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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에서 받은 문자. 독감 때문에 설연휴기간 환자의 면회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이다.
 요양병원에서 받은 문자. 독감 때문에 설연휴기간 환자의 면회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이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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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휴대폰으로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어머니가 계신 요양병원에 독감이 돌아 설 연휴 동안 면회를 자제해 달라는 병원 측의 당부가 담긴 문자였다. 이 문자를 받고 이번 설에는 요양병원에 계신 노인들이 유난히 더 외로우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머니 외에 또 한 분의 모습이 머리를 스쳐 갔다. 요양병원에는 올해로 90세가 되신 할머니 한 분이 계신다. 할머니는 병원을 찾을 때마다 늘 "아들 같다"며 "자주 오라"는 말을 빼놓지 않으신다. 그리고 요즘에는 "자식들이 날 미워하는 것은 아닌지, 날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며 "자격지심이겠지?"라고 재차 확인까지 하신다.

할머니는 사람이, 그중에서도 젊은이들이 그리운 듯 보였다. 왜 아니겠는가. 할머니에 비하면 '새파란 청춘'인 40대의 필자도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을 보면, 반갑고 가슴 뭉클할 때가 있다. 지난해 충남 홍성으로 귀촌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저녁이면 집에서 얼마 멀지 않은 청운대학교로 마실 겸 산책을 나가곤 했다.   

대학생들의 몸짓 하나하나, 심지어 그들의 활기찬 걸음걸이에도 눈길이 갔다. 사실 서울에서 콩나물이 시루에 담기듯 지하철에 몸을 싣고 출퇴근할 때는 사람이 마냥 귀찮고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젊은 학생들을 보기가 좀처럼 어려운 시골의 작은 도시에서 대학생들이 즐겁게 웃고 떠드는 모습은 반가움 그 이상이다. 

주변에 청년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하고, 안심이 된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요양병원에서 매주 만나는 90대 할머니가 필자를 보고 유독 반가워하시는 것도 아마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한국에서 노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요양병원에서 매주 만나는 90대 할머니가 필자를 보고 유독 반가워하시는 것도 아마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요양병원에서 매주 만나는 90대 할머니가 필자를 보고 유독 반가워하시는 것도 아마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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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으로 여유가 넘치는 노인이 아니라면, 상당수 노인들은 입원비 100만 원 미만의 요양병원에서 치료 겸 요양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열악한 병원의 경우 요양보호사 한 사람당 8명 이상의 환자를 돌보기도 한다. 출퇴근도 없이 한 달 내내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일하는 요양보호사들도 흔하다. 이런 열악한 환경 탓에 요양병원발 사건 사고도 종종 터진다. 그때마다 요양병원에 부모를 입원시킨 가족들은 불안에 떨기도 한다. 

한국에서 노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것도 몹시 불편한 몸으로 요양병원에서 설을 맞이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하다. 요양병원들은 '환자를 가족처럼 모시겠다'며 광고를 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이 아무리 환자를 잘 보살핀다고 해도 그것은 말 그대로 '가족처럼'일 뿐이다.

언젠가 어느 기사에서 본 것으로 기억하는데, 노인들은 기본적으로 외롭다고 한다. 노인에게 자식이 있든 없든 노인들이 느끼는 외로움의 크기는 비슷하다는 것이다. 노인들의 이런 심리까지도 세심하게 배려하는 정책과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노인들에게 삼시세끼 밥과 약을 잘 챙겨 드리고 보살피는 것도 물론 상당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기본일 뿐이다. 이제는 그 이상을 고민해야 할 시점인지도 모른다. 노인 요양병원은 단순히 노인들을 '가두고 수용'하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태그:#요양병원 , #명절, #설날, #할머니,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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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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