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로렌스>의 한 장면. 이 영화로 메릴 스트리프는 생애 통산 20번째 아카데미상 후보자로 선정되었다

영화 <플로렌스>의 한 장면. 이 영화로 메릴 스트리프는 생애 통산 20번째 아카데미상 후보자로 선정되었다 ⓒ 이수 C&E


지난 24일(미국 현지시각) 제89회 아카데미상 주요 부문 후보자가 발표되었다. 화제를 모은 건 14개 후보에 오른 <라라랜드>였지만 이에 못잖게 관심을 끈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메릴 스트리프이다.

그도 그럴 것이 <플로렌스>로 생애 20번째 아카데미상 후보에 선정된 것. 이는 배우로는 역대 최다 지명 기록이기도 하다.

평생 수상은 둘째치고 후보 지명조차 받지 못한 할리우드 스타가 부지기수임을 감안하면 역대 아카데미 시상식의 22% 정도에 그녀의 이름을 올렸으니 그 자체만으로도 대위업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쯤 되면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조연상 경쟁 = 메릴 스트리프를 이겨라!"로 불러도 좋을 법하다.

지난 1980년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여우조연상 수상)를 시작으로 1983년 <소피의 선택>, 2012년 <철의 여인>(이상 여우주연상) 등 3차례나 오스카를 품에 안았지만 한편으론 아쉽게 다른 명배우들에게 수상의 기회를 놓친 일 또한 부지기수였다.

그녀를 제치고 오스카를 차지했던 유명 배우들은 누구?

 메릴 스트리프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아웃 오브 아프리카>. 당시 주요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지만 정작 아카데미에선 상을 놓치고 말았다

메릴 스트리프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아웃 오브 아프리카>. 당시 주요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지만 정작 아카데미에선 상을 놓치고 말았다 ⓒ Universal Pictures


메릴의 첫 번째 아카데미상 후보 지명은 지난 1979년 <디어 헌터>였다. 여우조연상 부분에 이름을 올렸지만 <캘리포니아의 다섯 부부>에 출연한 메기 스미스(<해리 포터> 시리즈의 맥고나걸 교수로 유명)에게 아쉽게 놓치고 말았다.

첫 번째 여우주연상 후보 선정은 1982년 <프랑스 중위의 여인>을 통해서였다. 골든글로브와 영국 BAFTA 어워드를 차지하면서 수상의 기대를 높였지만 결과는 <황금 연못>에 출연한 또 다른 할리우드 대배우 캐서린 헵번의 몫으로 돌아갔다.

역대 메릴 스트리프의 후보 선정 중 가장 아쉬움을 남긴 건 1986년 제58회 아카데미 시상식일 것이다.

작품상, 감독상 등 총 7개 부문을 휩쓴 걸작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여주인공 카렌 브릭슨으로 출연해 명연기를 펼쳤음에도 정작 <바운티풀 가는 길>의 제랄딘 페이지에게 여우주연상을 내주고 말았다.

이밖에 2012년 <철의 여인>으로 무려 29년 만의 수상을 하기까지 메릴은 무려 12번의 고배를 마셨는데 그사이 그녀에게 쓴맛을 안겨준 주요 배우들은 다음과 같다.

주요 아카데미 수상 경쟁자 vs. 당시 메릴의 출연작
<애정의 조건> 셜리 매클레인 (1984) - <실크우드>
<문스트럭> 셰어 (1988) - <엉겅퀴 꽂>
<피고인> 조디 포스터 (1989) - <크라이 인 더 다크>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미저리> 캐시 베이츠 (1991) - <헐리우드 스토리>
<데드맨 워킹> 수잔 서랜든 (1996) -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셰익스피어 인 러브> 기네스 펠트로 (1999) - <원 트루 씽>
<소년은 울지 않는다> 힐러리 스웽크 (2000) - <뮤직 오브 마이 하트>
<시카고> 캐서린 제타 존스 (2003) - <어댑테이션>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 수상)
<더 퀸> 헬렌 미렌 (2007)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수상)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케이트 윈슬렛 (2009) - <다우트>
<블라인드 사이드> 산드라 블록 (2010) - <줄리 & 줄리아>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수상)

각종 영화상 400회 이상 후보 선정...150회 이상 수상

 영화 <숲속으로>에서 마녀로 분한 메릴 스트리프.  이 역할로 MTV 무비어워드 최고악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화 <숲속으로>에서 마녀로 분한 메릴 스트리프. 이 역할로 MTV 무비어워드 최고악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메릴 스트리프는 현재까지 아카데미 외에도 골든글로브 (총 8회 수상), 각종 비평가 선정상 등에서 무려 400회 이상 후보로 지명되었고 150회 이상 받은 것으로 집계된다. 그녀의 배우 인생 대부분은 영화에 전념했고 이를 통한 수상이 대부분이지만 드물게 TV 출연을 통해 상을 받은 경우도 종종 있었다.

1980년대 KBS를 통해 방영되기도 한 4부작 미니시리즈 <홀로코스트>로 1978년 에미상 미니시리즈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2004년에는 역시 6부작 미니시리즈 <엔젤스 인 아메리카>로 26년 만에 같은 부문 상을 받았다. (골든글로브에서도 역시 수상)

가장 특이한 수상은 지난 2015년에 거행된 MTV 무비 어워드에서 이뤄졌다. <숲속으로>의 마녀 역할로 최고 악당(Best Villain) 부문을 받게 된 것. 연기력과 상관없이 오락성 강한 블록버스터 영화+출연 배우 위주로 선정되는 상인 탓에 메릴 스트리프의 선정은 다소 뜻밖에 여겨졌다.

한편 한 작품으로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을 받은 특이한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수상)에선 여우주연상 후보로, 반면 전미비평가협회상(수상)을 비롯한 일부 비평가협회에선 여우조연상 후보로 선정이 된 것. 시상 기관에 따라 같은 역할에 대해 주연-조연으로 달리 평가했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메릴 스트립 아카데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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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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