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의 공식 FA 시장은 마감되었지만,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과 여전히 협상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24일 FA  정성훈(LG 트윈스)도 난항 끝에 1년 7억원에 재계약했다. 그리고 최초의 100억원을 뛰어넘는 초대형 규모의 계약이 나왔다.

'빅 보이' 이대호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동안 이어졌던 해외 리그 생활을 마치고 KBO리그에 돌아왔다. 24일 롯데 자이언츠는 FA 선수 이대호와의 4년 총액 150억원 계약 체결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일본 리그 4시즌, 메이저리그 1시즌 후 금의환향인 셈이다.

이대호는 구단 발표를 통해 메이저리그 선수로 뛰는 꿈을 이뤘고, "롯데 자이언츠에서 팀 동료들과 함께 우승하는 마지막 소원을 이루고 싶다. 팬들이 그리웠으며 가치를 인정해 준 구단에도 감사한다"고 밝혔다.

부산 소년 이대호, 롯데에서 빅 보이가 되다

1982년 6월 21일 생으로 부산 수영구 태생이었던 이대호는 2001 신인 드래프트 2차 지명에서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롯데에 지명됐다. 추추 트레인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와는 수영초등학교 동창으로 어린 시절부터 친구 사이였는데, 당시 추신수는 1차 연고지 지명을 받았지만 꿈을 위해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2001년 6경기로 KBO리그를 처음 맛 본 이대호는 2002년과 2003년에는 74경기와 54경기에 출전했고,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풀 타임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2004년 20홈런을 날리며 본격적으로 파워를 뽐내기 시작했던 이대호는 2005년에도 21홈런을 날리면서 홈런 타자 인생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한 차례 체중을 감량한 뒤 2006년 시즌을 맞이한 이대호는 선구안을 개선하면서 타율도 크게 향상됐다. 그리고 2006년 0.336의 타율과 26홈런 그리고 88타점을 기록하면서 타격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했다. 비록 리그 MVP는 당시 괴물 신인이었던 류현진(당시 한화 이글스, 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게 내줬지만 당시 투고타저 시대였음을 감안하면 놀라운 활약이었다.

이대호는 2007년 급격한 볼넷 증가 효과를 봤다. 2006년과 2007년을 비교하면 삼진은 55개로 같았지만, 트리플 크라운의 이력 때문이었는지 고의사구가 크게 늘어나며 시즌 볼넷이 97개나 되었다. 당시 롯데 라인업이 이대호 앞뒤로 받쳐줄 마땅한 타자가 없어서 상대 투수들이 4번타자 이대호를 거르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한 이대호는 타율 0.360에 3홈런 10타점으로 맹활약, 대한민국이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획득하는 데 기여했다. 소속 팀에서도 0.301 타율에 18홈런 94타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기도 했다.

병역 혜택을 받은 이대호는 2010년에 도루(0개)를 제외한 나머지 타격 부문에서 1위를 독차지했다. 타율 0.364에 출루율 0.444 장타율 0.667로 비율 스탯에서도 1위를 석권했고, 174안타 44홈런 133타점 99득점으로 타격 7관왕이 됐다.

게다가 8월에는 9경기 연속 홈런으로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 기록은 8경기 연속 홈런으로 아직까지 이 기록이 깨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활약으로 이대호는 2006년 이후 류현진과의 MVP 리턴 매치에서 승리하고 KBO리그 MVP가 됐다.

우승을 경험했던 일본, 큰 무대 꿈을 이뤘던 메이저리그

2011년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취득한 이대호는 오릭스 버팔로스와 2년 7억엔에 계약하고 해외 리그에 진출했다. 공교롭게도 오릭스는 2011년 박찬호(은퇴)와 이승엽(현 삼성 라이온즈)이 잠시 거쳐간 팀이었다.

이대호는 본격적으로 몸이 풀리고 나서는 실질적으로 오릭스 타선을 이끌었다. 앞뒤로 이대호를 받쳐주는 타자가 없어 혼자 고군분투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대호는 2위와 12타점 차이로 퍼시픽리그 타점왕(91타점)을 달성했다.

퍼시픽리그 2년 연속 올스타를 경험한 이대호는 오릭스와의 2년 계약이 끝난 뒤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2년 계약을 체결했다.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소프트뱅크에서 활약하게 된 이대호는 2014년과 2015년 재팬 시리즈에서 2년 연속 챔피언을 경험했으며, 2015년에는 재팬 시리즈 타율 0.500 2홈런 8타점으로 한국인 최초로 재팬 시리즈 MVP까지 차지했다.

프리미어 12에도 참여했던 이대호는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경기에서 역전 투런 홈런을 작렬하며 승리에 기여했다. 일본과의 4강전에서는 9회초 무사 만루 상황에서 역전 적시타를 날렸는데, 오타니 쇼헤이(닛폰햄 파이터스)의 역투에 막혀 8회까지 한 점도 못 냈던 대표팀은 이대호의 활약에 힘입어 결승에 진출, 초대 대회 우승까지 차지했다.

소프트뱅크와 2+1년 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대호는 2번째 시즌에서 500타석 이상 출전할 경우에 한하여 메이저리그 진출만 가능한 옵트 아웃 조건을 붙였다. 일본 리그에서 우승까지 경험한 이대호는 2016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하고 스프링 캠프에 초청 선수로 참가했다가 25인 로스터까지 합류하는 데 성공했다.

바늘구멍 같았던 경쟁을 통해 메이저리그 로스터까지 진입했던 이대호는 매리너스의 프랜차이즈 사상 처음으로 신인 선수 대타 끝내기 홈런을 날리기까지 했다. 멀티 홈런 경기를 날리는 등 활약했지만 플래툰 시스템으로 인하여 출전 기회를 확실하게 보장 받지는 못했다.

마지막 소원, 롯데의 우승을 위한 "부산행"

매리너스와의 계약이 만료된 이대호는 FA 자격을 얻어 새로운 팀을 찾기 시작했다. 보다 많은 출전 기회를 받을 수 있는 팀을 찾으려고 했지만, 30대 중반의 이대호를 풀 타임 주전으로 찾는 팀은 그리 많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서 1년 동안 플래툰에 그쳤던 점으로 인해 확실한 검증 데이터도 부족했다.

그러던 중 롯데에서 FA 자격을 얻었던 황재균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며 FA 협상기간 동안 롯데와 계약을 하지 않았다. 황재균은 24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스플릿 계약을 맺고 스프링 캠프에 초청 선수로 참가하게 됐다.

꿈을 위해 황재균을 보내준 롯데는 KBO리그 FA 시장에 나왔던 그 어떤 선수와도 계약을 하지 않고 있었다. FA 시장에서 영입 없이 조용히 겨울을 보낼 것 같았던 롯데는 이대호 한 명을 영입한 것으로 순식간에 큰 손이 됐다.

FA 자격으로 해외 리그에 진출했다가 복귀한 선수가 계약한 금액 중 이전까지 최고 규모는 윤석민(KIA 타이거즈)의 기록이었다. 윤석민은 FA 자격을 얻은 뒤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는데, 첫 해에 마이너리그 옵션이 있었다는 점 때문에 단 한 번의 기회도 얻지 못한 채 트리플A 노포크 타이즈에서만 머물렀다.

마이너리그 옵션이 소진된 윤석민은 팀에서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로 자신을 부르지 않는 상황이 되자, 마이너리그 스프링 캠프에 가지 않고 개인 훈련을 진행했다. 그리고 오리올스와 남은 계약을 해지한 뒤 KIA와 4년 90억원 계약을 맺었다. 당시 기록으로 최정(SK 와이번스 4년 86억원)의 기록을 뛰어넘는 최고 금액이었다.

롯데 이윤원 단장은 이대호가 개인 훈련을 진행하고 있던 일본 사이판으로 건너가 끈질기게 이대호를 설득했다. 이대호 역시 선수 생활의 마무리는 부산에서 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 양측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롯데는 이대호에게 KBO리그 역대 최고 규모의 계약을 안겼다.

다만 1년만 더 늦었어도 이대호가 이런 규모의 계약을 맺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1982년 생의 이대호는 올해로 만 35세가 된다. 바로 전날 210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은 더스틴 니퍼트(두산 베어스)의 경우만 봐도 이대호보다 한 살 많다. 두 선수 모두 향후 이런 큰 규모의 계약을 맺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이대호는 역대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부산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오는 30일 서울 송파구 롯데 호텔 월드에서 입단식을 열고 다시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될 이대호는 3월에 열리는 제 4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 참여하는 데 있어서도 큰 지장을 받지 않게 됐다. 고향 팀의 우승이 마지막 소원이라 밝힌 이대호가 국내 팬들에게 다시 한 번 화끈한 방망이를 선보일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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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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