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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상씨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는다
 황철상씨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는다
ⓒ 김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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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눌하고 거동이 불편한 사내가
손가락에 검정 때를 묻힌다
하루에 서른 켤레는 닦아야
입에 풀칠이나 할 수 있다며
자신의 고단한 삶을 닦는다
손가락에 검정 문신을 새기며
자신이 누구인지를 고백할 때
눈앞에 떨어지는 푸른 지폐 석 장
세상은 얼마나 지엄한 곳인가
세상은 또 얼마나 경건한가
몇 천원을 우습게 아는 자여
그대는 내일 지옥에 있으리라
아침에 집을 나와 구두를 닦는다
어리석은 내 마음을 씻는다

어느 시인이 쓴 '구두를 닦으며' 라는 시다. 구두닦는 일은 천한 직업으로 모두가 부끄러워하는 3D 직종으로 천시여긴다. 그래서 구두를 닦는 사람도 또한 구두를 닦는 본인도 스스로 기죽어 하는 직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구두를 닦으러 갔다가 위의 시에 나오는 주인공을 만난 것 같아 기뻤다.    

파주금촌 시내에서 구두방을 운영하는 황철상(68) 어르신은 귀가 먹고 몸이 어눌한 장애인이다. 그곳에 가면 내가 하는 소리는 하나도 그에게 전달할 수 없고, 그가 구두의 상태를 보면서 하는 말만을 들어야 한다. 처음에는 답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차차 그곳을 단골로 이용하면서 그곳에 가면 많은 감동을 받고 나온다. 그의 구두 수선소는 말하자면 나에게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는 눈을 열어주는 곳이기도 하다.   

몸에 장애가 있어 구두를 힘겹게 받아들어 몸을 비틀어 구두를 닦고, 신발을 수선하는 그의 행동을 보면 보는 이가 안타까울 정도다. 하지만 장애자고 나이가 든 노인이지만 그의 구두에 대한 수선기술과 서비스는 감동 그 자체다. 

그는 구두를 수없이 문지르고 불빛에 비추어 보는 일을 반복한다. 구두 하나 닦는 일을 대충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눈이 나빠서 그런가 하고 생각했지만 불빛에 비추어 닦은 부분이 얼룩이 진 것이 없나 살펴보는 행동이다. 나중에는 거울보다 더 반짝거리는 구두를 닦기 위해 그가 온 몸으로 기울이는 몸부림이었음을 알게 된다. 구두 하나를 닦는데도 이만큼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면 대충대충 일을 처리하는 자신이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황철상씨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는다. 요즘 구두를 닦는 사람들을 보면 불광을 낸다고 멀쩡한 구두를 힘을 들여 닦는 대신 구두를 불에 그슬리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구두가 쉽게 상해져서 좋은 구두의 수명을 단축하게 된다. 오직 약을 묻히고 온 몸으로 닦고 또 닦아야지만 올바른 광이 나고 가죽의 상태가 좋아진다.

오래신은 구두인데 가죽이 헤어져서 갈라져 그것이 고민이 되었으나 조금 신다가 버릴 생각으로 닦기만 했었다. 하지만 구두를 받아 든 그는 오래 신어 갈라진 부분을 같은 색의 가죽을 잘라 덫 대어 주는 친절을 아끼지 않았다. 놀라운 일은 나중에 계산할 때 수선비를 받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는 망설이는 나에게 한사코 손을 흔들며 구두 닦은 값만 받는다. 구두 닦는 과정에서 생긴 소소한 수리는 그냥 서비스로 해주었다.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람을 대하는 법이나 마음씀씀이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그 구두 수선방에 들어가면 정말 사람은 외모로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구두를 닦으러 들어갔다가 그의 무언의 행동에서 마음까지 밝아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사람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천직으로 여기고 최선을 다해 정성을 들이며,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우리사회는 희망이 있는 사회가 될 것이다.      



태그:#천사, #구두, #장애, #희망,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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