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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가요 100년 역사에서 가장 어두운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일제 말기 군국가요를 정리한 음반이 지난 1월 20일에 발매되었다.

옛 가요 사랑모임 유정천리와 민족문제연구소가 '일장기 그려 놓고 성수만세 부르고'란 부제로 함께 만든 군국가요 선집에는 <아들의 혈서>, <결사대의 아내>, <혈서 지원>(부제의 출처) 등 대표적인 군국가요 40곡이 수록되었다. 또 음질 불량, 자료 미확보 등 이유로 수록하지 못한 28곡 관련 정보도 따로 정리되어 해설에 포함되었다.
 군국가요 40선 음반
 군국가요 40선 음반
ⓒ 민족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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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부터 1943년까지, 즉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시기에 만들어진 군국가요는 엄연한 역사적 실체임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까지 극히 단편적인 정보만이 제한적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다 1987년에 재일교포 대중가요 연구가 박찬호의 저서 <한국 가요사>가 일본에서 출간되고, 그 번역본이 1992년에 한국에서도 나오면서 본격적인 공론화 계기가 마련되었다. 이번 선집 제작은 박찬호의 저서 이후 30년 만에 이루어진 의미 있는 작업이기도 하다.
 <한국 가요사>(2009년 증보판)
 <한국 가요사>(2009년 증보판)
ⓒ 미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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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정천리 부회장으로 민족문제연구소 담당자와 함께 이번 음반 제작에 참여했다. 지난 2003년에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친일 음악의 진상' 전시회를 개최했고, 그 전시 내용의 오류를 지적하는 글을 내가 또 오마이뉴스를 통해 썼음을 생각해 보면(내가 쓴 두 번째 기사였다), 이번 음반 공동 제작에 얽힌 인연에도 기구한 바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 2006년에 한국음악협회 경기도지회와 민족문제연구소가 함께 펴낸 홍난파 연보를 봐도 그렇지만, 상호 존중하는 충돌과 화합을 통해 보다 나은 역사적 결과가 나올 수 있음도 생각하게 된다.

군국가요 선집을 만드는 일은 근 반년 동안 집중적인 작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관련 자료를 모두 모아 검토하고, 그 가운데 수록할 작품을 고르고, 최종 선정된 노래의 음원을 다듬고 가사를 정리하고. 각 단계별로 유정천리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기에 짧은 집중 작업이 또 가능했다. 당초 모임 내에서 군국가요 선집 제작에 대해 다소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옛 가요의 어두운 역사를 가장 객관적인 입장에서 효과적으로 써 남길 수 있는 곳은 결국 유정천리라는 공감이 참여의 바탕이 되었다.

생각해 보면 오마이뉴스 또한 이번 음반 제작에 간접적으로 기여한 바가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전시 관련 기사 이후, 나는 2003년 6월부터 1년 동안 군국가요에 관한 기사를 오마이뉴스에 연재했고, 그것이 더 나아가 민족문제연구소에서 간행한 <친일인명사전> 집필과 정부 기구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조사 참여로 이어졌다. 그 십수년 공부의 압축이 곧 이번 군국가요 선집의 해설이다.

 군국가요로 오인되었던 <감격시대>
 군국가요로 오인되었던 <감격시대>
ⓒ 이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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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집은 군국가요의 실상을 가장 정밀하게 보여 준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아울러 군국가요에 관한 오해를 푸는 데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예컨대 친일가요와 군국가요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일부 논자들의 무분별한 공격으로 군국가요라 오인된 <감격시대> 같은 곡이 왜 군국가요와 관련이 없는지 등을 이해하는 데에 조금은 참고가 될 것이다.

의미 있는 작업이기는 하지만, 군국가요 40선 음반 제작이 완결로 끝날 일은 물론 아니다. 음원을 담지 못한 곡이 많이 남아 있고, 아직 존재조차 확인되지 않은 군국가요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군국가요 외 친일적 내용을 담고 있는 당시 음반, 예컨대 조선어 나니와부시 같은 것의 복각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일이고, 사회주의나 민족주의 내용을 담고 있어 금지되었던, 군국가요의 맞은편에 있는 옛 가요의 복원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갈 길은 멀지만, 근거 없는 외침의 공허와 왜곡을 채우고 바로잡는 일은 그러한 작업들을 묵묵히 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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