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킹> 스틸사진.

영화 <더 킹> 스틸사진. ⓒ NEW


주의! 이 기사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개봉한 <더 킹>은 같은 날 개봉한 <공조>와 2주 연속 1위를 질주하던 <너의 이름은>을 누르고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 중이다.

영화는 1980대부터 2000년대까지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태수(조인성 분)라는 인물의 연대기를 그리고 있다. 그 배경에는 한국의 세태를 고스란히 담겼다. '어디 가서 전라도라고 하면 피해 본다'는 편파적인 지역 시각, 실력보다는 라인을 잘 타야 하는 문화, 면접관 싸대기만 안 때리면 통과하는 보나 마나 한 공직자 면접시험, 뿌리 깊은 선후배 기수 문화 등등 말이다.

세태뿐 아니라 그 시대 그 공간으로 끌어당기는 미장센과 전직 대통령들의 실제 영상들을 삽입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에 쉽게 젖어 들만한 요소들을 잘 배치하고 있으며 그것들로 공감과 현실감을 높인 뒤 중요한 메시지를 꺼내 든다.

<더 킹>의 진짜 중요한 메시지

 영화 <더킹> 스틸 사진.

영화 <더킹> 스틸 사진. ⓒ NEW


<더 킹>은 타락한 권력에 대항하는 정의 사도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 부조리를 비판하는 작품이 아니다. 그 타락한 권력 속에서 왕좌의 게임의 엔지니어링을 까발리며 우리가 어떻게 권력자들에게 우롱당하고 있는지를 웃음과 함께 고발하는 블랙 코미디다.

전직 대통령들을 연대순으로 보여준 뒤 "대한민국의 왕은 검사"라고 말한다. 일반적인 검사의 역할이자 힘은 정의를 위해 범죄를 수사하고 범죄자들을 잡아들이는 '법의 집행자'다. 하지만 권력을 탐하는 영화 속 검사들은 '정보 처리 기술자'에 가깝다.

"사건도 김치처럼 맛있게 묵혔다가 제대로 익었을 때 먹어야 하는 거야."

극 중 양동철(배성우 분)이 박태수에게 하는 말이다. 권력 옆에 붙어사는 그들은 검사 신분으로 획득한 타인의 아킬레스건 같은 정보들을 보관하다가 자신들이 필요한 '때'에 누구에게 어떻게 사용할지를 설계하고 실행에 옮긴다. 자신보다 강한 권력자들과 거래를 하기도 하며, 언론과의 유착을 통해 자신들의 정보를 유리하게 가공하고, 큰 이슈를 터뜨려 방해되는 이슈를 잠재우는 사람들이다. 영화 속 검사들을 '정보 처리 기술자'라 부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들이 권력의 정점에 설 수 있었던 건 단순히 법 집행자여서가 아니라, '정보'를 쥐고 흔들었기 때문이다. 정보의 노예인 그들은 얻지 못한 정보에 안절부절 하질 못한다.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란 그들이 대선을 앞두고 오차범위에서 누가 대통령이 될지를 모르다 보니 점쟁이를 찾아가기도 한다.

이 부분은 단순히 그들에게서만 보여지는게 아니다. 화려한 복귀를 노리는 태수는 자신이 알고 있는 그들의 비리를 가지고 그들을 위협하고 그것을 발판삼아 정치계에 입문한다. 그리고 태수를 돕는 이미지 메이커는 태수의 일대기에서 필요한 부분을 버리고 부각할 것을 키우며 비리 검사를 스타로 바꾸어 놓는다.

영화는 이렇게 단순히 사회 부조리를 고발할 뿐 아니라 당신에게 가진 정보를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사용할지를 항상 고민하라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근현대사의 한국사회를 웃음과 상징적인 이미지들로 풍자하고 있는 한재림 감독의 의도와 연출은 상당히 안정적인데, 지나치게 안정적인 흘러가 클라이맥스에서 조차 강렬함을 터뜨리지 못 한점은 다소 아쉽다.

조인성-정우성, 매력적인 두 남자의 투 샷

 영화 <더킹> 스틸 사진.

영화 <더킹> 공식 포스터. ⓒ NEW


주인공 태수를 맡아 나레이션까지 선보인 조인성은 영화 곳곳에 자신을 심어놓으며 근래에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태수의 워너비 한강식 역은 정우성이 연기했다. 정우성은 비주얼 측면에서 조인성에게 위압감을 주는 마스크와 기럭지로 엄청난 투 샷을 양산했는데, 실제 조인성의 워너비란 점에서 매우 잘 어울리는 상대역이었다. 하지만 연기는 작품 내에서 다소 기복을 보이는 듯해 조금 아쉬움이 남겼다.

양동철을 맡은 배성우는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색깔을 연기를 선보이며 그가 왜 충무로의 다작 배우가 되었는지를 입증했다. 조인성의 친구이자 조폭 최두일을 맡은 류준열은 담담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인물은 바로 비리검사들 척결에 앞장섰던 안희연 검사를 맡은 '김소진'이다. <감시자> 진경이 떠오를 정도로 강렬함을 안긴 인물이다. 여유 있는 표정 연기와 조곤조곤한 경상도 사투리로 상대를 압박하는 연기가 일품이었다. 그녀는 영화에서 한재림 감독 최고의 히든카드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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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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