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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체와 공유주택이라는 주제로 청년주거대안 사례를 찾아보고 있다. 이번 청년주거대안 탐사는 공동체은행을 표방하는 희년은행과 교육NGO 기독청년아카데미에서 함께 기획했고 여기에 관심 있는 청년들이 모였다. 첫번째 탐방으로 해방촌 빈집을 찾아갔고, 2017년 1월 11일 두 번째 탐방으로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달팽이집 2호를 찾아갔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달팽이집 2호를 희년은행, 기독청년아카데미 회원들 24명이 찾아갔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달팽이집 2호를 희년은행, 기독청년아카데미 회원들 24명이 찾아갔다.
ⓒ 기독청년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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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중요시하고 규칙도 함께 만드는 걸 보면서 진짜 공동체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집이 멀어서 대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는데, 기회만 된다면 달팽이집에 들어가 살고 싶어요."

달팽이집 2호 탐방에 참여했던 정하은 님의 말이다. 정하은 님은 대학교 앞에서 자취하고 있는데,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40만 원을 내며 살고 있단다. 식비 빼고 공과금만 포함해도 월 45만 원 가까이 들어간다. 부모님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알바를 하고 있다. 취업 준비와 알바를 병행하기가 벅차기만 하다. 졸업 후 취업만이 이런 상황을 탈출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다른 대안은 없을까?

민달팽이 유니온 회원 43명이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참여하면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2011년 5월에 창립된 민달팽이 유니온은 청년주거 빈곤 해소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힘을 모아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대학생들이 대학 기숙사를 지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서울이 아닌 타지역에서 서울에 온 대학생들의 주거안정, 주거복지이 취약하다는 점에 주목하여 나온 요구였다. 이런 흐름에 함께 했던 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문제의식을 이어가며 만든 단체가 민달팽이 유니온이다.

주거문제는 집을 주거가 아닌 투기의 목적으로 이용해 온 사회적 관행에서 시작되었지만 특히 청년세대의 주거빈곤의 문제는 정부 정책에서 청년세대가 배제되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주거빈곤 실태조사와 함께 청년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라는 요구를 해오고 있다. 민달팽이 유니온이라고 이름 지은 것은 주거빈곤 계층인 청년들의 삶을 달팽이집 없는 민달팽이에 비유하기 위해서였다.

총 118명이 달팽이집에 살고 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주거문제에 대응하고자 2011년 5월 시작하였고, 대안적 사례를 만들기위해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을 2014년 2월에 창립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주거문제에 대응하고자 2011년 5월 시작하였고, 대안적 사례를 만들기위해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을 2014년 2월에 창립했다.
ⓒ 민달팽이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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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달팽이 유니온이 정책이나 이슈에 주목한다면,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은 청년을 위한 사회주택을 보급하고 공유주택을 운영하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에서는 창립한 그해에 달팽이집 1, 2호를 시세의 70% 수준으로 보급했다. 달팽이집 1호의 보증금 8200만 원은 조합원 127명의 출자금으로 마련했고, 달팽이집 2호 때는 사회투자기금의 사회주택 지원에 선정되어 6억8천만 원을 마련했다.  달팽이집 1, 2호엔 각각 6명, 13명 총 19명이 입주했다. 성공적인 출발이었다.

달팽이집 3호는 2015년 12월 성북구 동선동에 3층 건물로 장기임대했다. 달팽이집 3호엔 13명이 입주했다. 달팽이집 4호는 은평구 신사동에 3층 건물을 장기임대했다. 이곳에 2016년 4월에 13명이 입주했다. 2016년 5월 은평구 녹번동 2층 단독주택을 장기 임대해 만든 달팽이집 5호에는 총 9명이 입주했다. 달팽이집 6호는 은평구 아현동에 마련되었고 총 9명이 입주하였다. 1호를 만든 지 3년만인 2016년 말 현재 달팽이집은 6호까지 생겼다.  강북 수유와 부천 송내의 LH달팽이집 포함하면 118명이 달팽이집에 살고있다.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현실이 되어 있다. 성은혜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활동가 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감탄을 연발하게 된다.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은 어떻게 이런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었을까? 임경지, 임소라, 권지웅 등 민달팽이유니온과 주택협동조합 활동가들의 노력과 재치가 가장 큰 몫을 했을 것이다. 여기에 180여 명의 조합원(2016년 말 기준)의 열정이 더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달팽이집에 살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기댈 언덕이 되어준 청년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민달팽이유니온과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은 청년운동 역사에 대단히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을 직간접적으로 돕는 이들도 있었다. 달팽이집 1, 2호를 마련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재준 새동네연구소장이 있었다. 이재준 소장은 공정주거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의 취지에 공감하며 남가좌동 집을 저렴하게 내주었다.

달팽이집 2호와 3호에는 서울시의 사회투자기금를 저렴한 이자로 대출한 자금이 들어가있다. 달팽이집 4호는 은평구 신사동의 원룸 사업자가 건물 1채를 내어줘서 가능했다. 달팽이집 5호는 서울시 빈집프로젝트의 일환으로, 6개월 이상 빈집이었던 곳의 리모델링 비용을 서울시가 부담해주어서 만들어질 수 있었다. 달팽이집 6호는 1인기업 유에프오에서 운영하던 게스트하우스를 내어줘서 가능했다.

이렇듯 다양한 사람들이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의 활동을 지지하고 공감하며 도움을 주었다. 물론 구슬에 실을 꿰어 목걸이를 만든 건 민달팽이 유니온과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활동가였음은 분명하다.

함께 살면 스트레스? 잘 살 수 있는 방법 있어요

민달팽이 유니온에서 올린 공유주택 관련 글에 달린 댓글들이다. 댓글 다수는 공유주택에 대해서 비판적이다.
 민달팽이 유니온에서 올린 공유주택 관련 글에 달린 댓글들이다. 댓글 다수는 공유주택에 대해서 비판적이다.
ⓒ 기독청년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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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주택인 달팽이집 생활로 저렴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겠지만 힘든 점은 없을까? 공유주택에 관한 어느 기사에 달린 댓글들 중 다수는 함께 사는 것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이다. '혼자 살면 우울하지만 같이 살면 암 걸린다'는 말에 섬뜩한 생각까지 든다.

이에 대해 성은혜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활동가는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에서는 함께 사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면서 "같이 살다보면 불편한 점이 왜 없겠나. 그러나 같이 살면서 누리는 유익이 있고 또 불편한 점도 풀어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라고 함께 사는 것에 대한 장점을 말했다.

실제 민달팽이 유니온에서 알려주는 '함께 잘 살 수 있는 노하우'가 몇 가지 있다. 달팽이집 입주 공고를 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함께 살게 될 사람들이 미리 만나서 서로의 생각도 알아가고 친해지는 과정도 마련돼 있다. 또 이미 달팽이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달팽이집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해 초기 적응을 돕는 '이음이' 역할을 한다.

물론 생활 습관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살기 때문에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게 '달팽이집 상황 해결 시도권'이다. 달팽이집 입주자라면 누구나 이걸 사용할 수 있다.

시도권이 제출되면 달팽이집에서는 갈등 관리를 위해 '주거상황연구소'라는 이름으로 TF팀을 만들고 열린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달팽이집과 다른 공유주택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입주자들이 '자기 집'이라는 인식을 갖고 주체성과 자발성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입주자 중 한 사람이 집사가 되어 전반적인 것들을 챙기고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공동체성을 기른다.

달팽이집의 장점을 확인할 수 있었던 일들

달팽이집은 청년들이 함께 사는 공유주택이면서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마을공동체 일원으로 살고자 한다. 달팽이집에서는 충분한 토론과 논의를 거쳐 규칙을 하나씩 만들어간다.
 달팽이집은 청년들이 함께 사는 공유주택이면서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마을공동체 일원으로 살고자 한다. 달팽이집에서는 충분한 토론과 논의를 거쳐 규칙을 하나씩 만들어간다.
ⓒ 기독청년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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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달팽이집에서는 무슨 이야기가 오갈까? 현재 달팽이집 2호에 살고 있는 성은혜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활동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최근 결혼하게 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근처에 모여 살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이 마을에 정도 들었고 친한 사람들도 생겨나니까, 또 육아 같은 걸 생각하면서 모여살자는 이야기도 나와요.

사회적으로 중요한 주제이기도 하고 달팽이집에서도 예민한 문제이기도 한 건데요. 젠더 감수성에 관한 문제예요. 이것과 관련해서 달팽이집 규약을 만들어보자는 모임이 만들어졌어요. 물론 어떤 걸 금지시키자는 것이라기보다는 소통을 위해서 각자 생각하는 것들을 충분히 나누자는 맥락이고요."

현재 공유주택인 달팽이집을 마을공동체로 전환하는 게 가능할까, 란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점이 흥미롭고 또 양성평등시대에 걸맞게 젠더 관련 이슈에 대해 열린 토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달팽이집의 장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달팽이집 1호는 계약이 종료되어 마무리되었고, 달팽이집 6호의 경우는 재개발이 시작되어 정리하게 되었다. 또 달팽이집 7호가 성북구 정릉동에 생겨 입주 모집이 시작됐다. 9명이 입주할 예정이란다.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은 2017년에도 다양한 활동을 벌여 나갈 것이다. 민달팽이 주택협조합 내 수요자 집단 형성도 조금 더 구체화될 것이다.

일각에서 임대차 계약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자는 운동을 20여년째 해오고 있지만 아직도 성과가 없다. 그 정도로 주거 문제라는 게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이 해 온 것처럼 대안적인 사례를 만든다면, 이후 조금씩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태그:#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민달팽이유니온, #청년주거빈곤, #희년은행, #기독청년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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