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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연못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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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바닥이 드러났다고
금붕어들 유유자적하다 
-이상옥의 디카시 <대춘부(待春賦)>

지난 11일 밤 정주 신정공항에서 출발 옌타이공항에 도착하여 인근 호텔에서 묵고 12일 오전 옌타이공항에서 부산공항으로 입국했다. 겨울이라 옌타이공항에서 밤을 지새우기란 무리. 안내원에게 공항 인근에 호텔이 있느냐고 물으니 가까운 곳에 호텔이 있다고 했다. 알려준 방향으로 정처 없이 걸어가다 행인에게 물어 겨우 호텔을 찾을 수 있었다.

잠시 눈을 붙이기에는 고급스러운 호텔이었지만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지는 않았다. 마침 호텔에 체중계가 있어 몸무게를 달아보니, 4킬로 정도 빠졌다. 환경이 바뀌니 몸도 바뀌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거지만 생각보다 몸이 많이 부실해진 것 같았다.

연타이 공항 인근 국제호텔
 연타이 공항 인근 국제호텔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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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지 열흘이 지났다. 신토불이라고 한국인의 몸에는 역시 한국 땅에서 난 음식이 최고다. 휴식을 취하며 음식을 골고루 먹으니 금방 원상으로 회복되는 것 같다. 워낙 우유, 빵 등을 좋아하는 탓이긴 하지만, 중국에서는 우유 과일 빵 등을 주식처럼 먹었다. 그게 영양 결핍을 초래했는지, 한국 오기 전부터 갑자기 잇몸이 아파서 약을 사먹고 견뎠다. 한국에 와서 치과에 갔더니 어금니 한 개를 거의 뽑아야 할 정도로 잇몸 부위 골 조직이 망가졌다는 진단이었다.

뽑거나 신경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걸 치과를 옮겨서 다른 치료방법은 없는지 문의한 결과 잇몸 치료만 하고, 경과를 지켜보자고 했다. 흔들거리며 통증을 유발하던 어금니가 차츰 안정되는 느낌이 든다. 아무 문제가 없던 치아가 갑자기 부실해진 것도 음식 섭취를 제대로 하지 않아 영양이 부족하여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한국에서 음식물을 골고루 섭취한 때문인지, 어금니도 차츰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 겨울 방학 기간엔 한국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겠다는 생각이지만, 계속 여러 가지 일들이 생겨서 마냥 여유롭게만 지낼 수는 없는 형편이다.

연못에 물을 공급해주다.
 연못에 물을 공급해주다.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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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시골집의 연못의 금붕어들이 아직 건재해 있다는 것이 참으로 대견스러웠다. 방치해두었던 고향 시골집을 집필실 용도로 사용하려고 리모델링한지도 사오년이 지났다. 그때 마당 우물 옆에 작은 연못을 만들고 금붕어들 사서 넣어두었는데, 그 녀석들이 완전히 적응하여 생존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지금이 혹독한 겨울이지만 얼음 밑에서도 꿋꿋이 견뎌내고 있다.

봄도 멀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지난해 3월 1일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



태그:#디카시, #대춘부, #금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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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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