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슐럽(오른쪽)은 영입과 동시에 크리스탈 팰리스의 주전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제프리 슐럽(오른쪽)은 영입과 동시에 크리스탈 팰리스의 주전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 크리스탈 팰리스


지난 14일(이하 한국 시각) 크리스탈 팰리스는 레스터 시티의 '윙어' 제프리 슐럽을 영입했다. 이적료 1250만 파운드(약 179억 원), 계약 기간 4년 6개월에 이르는 장기 계약이었다. 슐럽은 곧바로 경기에 투입됐다. 15일 웨스트햄과 경기에 교체로 출전해 9분간 그라운드를 누볐고, 22일 에버턴과 경기에는 선발로 나서서 88분을 뛰었다.

반면 '블루 드래곤' 이청용은 윌프레드 자하의 '2017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참가로 인해 기회가 생겼음에도 주전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친정팀이자 3부리그 팀 볼턴을 상대로 한 FA컵 경기에 선발로 나섰을 뿐, 여전히 벤치를 벗어나지 못했다. 심지어 샘 앨러다이스 감독은 가장 최근 열린 에버턴과 경기에서 스리백 전술을 선보이며, 미드필드 자원 하나를 줄였다.

이 경기에서 조엘 워드와 슐럽이 양 측면 윙백을 담당했고, 제임스 맥아더와 제이슨 펀천, 요한 카바예가 중원을 구성했다. 여전히 이청용을 위한 자리는 없었다. 포백 전술에서 자하와 앤드로스 타운센트를 상대로 측면 경쟁을 벌이는 것도 힘겨웠는데 본래 포지션이 아닌 윙백이나 중앙 공격형 미드필드로 나서야 하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이청용, K리그 복귀도 생각해야 할 때

무엇보다 슐럽의 영입이 이청용에게 주는 메시지가 강력하다. '핵심' 측면 자원인 자하와 타운센트가 건재한 상황에서 슐럽을 영입했다는 것은 이청용을 포함한 벤치 자원을 믿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청용이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크리스탈 팰리스를 떠나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더욱 힘겨운 경쟁을 치러야 한다.

자하의 복귀가 다가오고 있고, 타운센트와 슐럽이 측면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에는 카바예와 펀천이라는 팀 전력의 핵심 자원이 버티고 있다. 상황에 따라 펀천은 측면에도 나설 수 있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이청용은 경쟁자의 부상이나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경기 출전도 확신할 수가 없어졌다.

그렇다고 이적도 쉽지가 않다. 이청용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족적을 남겼던 때는 볼턴의 '에이스'로 맹활약했던 2010·2011시즌이었다. 이후에는 끔찍한 부상으로 인해 기나긴 재활을 거쳐 챔피언십 무대를 누벼야 했다. 2015년 겨울 크리스탈 팰리스로 이적하며 프리미어리그 무대로 복귀했지만, 이전과 같은 활약은 볼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이청용을 영입할 유럽 내 팀이 있을지 미지수다. 한국 나이로 30살이 됐고, 유럽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시절은 너무 오래 지났다. 

    이청용(오른쪽)에게 K리그 복귀가 해답이 될 수도 있다.

이청용(오른쪽)에게 K리그 복귀가 해답이 될 수도 있다. ⓒ 크리스탈 팰리스


그러나 유럽이 아닌 K리그 복귀를 선택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과거와 비교해 기량에 대한 의문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K리그가 낳은 최고의 스타인 만큼 그의 복귀를 거부할 팀은 거의 없다.

사실상 이청용의 마지막 도전이라 할 수 있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K리그 복귀가 나쁘지 않은 이유다. 이청용은 현 대표팀 내에서 기성용과 함께 가장 많은 경험이 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의 성공도 맛봤고, 2014 브라질 월드컵의 실패도 경험했다. 오랜 시간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며 수많은 경험도 쌓았다.

한국 축구의 '영웅' 박지성이 그랬던 것처럼 이청용도 자신의 마지막 도전인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이끌어줄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한 경기 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 유럽 내 이적이 힘들다면, K리그로 돌아와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젊은 선수들과 공유하고, 기량 회복과 함께 월드컵을 준비해나갈 필요가 있다.

이청용은 한국 축구의 소중한 자산이다. 박지성 이후 최고의 스타였고, 기성용과 함께 대표팀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선수다. 이제는 자신과 한국 축구를 위해 결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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