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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지난 20일부터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곧, 바이전'이라는 제목의 시국 비판 풍자 전시회에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누드화가 내걸려 '여성비하' 논란이 일고 있다.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이구영 작가의 '더러운 잠'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누드로 풍자됐고,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침몰하는 세월호 벽화를 배경으로 주사기 다발을 들고 시중을 들고 있다. 박 대통령의 복부에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과 사드로 보이는 미사일 그림이 그려져 있다.
▲ 박 대통령 풍자한 누드화 국회 전시 논란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지난 20일부터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곧, 바이전'이라는 제목의 시국 비판 풍자 전시회에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누드화가 내걸려 '여성비하' 논란이 일고 있다.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이구영 작가의 '더러운 잠'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누드로 풍자됐고,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침몰하는 세월호 벽화를 배경으로 주사기 다발을 들고 시중을 들고 있다. 박 대통령의 복부에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과 사드로 보이는 미사일 그림이 그려져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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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는 아무거나 표현할 자유가 아니라 억압받아 표현 행위를 침해당하지 아니할 자유라고 나는 해석한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 있다면 자유, 평화, 평등과 같은 추상적 개념들을 눈에 보이는 것처럼 표현함으로써 삶을 예술보다 아름답게 만들거나 삶을 예술보다 낯설게 만드는 것이라고 짐짓 생각한다.

예술은 때로 세상과 가장 먼저 싸우고 가장 먼저 문제를 일으키고 가장 많은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인식의 시대가 열리도록, 그 육중한 문의 경첩에 발릴 기름의 역할을 하면서 삶을 이해하는 층위가 다양해질 수 있도록 용감하게 스스로를 내던진다.

맥락 없이 성적 대상화... 붓을 권력처럼 쓰면 안 된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와 같은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블랙리스트도 생기고 예술인들이 핍박받았으니 '마음껏 풍자하라, 그것도 국회에서!'라며 전시를 주최했을 거다. 그걸 '선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마네의 올랭피아는 감히 인류 최초(물론 최초의 의미는 축소시켜 받아들이길)로 여신의 자리에 매춘부를 눕혀놓은 작품이었다. 게다가 여신처럼 벗은 게 아니라 실오라기 하나 없이 벗고 있다. 심지어 관객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건 도발이었다. 어마어마한 논란이 있었다. 우리가 이걸 예술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네의 도발은 강자의 자리에 약자를 위치시켰기 때문에, 화가보다 훨씬 더 큰 힘을 가진 관객을 벌거벗길 수 있었다. 그런데 논란이 되고 있는 이 그림은 맥락도 없이 박근혜를 성적 대상화하고 벗긴 것에 불과하다. 이런 조악한 풍자를 예술이라 여기는 이들의 인식 수준을 보라. 예술가로서 동료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악랄한 감정 그대로를 표출하자면 이런 그림은 도태되길 바라고 폐기되길 바란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있네 없네 하며 분노하거나 자조하던 동료 예술가들에게 '그렇다고 오버액션을 취하지는 말자'며 불편한 글을 썼던 적이 있다. 바로 이런 그림이 나올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아니나다를까 현재 정치적-사회적 상황을 발판삼아 이런 그림이나 그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웹툰에서 박근혜를 벗기고 캔버스에서 박근혜를 벗기고 여기저기서 벗긴다.

단언컨대 그런 것을 그리는 작가는 죄다 남자다. 틈만 나면 여성을 대상화하고 벗겨댄다.  박근혜 탓에 훼손되는 '여성-인간'에 아파하는 예술가가 아니라 박근혜를 '년'으로 소비하며 노는 이들이다.

표창원 의원과 그림을 그린 작가는 뼈저린 반성을 하길 바란다. 붓을 빼앗는 권력도 나쁘지만, 붓을 권력처럼 쓰는 것도 나쁘다. 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표현의 자유는 아무 거나 그릴 자유를 뜻하지 않음을 인식하길 바란다.


태그:#박근혜, #풍자, #표창원, #예술, #표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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