 등은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카타르 국부펀드에 매각 작업을 진행하면서 카타르 왕족과 가깝다고 알려진 말콤 해리스를 통해 카타르 관리에게 뇌물을 전달하려 했고, 카타르투자청 인수의향서 등 문서를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반씨 등은 50만 달러를 먼저 주고 매각이 성사되면 200만 달러를 추가로 제공하는 조건이었지만 대리인인 말콤 해리스가 중간에서 50만 달러를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앞서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지난해 10월 반주현씨가 랜드마크72 매각 진행 과정에서 계약서 조작 등으로 경남기업을 속였다며 59만 달러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경남기업 랜드마크72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경남기업 랜드마크72
ⓒ 랜드마크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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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반기상씨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50만 달러는 뇌물 아닌 활동비... 건물 매각 작업 관여 안해"

- (뇌물죄 기소 관련) 우리 법무부에서 연락이 없었나.
"법무부든 경찰이든 연락을 받은 적이 없었다. 미국에서 기소했다는데 난 공소 내용도 잘 모른다. 언론 보도 보고 알았다. 우리 부자가 공모해서 했다는데 뭘 공모했다는 건지도 모르겠고 황당하다. 내가 경남기업 경영진도 아니고, 누가 보면 고문이 무슨 사장이나 되는 줄 알겠다."

- 본인도 랜드마크72 매각 작업에 참여한 것 아닌가.
"난 아들을 연결해준 것 외에 한 일이 없다. 매각 작업은 당시 경남기업 실무진에서 다했다. 그쪽에다 물어보라. 가끔 그쪽에서 아들이 보내온 편지를 내게 봐달라고 전달해 준 정도다."

- 50만 달러 뇌물 준 사실은 몰랐나.
"그게 무슨 뇌물이냐. 그냥 활동비조로 준 거다. (랜드마크72 건물 가치가) 8, 9억 달러짜리인데 50만 달러가 뇌물이나 되겠나."

- 50만 달러가 당시 회사에서 나간 거 아닌가.
"난 내역 잘 모른다. 회사(경남기업)에다 물어보라."

- 반기문 전 총장 귀국한 뒤 서로 연락한 적 없나.
"서로 연락한 적 없다. 나도 나이가 70인데 형제가 각자 사는 길이 있다. 이런 일로 자꾸 연관 지어선 곤란하다."

- 랜드마크72 매각 작업 당시 미국 가서 반기문 전 총장 만난 걸로 아는데 그때 매각 얘기를 꺼내지는 않았나.
"형제끼리 만나서 그런 얘기 안 한다. 회사 일 얘기를 왜 하나. (랜드마크72 매각 관련) 형님에게 요청했다면 (카타르 관리에게) 뇌물을 주려고 했겠나."

- 당시 반기문 전 총장이 한국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독대했다는데 그런 얘기를 나누지 않았겠나.
"독대는 무슨. 충청포럼 같은 데서 여러 사람 있는 데서 만난 거다. (반 총장 주변에) 수행원들이 따라붙는데 사람이 많은 데서 독대가 되겠나."

- 미국에 가거나 변호사를 선임할 계획은 없나.
"지금 미국 가면 체포되는데 가겠나. 저쪽에서 무슨 연락이 와야 대응을 하든지 하지."

반기문 "동생·조카 일 잘 몰라... 말썽 일으키지 말라고 당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초청 관훈토론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 반기문 초청 관훈토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초청 관훈토론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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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귀국한 반기문 전 총장은 동생 조카 등 잇따른 친인척 비리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지난 25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동생 체포 요청에 대해)당혹스럽고 민망하고 국민 볼 면목이 없다"면서도 "이 사건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밝혔다.

둘째 동생 반기호씨 역시 보성파워텍 부회장으로 있으면서 '유엔 대표단' 직함을 사용해 미얀마 사업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반 전 총장은 "동생이 미얀마서 무슨 사업한다는 건 들었는데 유엔하고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런 문제로 동생들에게 한 이야기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전에 이런 문제들로 말썽 일으키지 말라고는 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정미 의원 "반기문 동생, 미얀마 사업 유엔 특혜")

[대선기획취재팀]
구영식(팀장) 황방열 김시연 이경태(취재) 이종호(데이터 분석) 고정미(아트 디렉터) 기자


태그:#반기상, #반기문, #반주현, #성완종, #랜드마크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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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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