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은의 메르세데스 지난 2016년 11월 19일 개막하여 오는 2월 12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상연되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 '메르세데스' 역을 연기 중인 배우 조정은.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모든 것을 빼앗긴 남자 몬테크리스토가, 잃은 것을 되찾는 과정을 그린 극이다.

▲ 선녀, 조정은 1979년생 뮤지컬 배우 조정은은 업계에서 인정받는 배우 중 한 명이다. 경험과 커리어에서 나오는 것도 크지만, 단순히 '오래'했기 때문이 결코 아니다. 그가 걸어온 길을 보면, 그와 꼭 맞는 역도 맞지 않는 역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걸 자신의 결대로 소화하며, 자기만의 연기와 노래 세계를 구축했다. ⓒ EMK뮤지컬컴퍼니


하고 싶다고 해서 모든 인터뷰가 성사되는 건 아니다. 기자의 스케줄과 배우의 스케줄을 맞추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 배우의 컨디션, 컴퍼니의 홍보 일정 등 많은 것도 고려해야 한다.

배우 조정은과도 그랬다. 조정은은 2016년 11월 19일 개막하여 오는 2월 12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관객을 맞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여주인공 '메르세데스'를 맡아 호연을 펼치고 있다. 제1회 자라섬뮤지컬페스티벌 직전이었던 지난해 9월 2일에 그녀를 처음 만났다. 그가 연기할 메르세데스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으나, 지면상의 이유로 실제 기사에는 싣지 못했다(관련 기사: 뮤지컬페스티벌에 강림한 '선녀', "사실, 저는 허당입니다").

그래서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그때의 생각과 지금의 생각은 같은지 혹은 다른지. 실제로 무대에서 연기하면서 느낀 것은 무엇인지. 그 깊은 눈동자는 어떤 메르세데스를 품고 있는지. 그의 목소리를 듣고 당시에 미처 꺼내지 못한 이야기와 함께 녹여내고 싶었다. 공연 개막 초반이었던 11월 21일, EMK뮤지컬컴퍼니에 인터뷰를 신청했다. 하지만 연락을 주겠다던 컴퍼니는 이후로 묵묵부답이었고, 몇차례 연결을 시도했으나 정확한 회신을 받을 수 없었다. 최종 불발 사실은, 지난 1월 20일에야 직접 전화를 건 끝에 확인할 수 있었다.

두 달의 기다림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다. 대신 지난해 메르세데스를 준비하며 그녀가 품었던 사유의 조각들을 기록하기 위해 다시 펜을 든다. 눈에는 무대 위에서 내가 보았던 그녀를 떠올리며, 귀에는 당시에 녹취했던 인터뷰를 다시 듣기 위해 이어폰을 꽂으며.

단 한 신이어도, 배우가 해야 할 역할

조정은의 메르세데스 지난 2016년 11월 19일 개막하여 오는 2월 12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상연되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 '메르세데스' 역을 연기 중인 배우 조정은.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모든 것을 빼앗긴 남자 몬테크리스토가, 잃은 것을 되찾는 과정을 그린 극이다.

▲ 쉬운 배역은 없다 "메르세데스는 평범한 일반인이잖아요. 그가 일상에서 살아가고, 부딪치고, 이런 상황 속에서 고민하는 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넘버도 또 쉽지 않거든요.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역할은 결코 아닌 것 같아요." ⓒ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동명의 원작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유능한 선원이었던 에드몬드 단테스의 앞길은 탄탄해 보였다. 사랑하는 여자 메르세데스와 내일을 약속했고, 선주로부터도 인정받아 차기 선장으로 낙점받는다.

"우리 사랑 절대 변치 않아. 세상이 우릴 막아도 함께 하며 이겨내고 영원히 지킬게. 언제나 기도해. 내 사랑 항상 너이길, 영원토록 변치 않길 우리의 사랑이." -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제1막 No.01 '사랑이 진실할 때' 중에서

그러나 그를 시기한 이들의 음모로 인해, 억울한 누명을 쓰고 모든 걸 빼앗긴 채 감옥에 갇힌다. 감옥섬 '샤또 디프'에서 14년의 옥살이를 하는 동안, 에드몬드 단테스는 파리아 신부에게 각종 학문과 검술을 배운다. 그 와중에 단테스는 누가 자신을 이곳으로 이끌었는지 눈치채게 된다. 파리아 신부의 희생 덕분에, 결국 에드몬드는 감옥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하고 숨겨진 보물을 손에 얻는다.

그 부를 토대로,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트렸던 이들에게 갚아주기 위해 스스로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라 칭하며 고향으로 돌아온 에드몬드. 고향에 돌아온 그는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메르세데스가 자신을 파멸로 이끌었던 이들 중 한 명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분노에 휩싸여, 치밀한 복수극을 준비한다. 메르세데스는 에드몬드가 감옥에서 죽었다는 거짓 소식을 들을 때까지 그를 애타게 기다렸다. 에드몬드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뱃속에 품고 있는 그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과의 결혼을 '선택'한다. 그러나 이런 사정을 에드몬드가 알 리 없고, 복수의 칼날을 그녀에게까지 겨눈다.

"제가 선택했다기보다는, 그냥 작품이 제게 온 것 같아요. '나 이거 너무 하고 싶어, 할래!'라는 느낌보다는, 작품이 자연스럽게 와서 '아, 해야 하는 거구나'하고 했어요. 초연 <몬테크리스토> 공연을 봤던 기억도 있고…."

적극적인 선택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서 시작하게 된 이 작품. 몬테크리스토로 변신한 에드몬드의 복수극이 주 이야기인 이 작품에서 메르세데스의 분량이나 비중을 '크다'고 말하기는 다소 모호하다. 뮤지컬계에서는 손에 꼽는 여배우 중 한 명인 그가, 굳이 이 작품을 골랐다.

 뮤지컬 <엘리자벳>에 출연할 당시의 배우 조정은. 그녀는 타이틀 롤을 맡아 엘리자벳으로 열연했다.

▲ 마음이 묶인 엘리자벳 "제가 그동안 해왔던 작품들을 보면, 이전 작품이 있었기 때문에 이 작품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엘리자벳>을 안 하고 이 작품을 했으면 접근하는 관점이 또 달랐겠죠?" ⓒ EMK뮤지컬컴퍼니


"자주 나오고 적게 나오고를 떠나서, 메르세데스 같은 경우는, 굉장히 깊고 굉장히 성숙한 사람이에요. 쉽지 않은 캐릭터인 것 같아요. 물론 무슨 역할이든지 쉽지 않죠. 하지만 메르세데스가 성숙한 사람이기 때문에, '나도 성숙해야 이 역할을 하는데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갈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메르세데스의 분량이 엄청 많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 어려운 것 같아요.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스토리를 안고 가야 하는 건 맞으니까. 그동안 했던 역할과 비슷한데도 다른 것 같아요.

뮤지컬 <메르세데스>는 아니니까요. (웃음) 메르세데스는 <몬테크리스토>를 구성하는 하나의 조각인 거잖아요. 작품 전체가 얘기하고자 하는 걸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하나의 조각. 결론적으로는 작품 전체를 잘 전달하기 위해, 균형 있게 조화를 이뤄내는 역할을 다하려고 해요. 관객들도 저의 어떤 부분을 집중해 보시기보다는, 저라는 조각이 들어오면서 완성된 이 작품이 '아, 이런 거였구나'하는 걸 느끼며 가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주인공이어도 마찬가지예요. 뮤지컬 <엘리자벳>이라고 해도, 이 작품이 엘리자벳의 모노드라마는 아니잖아요. 만약 제 단독 콘서트라면, 저의 얘기이니까 저에게 포커스가 맞춰지는 게 맞겠죠. 하지만 작품 안에서는 제 분량이 많든 적든, 단 한 신이어도, 이 작품의 얘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해내는 거죠. 작품의 주제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녹아들지 못하고 배우 개인이 드러나려고 하면 그건 잘못된 것 같아요. 제가 추구하는 연기 방향은 아니에요."

진실은 있다, 진실은 언제든 드러난다

조정은의 메르세데스 지난 2016년 11월 19일 개막하여 오는 2월 12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상연되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 '메르세데스' 역을 연기 중인 배우 조정은.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모든 것을 빼앗긴 남자 몬테크리스토가, 잃은 것을 되찾는 과정을 그린 극이다.

▲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 "제가 수영을 하는데요. 잘 못하거든요? (웃음) 조금 무섭기도 하고…. 그런데 옆에서 선생님이 손을 잡아주기만 해도 훨씬 잘할 수 있어요." 메르세데스가 그리고 조정은이라는 배우가 바로 그 선생님 같은 이가 아닐까. ⓒ EMK뮤지컬컴퍼니


"원작인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레미제라블>만큼이나 유명한 이야기잖아요. 그런데 이게 왜 그렇게 유명할까. 처음에는 잘 몰랐어요. 자칫 유치할 수도 있는 이야기잖아요. 그런데도 이 얘기가 계속해서 읽히고,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뮤지컬로도 올라오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잖아요. 영화도 찾아보면서, 그걸 고민하다 보니까 '아, 작품이 얘기하려고 하는 게 이런 거구나'라는 게 조금 더 선명하게 왔던 것 같아요."

작품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퍼즐 조각. 조정은은 배우의 역할을 그렇게 규정했다. 작든 크든 맡은 소임을 다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 하지만 <몬테크리스토>가 관객에게 말하고자 하는 게 자칫 '사적 복수의 쾌감'에 그치는 건 아닐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몬테크리스토>는 결국 부당하게 잃었던 자가, 그 부당한 권력과 맞서 싸워 승리하는 '자기 구제'의 복수극이니까.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에드몬드는 억울하게 감옥에 끌려갔다가 글도 배우고, 복수하기 위해서 돌아오고, 결국 그 복수를 이루죠. 하지만 신부가 감옥에서 에드몬드에게 계속 복수하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이야기하잖아요. 감옥에서 나온 후, 자기가 사랑했지만, 자신을 배신했던 사람 한 명 한 명에게 복수하고…. 저도 처음에 이 작품을 봤을 때 '어, 끝났어?'라고 느꼈거든요. 마지막 정리가 다소 급작스럽기도 했고요. '자기 복수할 거 다 하고 처자식 다 되찾고 끝났네?'라고요. 그런데 작품을 준비하고 공부하면서, '아, 그게 아니었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몬테크리스토>의 메시지가 '억울한 상황을 끝까지 참고 인내하다가 기회를 잡아서 복수하면 끝난다'는 아닌 것 같아요. 만약 에드몬드가 끝까지 복수심을 갖고 있었다면 자기 아들도 죽이지 않았을까요? 그 끝까지 가려고 했을 때, 그 복수심을 스스로 놓았죠. 마지막에 그 방향을 잘 틀어놓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저도 잘 정리해서 극의 마침표를 잘 찍어주지 않으면, 극이 얘기하려는 게 좀 변질하여서 단순히 복수의 쾌감만 전달하고 끝나버릴 것 같아요. 그 주제를 잘 전달하는 게 관건이죠."

조정은의 메르세데스 지난 2016년 11월 19일 개막하여 오는 2월 12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상연되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 '메르세데스' 역을 연기 중인 배우 조정은.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모든 것을 빼앗긴 남자 몬테크리스토가, 잃은 것을 되찾는 과정을 그린 극이다.

▲ 다른 공간에서 노래하다 '사필귀정'. 결국 섭리대로 진실은 드러난다. 만약 에드몬드가 계속 복수에 집착했다면 스스로 파멸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가 더 나락으로 빠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존재가 바로 메르세데스이다. ⓒ EMK뮤지컬컴퍼니


그렇다면 조정은이 보기에, 이 작품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뭐라고 보는지 궁금해졌다. '복수의 쾌감'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말하고 있기에 이토록 오랫동안 장르를 불문하고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걸까. 그 근저에는 무엇이 있는 걸까.

"아, 진리라는 게 있구나. 정말 진실이라는 게 있구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성경이 베이스라는 느낌이라는 걸 받았어요. 영화를 보면서 영화에서 에드몬드 역할을 맡았던 배우가 지하 감옥에서, 감옥에 들어온 날을 기념해 매년 채찍을 맞는 장면이 나와요. 그때 문득 예수가 겹쳐 보였어요. 나중에 찾아보니까 그 배우가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 예수를 연기한 분이더라고요. 선과 악, 권선징악, 결국에는 선이 승리한다는 얘기를 분명하게 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에드몬드가 꼭 이겼기 때문에 작품의 메시지가 이렇게 정해지는 건 아니고요. 설사 그가 졌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어떤 방법으로든, 어떤 때라도 결국에는 밝혀진다는 거죠. 내가 애를 쓰고 안달복달하지 않아도, 우리가 알든 모르든 세상에는 섭리라는 게 있고, 그래서 결국엔 진실이 드러나는 거죠. 이 작품의 중점은 복수에 있다기보다는 진실과 진리에 있는 것 같아요."

깊고, 성숙한 배우 그리고 사람

조정은의 메르세데스 지난 2016년 11월 19일 개막하여 오는 2월 12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상연되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 '메르세데스' 역을 연기 중인 배우 조정은.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모든 것을 빼앗긴 남자 몬테크리스토가, 잃은 것을 되찾는 과정을 그린 극이다.

▲ 다시 맺어진 에드몬드와 메르세데스 감옥에 끌려간 남자를 기다리다가, 그 남자가 죽었다는 소식에 다른 남자에게 의탁하는 여자. 자칫 수동적으로 끌려다니기만 하는 인물로 비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조정은은 그것이 이 여자의 주체적인 선택임을 강조했다. ⓒ EMK뮤지컬컴퍼니


"이렇게 뒤늦게야 나 용서를 배우네. 날 버티게 한 분노, 물거품처럼 사라졌어. 과거의 날 보네. 아름다웠던 나의 사랑. 그 푸르던 날의 기억이 다시 찾아와, 그때 그 시절 나를 만나네. 모두 끝났어. 그녀 아들 아직 살아있어. 그녀는 그를 통해서 예전의 나를 보겠지. 다시 돌아갈 수 있어. 고통은 끝나고 희망만 남아. 나 언제나 그녀 기도처럼 함께 하리라 그녀 곁에 분노 버리고 이제 자유야. 저 하늘의 우리 둘의 별이 날 그 시절로 이끌어 아름답던 그 시절." -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제2막 No.08 '과거의 내 모습' 중에서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된 에드몬드 단테스는 복수의 끝까지 치달으려는 자신을 만류하러 온 메르세데스의 설득에 마음을 바꾼다. 비록 결투 대상자가 자신의 친아들인 것은 알지 못했지만, 그는 결국 다른 선택을 한다. 이 복수에 미쳐 완고했던 사람을, 마지막 낭떠러지 직전에 구한 게 바로 메르세데스이다. 그녀가 '깊고 성숙한' 사람이라고 설명한 게 이해가 된다.

"메르세데스는 단순히 사랑한 남자를 기다린 여자는 아닌 것 같아요. 메르세데스는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물론, 한 남자를 사랑한 여자로서의 선택도 있겠지만, 아이를 갖고 있는 사람이었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어떤 개인적인 감정이나 욕망에 의한 결정은 아니었을 거예요. 자기 혼자만 있는 게 아니었잖아요. 자기만 생각할 수는 없는, 책임져야 할 또 다른 생명이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뮤지컬 배우 조정은. <레미제라블> 재연 이후 한동안 휴식기를 가졌던 그녀가 오는 3일, 자라섬뮤지컬페스티벌로 돌아온다. 차기작 <몬테크리스토>도 확정된 상황.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오는 11월부터 상연될 예정이다.

▲ 판틴으로 열연 중인 조정은 조정은의 <몬테크리스토> 이전 작품은 <레미제라블>이었다. 초연과 재연의 판틴을 모두 소화한 그녀는 많지 않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 레미제라블 코리아


자신이 지키고 싶은 사람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고 내어놓는 사람. 그 선택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문득, 그의 이전 작품인 <레미제라블>의 판틴이 떠올랐다. 홀로 자신의 딸 코제트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다가 결국 목숨까지 버리는 사람.

"판틴이랑은 또 좀 다르죠. 메르세데스가 조금 더 깊고, 성숙한 느낌이라면 판틴은 더 순수한 느낌인 것 같아요. 세상은 저렇게 더럽고 추한데, 이 사람(판틴)은 첫사랑과의 추억을 간직한 채 세상과 부딪치면서 끝까지 버텨내려고 했잖아요. 메르세데스는 그 자리에서 견딘다기보다는 자기가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입장이었죠. 또 판틴은 그 남자가 의지적으로 떠나간 거고, 메르세데스는 죽었다는 얘기를 들은 거잖아요. 그건 다른 얘기예요. 판틴은 자기가 정말 사랑이라고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배신당하고, 세상은 이 사람을 짓밟고, 그런 상황에서 딸인 코제트가 판틴을 계속 살아가게끔 한 거죠.

메르세데스는 이 여자가 직접 선택한 거죠. 이 생명을 지켜내겠다는 의지. 그것이 유일한 동기는 아니겠지만, 꽤 큰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이 남자가 자신을 떠난 게 아니라, 이유도 없이 죽어버린 상태에서 메르세데스는 자기 인생을 건 선택을 하는 거죠. 그 선택이 이해가 되어요."

선녀라는 별명이 만든 이미지, 조정은이라는 배우가 풍기는 아우라. 그 탓에 자칫 여리고 착한 역할에 갇힐 것 같지만, 그는 부드럽지만, 그 안에 단단한 자기만의 깊이를 갖고 있다. 그래서 강하다. 단순히 사랑했던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가 아니라, 자신이 짊어져야 할 책임을 위해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사람. 그리고 죽은 줄 알았던 그가 돌아왔을 때, 애써 용서를 구걸하지는 않지만 동시에 그가 더 타락하지 않도록 붙잡고 구원해주는 사람.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메르세데스에 조정은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11월 처음 무대에서 그를 보았을 때, 이전의 메르세데스와는 또 다른 자기만의 메르세데스를 분명히 가지고 있었다. 우리의 눈과 귀에 그녀의 이 필모그래피를 담아둬야 할 이유이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오는 2월 12일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폐막한 후 24일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공연에 돌입한다.



조정은의 메르세데스 지난 2016년 11월 19일 개막하여 오는 2월 12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상연되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 '메르세데스' 역을 연기 중인 배우 조정은.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모든 것을 빼앗긴 남자 몬테크리스토가, 잃은 것을 되찾는 과정을 그린 극이다.

▲ 좋은 배우, 조정은 조정은은 한국 뮤지컬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라 할 만큼 좋은 배우이다. 좋은 사람에게서 좋은 연기가 나온다는 소신, 차분하면서도 강인한 독특한 아우라, 고우면서도 단단한 노래까지. 그는 점점 더 원숙해지고 있다. 앞으로 오래도록 이 자리에 남아주기를 바란다. ⓒ 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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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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