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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뉴스의 배경>(조영주, 파사주, 2016.12)은 다음과 같이 출간의도를 밝힌다.

"뉴스는 '재미'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취향 저격'에 초점을 맞췄다.…이 과정에서 정작 뉴스의 본질은 외면당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믿음이 깔려 있다. 요즘 사람들은 심각한 걸 안 좋아한다는 믿음, 문해력이 집중력이 떨어져서 짧고 가벼운 글 아니면 못 읽는다는 믿음이다."

출간의도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길고, 진지하다. 덕분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수험생이라도 된 것처럼 뉴스 속에 파묻혔다. 책장은 더디 넘어갔고, 앞부분이 기억나지 않아 몇 번이나 거꾸로 돌아가면서 책장을 넘겼다.

 <지식채널e> 작업을 한 조영주 작가가 쓴 <뉴스의 배경>. 책 내용은 제목 그대로다.
 <지식채널e> 작업을 한 조영주 작가가 쓴 <뉴스의 배경>. 책 내용은 제목 그대로다.
ⓒ 파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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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사건', '위작', '김영란법', '사드' 등 2016년을 뜨겁게 달군 뉴스를 심층분석했다. 더불어 젠트리피케이션, 조세피난처, IS, 공유경제, 마이너스 금리 등 요 몇 년 새 꾸준히 뉴스에 오르내리는 뉴스 또한 소재로 삼았다.

신문에서 뉴스가 정치, 사회 면만 있는 건 아니다. 책은 영화의 본래 화면 구도를 지켜주는 장치인 '마스킹', 요즘 영화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재인 '좀비', 인기 '미드'인 '왕좌의 게임'을 우리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글쓴이가 영화이론을 공부했다는 머리말을 보면 '아' 하고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자기 관심사구나 싶었지만 이 또한 편견이었다. 인공지능의 가공할 위력을 보여준 '알파고'라든지, 과학계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인 '중력파'를 파고든 걸 보면 글쓴이의 관심사엔 경계가 없었다. 책은 최근 가장 논란이 되는 이슈를 다루지만, 그 이슈들은 '포털'에서 질리도록 보는 뉴스와는 상관이 없다. 글쓴이는 안다고 생각하는 지식의 범위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고, 그 결과물이 이 책이다.

저자는 복잡한 사안을 짧지만 맛깔나게 구성한 '지식채널e' 작업에 참여했다. 책으로 출간된 <지식채널e> 7, 8권, <인사이드> <경제e> 작업에 참여했다. '지식채널e'를 만든 김진혁 PD가 뉴스타파에서 만든 프로그램인 <5분>에도 발을 담갔다. 이들 프로그램은 모두 뉴스 뒤에 감춰진 배경을 다루고자 했다.

'지식채널e'와 깊이 연결된 저자의 이력은 이번 책 출간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짐작했다. 조영주 작가는 뉴스 뒤에 숨은 진실을 찾기 위해 애썼지만 책으로 낸 건 모험이었다. 책에서 밝힌 것처럼 요즘 사람들이 짧고 가벼운 것만 좋아한다는 게 편견이라는 지적은 맞다. 단, 내용만큼 중요한 건 형식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5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국내 매체별 뉴스 이용률에서 가장 많은 건 텔레비전으로 86.8%다. 다음이 인터넷(mobile)으로 65.4%다. 인터넷(pc)가 39.8%다. 증가 속도로 봤을 때 인터넷(mobile)이 멀지 않아 1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의식조사 순위에서 종이신문과 라디오는 있어도 책은 없다. 세상에 누가 뉴스를 책으로 본단 말인가. 글쓴이가 몰랐을 리는 없다. 이렇게 뉴스를 보고 싶어하는 소수 독자가 있지 않을까 하는 배려심(?)에서 이 책을 펴냈다고 추측했다.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말주변이 없고 신중하게 답변하고 싶다고 해서 서면 인터뷰로 진행했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이다.

"객관적 사실은 환상이라고 생각한다"

 조영주 작가는 책으로 출간된 <지식e> 7, 8권 책임편집을 맡았다.
 조영주 작가는 책으로 출간된 <지식e> 7, 8권 책임편집을 맡았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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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렷한 기억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간다는 말이 맞다. 인터뷰를 위해 몇 주 전 읽은 책을 다시 꺼냈는데 내용이 참 새롭더라. 나같은 독자를 위해 이처럼 언제라도 뒤져서 관련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책을 펴낸 것인가.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이 의견들이 대화와 논쟁을 통해 좋은 결론을 도출하는 사회를 우리는 이상으로 여긴다. 그런데 이 대화와 논쟁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흐르려면, 타인을 존중하고 다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에 더해, 해당 사안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수반되어야 한다. 알다시피 요즘 뉴스, 정보가 워낙 많다. 관심 있는 분야가 아니라면 흘려듣기 십상이고, 그러다 보니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힘들다. 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은 책이 있으면, 물론 부족한 점이 많지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요즘 사람들은 뉴스를 크게 TV, 모바일, PC로 접한다. 비록 e북이긴 하지만 책으로 뉴스를 보는 건 생소하다. 그 수요가 어느 정도 된다고 판단했나.
"책의 콘셉트는 반복되는 뉴스, 지금 여기 와 있지만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뉴스의 '배경'을 알려주는 것이다. 요즘사람은 재미있고 휘발성 강한 뉴스만 선호한다고들 하는데, <네이버캐스트> 같은 심도 있는 콘텐츠가 나오는 걸로 보아 현안을 알고자 하는, 이해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을 타깃으로 삼았으나……(웃음)."

-<지식e> 7·8·inside, <경제e>, <5분> 해설글 집필을 했다. <지식e>, <경제e> 모두 '지식채널 e'에 속한 내용들이고, <5분>은 '지식채널e'를 만든 김진혁 pd가 뉴스타파에서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지식채널e>와 아주 오랜 인연을 맺은 듯싶다. 언제부터 이들 작업을 함께 했고, 이 작업들은 조영주 작가에게 어떤 의미인가.
"<지식e> 1권부터 6권까지를 쓴 작가가 있었는데, 건강이 좋지 않았다. 그를 대신해 2011년 7권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지식e> 원고가 일련의 형식을 요구하는데, 그게 묘하게 까다로워서 처음 쓸 경우 맞추는 데 애를 좀 먹는다. <경제e>와 <5분>을 쓰게 된 것도, 그 포맷에 익숙한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다.(웃음) 짧은 기간에 다양한 장을 아우르며 글을 써야 해서 매번 어렵고 고민이 정말, 정말 많지만, 그만큼 많이 배운다. 덕분에 조금 사람이 됐다.(웃음)"

-<지식e> 책을 보면 책임편집자로 돼 있더라. 책임편집이란 무엇인가.
"아, 8권까진가? 판권에 '해설원고 글'이라는 직책(?)이 없어서 임시변통으로 달아준 것이다."

-이 책 구상은 언제 했나. 자료조사를 여간한 게 아닐 텐데, 기간이 어느 정도 걸렸나.
"구상은 기획자가 먼저, 2년 전쯤 했다. 적당한 필자를 찾지 못해 내내 묵혀두다가, 2016년 초 나와 함께 본격적으로 목차를 짜기 시작했다. 원고는 7월부터 꼬박 3개월을 썼고, 자료 조사는 조사원의 도움을 받았다."

-담담하게 꺼낸 사실이 구호보다 더 힘이 있을 때가 있다. '개헌'에서 나온 내용이다. 프랑스혁명 시절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주장한 올랭프 드 구주가 단두대에서 처형당했다는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당시 여성은 시민이 아니라는 사실이 놀라웠고, 프랑스혁명조차 그랬다는 게 놀라웠다. 내가 프랑스혁명에 대해서 참 무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는 건 프랑스 혁명세력이 비슷한 시기 발발한 '아이티혁명'*은 지지했다는 것이다. 당시 여성의 지위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게 하는 단적인 사례일 텐데, 이건 나도 몰랐던 사실이다. 자신의 위치, '안다고 생각하는' 지식의 범위를 벗어나면 다들 무식해질 수밖에 없다."(* 프랑스 식민지 생도맹그(현 아이티공화국)에서 일어나 노예제가 폐지되고, 아프리카 출신이 세운 최초로 공화국을 세운 혁명. 프랑스 혁명세력은 반여성 시각을 드러냈지만 노예가 혁명을 주도한 아이티혁명은 지지했다.)

"지금처럼 시민은 배제되고 정치인만 참여하는 개헌 논의는 결국 권력구조에 대한 법률적 논쟁으로 전락할 수 있다."
(* 주제마다 짧은 요약글이 나온다. 이 글은 프랑스혁명 관련 내용이 나오는 편으로, 제목은 '개헌'이다.)

-본인의 해석은 최대한 넣지 않으려 하고 사실 편집만으로 내용을 구성했다. 그래도 누가 나쁘고, 무엇이 문제인지 알겠더라. 뉴스에 대한 본인의 관점은 무엇인가.
"뉴스에 대한 관점이라. 어려운 질문이다. 너무 큰 질문이라 어떻게 보면 뻔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는데, '객관적 사실'은 환상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부단히 새로운 관점을 세우는 것 뿐"

 <뉴스의 배경> 목차
 <뉴스의 배경> 목차
ⓒ 파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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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이라 쓰고 깡패라고 읽는다)" 같은 대목을 보면 화가 나서 분노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문체는 냉정하지만 글에선 열기가 느껴질 때가 많았다.
"일단 언어를 기만적으로 사용하는 게 용서가 안 된다. 해고를 '명예퇴직'이라고 한다거나 깡패를 '용역'이라고 부르면서, 그들이 저지르는 폭력행위를 마치 '합법적인' 서비스인양 포장하는 것에 늘 분개한다. 그와 별개로 문체는 가급적이면 냉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데, 어떤 판단이든 독자가 내리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글에서 열기가 느껴진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 조절을 못한 것이다.(웃음)"

-<뉴스의 배경>을 보고 알게 된 새로운 내용이 너무 많았다. 김영란법은 들었어도, 김영란이 어떤 사람인지는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다. 고등학교 시절 문학상 장원을 받았다는 게 신선했다. 이 책을 보면서 무심코 스며든 고정관념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쏟아지는 무수한 정보들을 다 처리하려면 아무래도 사고가 '경로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 '꼰대'가 되지 않는 길은, 부단히 스스로를 새로운 관점에 세우는 것뿐이다. "

-부자들이 해외로 세금 빼돌리는 뉴스를 보면 스위스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스위스는 조세휴양지로 조세피난처 중에선 가장 혜택이 적고, 그 윗단계로 미미한 세금만 부과하는 조세보호소, 세금이 전혀 없는 조세천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처럼 새로운 사실에 깜짝 놀랄 독자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나?
"'기억의 천재 푸네스'가 아닌 이상, 세상만사 다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뭐 하나는 걸리겠지 했다.(웃음)"

-한국이 역외탈세 자금규모가 892조로 개발도상국 중에서 중국, 러시아에 이어 3위에 올랐다는 대목에선 민망하더라. 혹시 책을 쓰면서 특별히 감정이 '울컥' 한 부분이 있었나.
"'울컥'을 '움직였다'로 해석한다면, 모든 글에서, 어느 정도는. 때로는 놀라고, 때로는 화나고, 때로는 우습고, 뭐 이런 식으로."

-'IS'편에서 나온 "딜레마는 지금 상황에서 유럽이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라는 대목은 내 마음과 같았다. 한 번 잘못 꼬이면 바로 잡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른바 '제국주의 시대'부터 쌓여온 문제라 쉽지 않아 보인다. 쓰면서도 답답했다. 2015년까지 시리아 내전으로만 숨진 사람이 약 25만 명이다.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의 말을 빌리면 25만 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죽음이 25만 번이나! 반복된 것이다."

-'좀비'편에서 "1493년 800만 명이던 원주민 수는 1500년경 10만 명으로 급감했고, 1542년에는 겨우 200명 만이 남았다"라는 내용을 보니 콜럼버스가 히틀러보다 더한 놈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가 정말 승자의 관점에서 만들어진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다.
"발터 벤야민은 역사의 주체가 '억압받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인종, 계급, 성, 젠더 등등에 따라 더 많은 역사'들'이 기록되어야 한다."

-미국과 소련이 서로 핵실험을 하는지 감시하기 위해 지구 곳곳에 지진관측망을 설치했고, 덕분에 정확한 지진 지도를 작성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도 재밌었다. 의도는 불순했으나 결과는 이로웠다. 반대 경우도 있을 텐데, 의도가 중요한가, 결과가 중요한가, 너무 말장난인가?
"아 역시 어려운 질문이다. 굳이 선택해야 한다면 결과. 의도는 아직 가능성의 영역에 놓여 있지만, 결과는 현실이니까."


-이 책엔 '왕좌의 게임'도 나온다. 참, 나도 '왕좌의 게임'을 아주 즐겨 보고 있는데, 조 작가도 혹시 폐인인가. 나같은 애청자를 위해 '왕좌의 게임'에 대한 한줄평을 부탁한다.
"사람이 워낙 잡다해서 뭔가에 잘 빠지지 않는다. 잡다할 수 있는 비결인 듯싶다.(웃음) 한줄 평은 '겨울이 오고 있다.'"

-공부하는 기분으로 읽었다. 강남역 살인사건, 김영란법, 사드, 개헌, 알파고 등 최근 이슈들도 있었지만 일본 평화헌법, 슈퍼화요일, 좀비,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 조세피난처 등 꾸준히 나타나는 이슈들도 꽤 많았다. 물론 다 무거운 소재들이고 분야도 무척 다양했다. 그런데 '중력파'편에선 '헉' 했다. 도대체 관심분야가 아닌 게 뭔가.
"'내추럴 본' 문과생에게 중력파나 알파고 같은 '이과' 영역은 늘 어렵다. 가급적 빼고 싶었는데 워낙 중요한 현안이라 그러지도 못했다.(웃음)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것밖엔 수가 없다. 늘 오독과 오해가 염려된다."

-질문이 많았을 것이다. 수험생 기분으로 밑줄 치며 읽었으니 이 정도는 이해해주기 바란다. 혹시 후속편이 있나. 이 작업과 관련해서 이후 계획이 있다면 이야기해 달라. 혹시 못다한 이야기가 있다면?
"책의 판매와 상관없이 연말에 2권을 낼 생각이다. 해마다 한 권씩 내는 게 목표다. 영화관 마스킹 문제처럼, 그 중요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이슈는 여전히 많으니까. 목차는 지금 구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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