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재난 사고는 우리에게 익숙하다. 하필이면 '딥워터 호라이즌 사고'가 발생한 달도 4월…. 한 번쯤 관심을 갖고 볼 만한 영화인 듯하다.

해양 재난 사고는 우리에게 익숙하다. 하필이면 '딥워터 호라이즌 사고'가 발생한 달도 4월…. 한 번쯤 관심을 갖고 볼 만한 영화인 듯하다. ⓒ 메가박스㈜플러스엠


2010년 4월 20일, 미국 멕시코만에서 석유 시추시설이 폭발한다. 믿기지 않는 해양 대폭발은 인명 피해와 대량의 원유 유출로 이어진다. 가히 역대 최악의 해양 재난 사고이자 원유 유출 사고로 기록될 만하다. 이른바 '딥워터 호라이즌 폭발 사고' 혹은 '딥워터 호라이즌 원유 유출 사고'다.

영화로 나오지 않으면 이상할 소재이지만, 워낙 많은 재난이 영화로 만들어졌기에 꺼려졌을지 모른다. 재난 영화의 공식을 피해갈 순 없기에 사고를 제대로 전달하기 힘들고, 사고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데 역점을 둔다면 영화적 재미가 반감될 것이다. 영화 <딥워터 호라이즌>은 어느 지점에 방점을 찍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난 영화의 공식을 최대한 간소화하고 사고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그 말인즉슨, 재난 영화에 흔히 나오는 '영웅'의 존재를 배제하고 '사고' 자체를 부각했다는 말이다. 이 영화에서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 모든 위험을 뚫고 수많은 사람을 구해낸 영웅을 찾는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스펙터클을 기대한다면 큰 실망을 받을 것이다. 대신 느끼는 게 많다.
완벽한 인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 사고는 '인재'다. 자연 재해가 아닌 이상 인재가 아닌 사고가 어디 있겠냐만은, 이런 류의 인재는 정말 안타깝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 사고는 '인재'다. 자연 재해가 아닌 이상 인재가 아닌 사고가 어디 있겠냐만은, 이런 류의 인재는 정말 안타깝다. ⓒ 메가박스㈜플러스엠


최악의 사고로 칭송(?) 받는 만큼 사고의 전반적 내용은 쉽게 찾을 수 있다. 43일이나 늦어진 시추 작업, 본사는 닦달하며 제대로 된 안전 검사 없이 작업에 임할 것을 강요한다. 그게 다 엄청난 돈이 들기 때문에. 베테랑 작업 책임자는 안전 검사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결국, 실시되는 안전 검사. 어찌어찌 통과된다.

사람 몸도 그럴 때가 있지 않은가.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바로 턱밑까지 위험 요소가 곯아 있는 경우가 말이다. 분명 어딘가에서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무시하고 결국 그 부분을 건드려 한순간에 폭발해버리고 만다. 딥워터 호라이즌 사고 또한 이와 정확히 일치한다.

한 번 더 검사하고 넘어가야 하는 미심쩍은 부분이 있음에도, 겉으로 보이는 단순한 결과를 보고 진행해 버린 것이다. 그 결과는 누구나 아는 결과, 대폭발. 그동안 쌓이고 쌓인 것이 한순간에 뿜어져 나왔다. 사실 현장에서 이런저런 사고는 자주 일어난다고 하는데, 이번의 경우 그 강도와 횟수 때문에 가스가 유정에 새어 들어가 폭발이 발생했다고 한다. 완벽한 '인재(人災)',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영화가 중점에 둔 바가 바로 이 사고에 있고, 그중에서도 인재에 있다. 그 뒤에는 누구나 예상할 만한 존재인 '돈'이 있다. 석유는 끌어 올리지 않고 계속 검사만 해대니 장사가 되겠는가 말이다. 유서 깊은 본사 BP는 2000년 합병으로 세계 2위의 정유회사 로열 더치 셸을 제치고는 1위 엑손 모빌을 열심히 따라잡고 있는 상황이 아니겠는가. 결과적으로 최악의 금전적 손실과 이미지 실추로 이어졌지만.

사실감 충만하게 뽑아낸 초대형 해양 사고

 영웅은 배제하고 최대한 사실감에 중점을 두어 뽑아냈다. 초대형 사고인 만큼, 사실감 충만하다는 건 그 자체로 스펙터클이 엄청나다는 것일 테다.

영웅은 배제하고 최대한 사실감에 중점을 두어 뽑아냈다. 초대형 사고인 만큼, 사실감 충만하다는 건 그 자체로 스펙터클이 엄청나다는 것일 테다. ⓒ 메가박스㈜플러스엠


앞서 스펙터클을 기대하지 말라고 했는데, 오해하지 마시라. 그건 다분히 '영웅'의 분투기에서 느낄 수 있는 희열의 스펙터클을 말하는 것이었다. 대신 사고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려 했다는 말을 생각해보시라. 역대 최악의 사고로 일컬어지는 사고를 어떻게 있는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지. 그 자체가 최고의 스펙터클을 선사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세트를 어떻게 구현해냈을까, 그 방대함에 혀를 내두른다.

피터 버그 감독은 전작 <론 서바이버>로 사실감 충만한 연출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거기에 비록 처참한 실패를 맛보았지만 초대형 규모의 해양 액션 <배틀쉽>을 선보인 바도 있고 말이다. <딥워터 호라이즌>은 피터 버그 감독이 자신의 연출 잠정만 쏙 빼서 초대형 규모의 해양 사고를 사실감 충만하게 연출했다고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사고가 벌어지면 끝날 때까지 입이 떡 벌어져 다물지 못할 게 분명하다.

반면 망망대해의 불타는 초대형 시추선에서 그저 도망치기에 급급한 인간들의 모습은 짠하기 그지 없다. 이 부분에서는 또 얼굴이 찌뿌려져 펴질 기미가 안 보일 게 분명한대, 너무나도 명백한 인재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너무나도 거대한 불길 앞에서 속수무책인 인간들이 한심하고 또 불쌍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만만했다. 본사에서 온 사고의 원흉 임원은 물론이거니와, 그와 대립각을 세웠던 책임자도 이 사고의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이 사고는 오래전부터 보내온 위험 신호를 무시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단순히 그 한 번의 검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 거다. 모든 사고의 원인은 하나가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안전'보다 '돈'이 우선인가?

 정녕 모를까. 계속 되풀이 되어도 정녕 모를까. '돈'보다 '안전'이 우선이라는 걸. 아니, 사실은 돈과 안전은 한 몸이라는 걸. 사고가 나면 엄청난 손실이 발생한다는 걸 모를까.

정녕 모를까. 계속 되풀이 되어도 정녕 모를까. '돈'보다 '안전'이 우선이라는 걸. 아니, 사실은 돈과 안전은 한 몸이라는 걸. 사고가 나면 엄청난 손실이 발생한다는 걸 모를까. ⓒ ?메가박스㈜플러스엠


세계 2위 정유회사 BP의 2010년 '딥워터 호라이즌 사고' 이전에, 세계 1위 정유회사 엑손 모빌의 1989년 '엑손 발데즈 원유 유출 사고'가 더 유명하다. 이 역시 최악의 해양 사고로 알려져 있는데, 유조선 엑손 발데즈호가 암초에 걸려 침몰한 사고다. 그로 인한 피해도 피해지만 내부 관계자가 원유 유출 보고서를 조작해 파장이 컸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랄까, 원유 유출 사고는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역사상 수많은 원유 유출 사고에서 유추할 수 있다. 수많은 사고가 일어나지만, 원유 유출이 심각한 이유는 완벽하게 복구하기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겠다. 여전히 '안전'보다 '돈'이 우선인가? 정유 산업은 가장 돈에 가까운 산업이다. 그만큼 위험천만한 작업이 병행되는데, 안전은 왜 뒷전인지. 아이러니하게도 안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선 돈이 많이 든다.

왠지 도박을 지켜보는 기분이다. 사실 이와 같은 대형 사고가 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니만큼, 우리한테는, 이번에는 사고가 나지 않겠지 하는 마음을 누구나 지니고 있을 것이다. 이번엔 빨리 작업을 끝내고 다음에 검사하면 되겠지 하는 마음 말이다. 그들이 그토록 찾는 '신'이 과연 그렇게 흘러가도록 내버려 둘지 모르겠다.

안타까운 인재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인재는 계속해서 일어난다. 계속해서 일어나는 인재는, 하지만 금방 잊힌다. 이 형용하기 힘든 모순은 언제 어디서 또 우리를 슬프게 할지 모른다. 슬픔은 잊지 않겠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잊지 않겠다는 건 대책 수립을 필요로 한다. 문제는 바로 이 부분이다. '대책 수립'. 인재를 일으킨 당사자들은 '슬픔'을 대상화할 뿐 그 안에 내포된 '대책 수립' 요구는 묵살한다.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속내, 직시하고 수립하고 진행하면 되지 않겠는가. 슬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ingenv.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딥워터 호라이즌 원유유출사고 인재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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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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