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12월 당시 김종덕 문체부 장관(가운데)에게서 임명장을 받은 김세훈 영진위원장(좌측 두번째)와 영진위원들. 영진위원 3명의 임기는 지난 12월말 만료됐고 김종덕 전 장관은 지난 1월 12일 특검에 구속됐다.

지난 2014년 12월 당시 김종덕 문체부 장관(가운데)에게서 임명장을 받은 김세훈 영진위원장(좌측 두번째)와 영진위원들. 영진위원 3명의 임기는 지난 12월말 만료됐고 김종덕 전 장관은 지난 1월 12일 특검에 구속됐다. ⓒ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주범으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구속된 가운데 영화계가 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위원장에 대한 퇴진 압박을 높이기 시작했다. 영진위 내부에서도 퇴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영진위원장이 사면초가에 빠진 모습이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영화단체들은 20일 문체부의 영진위원 추천 요청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영진위원 교체가 아닌 영화진흥위원회 구성 자체를 다시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지난 1월 4일 문체부는 영화단체들에 공문을 보내 '일부 영화진흥위원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새로운 위원 위촉을 위해 후보자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연말로 임기가 만료된 영진위원 3명과 오는 3월 초에 임기가 만료되는 2명 등 모두 5명을 새로 선임하기 위해서다.

영진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9인 위원들이 협의를 통해 주요 사업안 등을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따라서 영진위에 있어 영진위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간 영진위원을 선임하는 데 있어 영화계의 의견은 거의 무시돼 왔다. 임명권자인 문체부 장관이 일방적으로 임명해 왔다.

김세훈 영진위원장과 지난 12월 임기가 만료된 영진위원 3명은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특검에 구속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때 임명됐다. 모두 김 전 장관과 학연이 겹치는 인물들로 장관이 자신의 후배들을 챙긴 정실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임명된 다른 영진위원들도 정권의 입맛에 맞을지는 몰라도 영화계의 신뢰를 얻는 인물들은 아니었다. 이 때문에 영진위가 영화계의 의견을 반영하기는커녕 정부의 뜻대로 움직이는 거수기 역할만 한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해 문체부는 이번 영진위원 선임에서는 영화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절차를 밟는 모습이다. 영화단체의 한 관계자는 "7년 만에 추천 요청이 왔다. 이명박 정권 이후 한 번도 영진위원을 영화계에서 추천받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진일보한 자세"라고 평가했다.

영진위원장 퇴진하고 영진위 재구성 필요

 지난해 3월 한국영화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김세훈 영진위원장

지난해 3월 한국영화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김세훈 영진위원장 ⓒ 영진위


그러나 최근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제와 부산영화제 지원축소, <다이빙벨> 배급사인 시네마 달에 대한 개봉지원사업 배제 등을 볼 때 단순히 영진위원 선임이 문제가 아닌 영진위 구성을 새로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이를 위해 필수조건은 김세훈 영진위원장의 퇴진이다.

영화단체들은 지난해 3월 영진위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한국영화발전 중장기계획안 및 연도별 사업계획안' 등은 소통하지 않는 영진위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비판하고 있다. 영화단체의 한 관계자 "영진위가 영화단체들이 제안한 내용을 다 받아들이겠다고 해 놓고 전혀 지키지 않고 있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이유를 '위에서 왜 좌파단체들과 협의하냐는 이야기를 들어 어렵다'는 식의 변명을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국정감사에서 적발된 특정 사업에 거액의 예산을 불법적으로 증액한 것과 비위 문제로 해임된 사무국장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는 영진위원장이 회피만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문제의 원인이 영진위원장이기 때문에 썩은 환부는 도려내고 새롭게 영진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독립영화협회(이하 한독협)도 지난 19일 성명을 발표하고 영진위에 2017년 영화발전기금의 사업안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박근혜 탄핵 후 새로운 정부 구성까지 2017년 예산집행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한독협은 '블랙리스트라는 검열 장치를 통해 문화예술인과 영화인을 탄압한 조윤선과 그 부역자를 자처하며 불통과 무능으로 영화정책을 파탄 낸 김세훈이 사퇴하지 않는 이상 이들 체제의 영화 정책 결정과 집행을 모두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영화인들은 지난 18일부터 김세훈 위원장 퇴진을 요구하는 서명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그러나 김세훈 영진위원장은 거취 문제에 대해 "사퇴를 할 만큼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며 사퇴 요청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영진위 관계자는 "렌더팜 불법 증액 건은 기획재정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고, 청와대의 부산영화제 예산 삭감 지시에 대해서도 원칙상 심사에 관여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며 위원장이 관여한 일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영화계에서 마치 영진위 내부에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주장도 있었으나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최근 해임된 사무국장 건과 관련해서는 "비위 사실은 문체부 감사 이후에 알았고, 구체적인 문제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위원장 마음대로 정리하기가 절차적으로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영화계의 사퇴요구와 온도 차를 나타냈다.

영진위 김세훈 영화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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