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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권 제한 연령 18세로 완화', 곧 18세 선거권 논의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4.19혁명 이후 한국의 선거권 제한 연령은 20세가 되었고 그 이후에도 세계적 추세에 맞추어 18세 선거권으로 바꾸자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었다. 예컨대 김영삼 전 대통령도 신민당 총재 시절 18세 선거권을 거론했던 적이 있다.

최근 국회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18세 선거권 논쟁도 이러한 역사적 맥락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18세 선거권 논의에서는 청소년들의 권리와 주체성 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청소년인권의 관점에서 18세 선거권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18세가 선거권을 가진다는 것의 '의미'

 지난달 10일 광화문광장에서 아수나로 등 청소년 단체들이 '18세선거권만으로는 부족하다, 제대로 된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한다'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했다.
 지난달 10일 광화문광장에서 아수나로 등 청소년 단체들이 '18세선거권만으로는 부족하다, 제대로 된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한다'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했다.
ⓒ 아수나로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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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선거권이 단순히 선거권자의 범위 문제 이상으로 청소년인권의 문제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이후 청소년운동의 영향이 컸다. 청소년인권 보장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청소년들이 온라인과 광장에서 정치적 주체로서 활동하는 모습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2002년 대선이나 2004년 총선 등에서는 청소년운동 단체들이 18세 선거권을 주장하며 모의투표, 캠페인 등을 전개했다.

18세 선거권은 청소년 정치 참여를 위한 관문처럼 여겨졌고 청소년운동 주체들의 선택에 의해 이슈화되었다. 당시 청소년운동을 포함한 시민사회운동 단체들은 2004년 총선 이후 17대 국회의원들을 설득하여 18세 선거권에 찬성한다는 서명을 과반수 가까이 받아내기도 했다.

사실 18세 선거권은 (당연하게도) 단지 18세부터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일 뿐이다. 18세 선거권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청소년 전반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거나 청소년의 권리가 보장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18세 선거권이 청소년인권의 문제로 생각된 이유는, 한국에서 규정하는 초·중·고등학생 및 미성년자 집단의 일부를 포함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와 한국의 교육제도는 10대 이하 '미성년자'들의 인권을 널리 침해해 왔다. 그런데 이처럼 인권을 부정당해 온 청소년들이, 그중 일부라지만 참정권을 가지게 된다는 것, 그것이 18세 선거권의 의미였고 가장 중대한 쟁점이었다. 현행법상 정당 가입의 권리도 선거운동의 자유도 모두 선거권자에게만 허용되기에 선거권은 전반적인 정치적 권리의 보장을 의미하기도 하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아동(child)·미성년자의 기준은 만 18세 미만으로 통용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만 18세에서 19세까지도 아동·미성년자이자 중등교육 대상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한국은 다른 현대화된 국가들에 비해 아동·학생의 권리 상황이 열악하고 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부족하다. 그래서 한국에서 18세 선거권 주장은 더 큰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적 특수성을 강변하며 18세 선거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청소년인권은 안중에도 없는 주장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지만 말이다.

청소년들이 이끌어낸 '18세 선거권' 논의

분노한 중고생 "박근혜 퇴진" 5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내려와라_박근혜' 2차 범국민대회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중고생들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5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내려와라_박근혜' 2차 범국민대회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중고생들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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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로 18세 선거권을 논의하면서 청소년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필연적이다. 2005년 국회에서 벌어진 선거권 제한 연령에 관한 논쟁도 주로 그런 내용이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일부라도 고등학생이 포함되는 것이 문제'이고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고 하면서 정치적 자유를 주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8세 선거권을 당론으로 갖고 있던 열린우리당도 청소년 참정권의 문제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운동 단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2005년에 선거권 제한 연령이 19세로 결론이 났던 이유다.

2015년 말에 벌어진 선거제도 개정 논의 때 새누리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18세 선거권을 하되 고등학생은 제외'한다는 해괴한 안이 등장했던 것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사실 고등학교 재학생은 제외하자는 것은 2005년에 이종걸 열린우리당 의원도 꺼냈던 말로 기록되어 있다). 이는 지금도 18세 선거권에 반대하는 이들이 청소년, 특히 고등학생이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내세우는 모습으로 반복되고 있다. 그러므로 청소년에게는 정치를 금지해야 하며 청소년은 시민이 아니라는 우리 사회의 오랜 규범과 인식을 돌파하지 않으면 18세 선거권 달성도 쉽지 않을 것이다.

청소년에게 정치를 금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이미 정치적 주체로 행동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모습이다. 현재 18세 선거권 논의는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 의결을 이끌어낸 시민운동의 힘을 받아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시국선언 등 다양한 활동을 한 것이 큰 영향을 주었다. 또한 18세 선거권 등을 요구하는 청소년들의 주장이 조명을 받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그동안 체벌이 법령상으로는 금지되고 일부 지역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는 등 청소년인권에 대한 사회적 의식이 조금이라도 높아진 점, 그리고 청소년 참정권을 주장하는 논리 역시 좀 더 탄탄해진 것도 힘이 되고 있다. 국회 상황을 비롯하여 이번에는 18세 선거권이 실현되리라는 희망을 갖게 되는 이유이다. 18세 선거권은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 전반에도 변화의 계기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청소년인권'에 대한 논의로 이어져야

 19일 오전 18세 선거권 보장을 위한 국민대회가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대회의실에 가득 찬 사람들이 손피켓을 들고있다
 지난달 19일 오전, 18세 선거권 보장을 위한 국민대회가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대회의실에 가득 찬 사람들이 손피켓을 들고있다
ⓒ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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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또한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앞서 말했듯이 18세 선거권이 곧 청소년 참정권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이다. 18세 선거권을 통해 선거권을 갖게 되는 사람들은 청소년 집단 중 극히 소수이다. 18세 선거권 실현만 가지고 청소년들이 한국 대의 정치에서 의미있는 영향력을 행사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한국 사회가 계속해서 '성인'과 '미성년자'를 나누고 '미성년자'에게는 참정권을 포함한 각종 인권을 제한하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면, 18세 선거권 실현도 단지 19세였던 기준선을 18세로 바꾼 것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즉, 18세 미만의 청소년들은 여전히 참정권도 무엇도 없는 상황에 놓여 있게 될 것이다.

2016년의 촛불집회는 민주주의가 단지 정기적인 선거 그 이상의 것임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그런데 촛불집회 이후의 논의가 선거권으로만 귀결된다는 것은 역설적인 일일 것이다. 적어도 촛불집회에 참여하거나 시국선언을 한 청소년들이 학교로부터 위협이나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던 현실은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수능 끝난 고3들이 거리로 나오길 기대했던 시민들이, 이제는 수능시험과 상관없이 고등학생들이 우리 사회의 중대한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발언하고 행동할 수 있는 교육환경과 삶의 조건을 만들 방도를 고민한다면 어떨까?

선거권 제한 연령이 18세인 많은 나라들은, 동시에 청소년들이 정당에 가입하고 자유롭게 정치활동을 할 수 있으며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고 청소년의회 등의 제도로 정책에 대해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 18세 선거권도 이루어야 하겠지만, 설령 투표를 못 하더라도 그 사회의 시민으로서 참여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18세 선거권에 대한 국회 안팎에서의 논의가 청소년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민주주의는 우리가 표의 주인이라는 뜻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사회와 국가의 주인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공현씨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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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인권활동가,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등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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