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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뉴스를 즐겨보는 큰아이의 꿈은 외교관이다.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위인전 '반기문'을 읽은 후부터는 구체적으로 '유엔 사무총장'을 꿈꾸고 있다.

텔레비전에 반 총장이 나올 때면 기쁨을 감추지 못한 표정으로 무척 설렌다는 듯, 저 분이 진정 대한민국 출신인지, 유엔 사무총장을 하기 전에는 뭘 하셨는지 꼬치꼬치 묻기도 했다. 수려한 영어 실력을 보더니 영어 공부에도 매진하고, 부쩍 도서관 출입이 잦더니 유엔이나 세계기구책 등을 대출해 오기도 했다. 어느 출판사에서 출간했던 why(와이)? 시리즈가 히트치자 초등위인전기로 who(후)?시리즈도 나왔는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이순신 장군과 안중근 의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듯 그 시리즈에 명단을 올려놓았다.

반기문 위인전 초등위인전기 who? 시리즈에 실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 반기문 위인전 초등위인전기 who? 시리즈에 실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 이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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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을 읽고 오더니 사달라고 졸라 구매해 주었고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으며 미래의 유엔사무총장을 꿈꾸어 오던 큰아이. 얼마 전 반기문 총장의 귀국을 뉴스로 접하며 '유엔결의안'이 무엇인지 내게 물었다.

"엄마, 유엔 결의안이 뭐예요?"
"응, 약속 같은 거야. 유엔이 정한 약속"
"근데 왜 유엔 사무총장이셨던 반기문 총장님이 유엔 결의안을 어겼다는 거예요? 유엔 약속 뭘 안지켰다는 거예요?"
"........"

그날 난 아이가 그토록 존경하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뭐라 설명할 길이 없어 얼버무리고 말았다.

유엔 사무총장 자리가 어떤 자리이던가. 명예직으로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직위인데 무엇이 더 욕심이 나기에 저 어린 아이에게 의문을 품고 불신을 심어주려 하는지 알 길이 없다. 아이가 가진 푸른 꿈, 드넓은 세상으로의 높은 희망을 꺾지 않으려 아이 앞에서는 반 총장에 대해 나무라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유엔을 사랑하는 전직 사무총장이라면 유엔 결의안을 소중히 생각하기에 정치에 뜻이 없다, 대한민국과 세계평화를 위해 앞으로도 헌신하겠다 했다면 그 얼마나 위대해 보이겠는가.

그 일이 있고 며칠 후, 반기문 총장이 또다시 언론에 모습을 보였는데 공교롭게도 그 때 큰아이도 같이 뉴스 시청을 하고 있었다. 방학이라 좋아하는 뉴스를 많이 보게 된 것도 있지만 반기문 총장이 나오자 굉장히 좋아하는 듯하더니 아이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엄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님이 기자에게 왜 인상을 쓰는 거예요? " 
"응? 아, 피곤하셔서 표정이 안 좋으셨나 보네. 인상 쓰신 거 아닐 거야." 
"엄마, 기자는 원래 물어보는 게 당연한거 아니에요? 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님은 '따라다니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묻지 마세요'라고 하시는 거예요?" 
"어...그게... "
"위안부 문제에 대해 반기문 사무총장님이 나쁜 말을 했어요? 위안부 할머니들 사연은 학교에서 배웠는데 슬픈 역사라고 했어요."

이 날 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어른으로서 작은 초등학생 아이 앞에서 날선 힐난을 듣는 듯했다. '어른들! 당신들은 대체 뭐하는 사람들인가요?'라며 몰아세우는 느낌이랄까.

유엔 사무총장을 하고서 그 무엇이 아쉬워 준비도 되지 않은 정치인을 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큰아이가 태어났을 무렵 유엔 사무총장이 되어 4학년이 된 지금 임기 10년을 마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님! 총장님을 보며 꿈을 키우는 수많은 꿈나무들의 가슴에 더이상 상처를 주지는 마세요! 귀국 후부터 며칠 동안 당신의 행적은 지난 10년이 얼마나 허상이고 부풀려졌는지를 보여주네요. 어른의 눈에 당신은 그저 대권에 눈이 멀어 약속도 잊은 전직 유엔 사무총장으로밖에 안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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