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31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서 열린 탄기국(대통령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 주최 탄핵반대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31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서 열린 탄기국(대통령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 주최 탄핵반대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특검이 김기춘, 조윤선도 영장청구했다. 특검법엔 최순실 관련만 수사대상이고, 최순실이 블랙리스트와 관련 있다는 근거가 없다. 이런 식이라면 태극기집회도 최순실 돈 풀렸다고 구속할 판이다. 이재용 기각에 이어 또 낭보가 기대된다."

온 나라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의 구속 여부에 관심이 쏠려 있던 20일 오후,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특검의 블랙리스트 수사 전체를 반박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었다. 

검사 출신 정치인의 개인 의견일 수 있다. 개인적으론, "이런 식이라면 태극기집회도 최순실 돈 풀렸다고 구속할 판"이라는 그의 비유를 보면서 그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돈을 받거나 식사를 제공 받고 집회에 참석한다는 정황에 대해서 속 시원히 설명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김 의원은 잘 알려진 대로, 공안검사 출신의 재선(강원 춘천시) 의원이다.

그는 앞서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데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하는 용기(?)를 보여준 바 있다. 검사 선배로서 "폭언, 밤샘조사, 수사권 일탈에 대한 책임" 운운하는 용단이 가상하다. 그는 심지어 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부장판사에게 '경의'를 표하기까지 했다.

"축! 이재용 영장 기각. 특검이 영장 보면 기절한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다. 일은 그렇게 입으로 하는 게 아니다. 폭언, 밤샘조사, 수사권 일탈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질 건가? 여기가 아직 나라구나 느끼게 해준 담당법관에 경의를 표한다."

이재용 영장 기각 축하하던 김 의원님, 춘천시민들 또 뿔났습니다

춘천시민들이 개최하는 21일 보신각집회 안내 포스터.
 춘천시민들이 개최하는 21일 보신각집회 안내 포스터.
ⓒ 박근혜퇴진춘천시민행동

관련사진보기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는 역사에 길이 남을 어록(?)에 이어 최근까지 "세월호 7시간 의혹, 인류 역사상 최악의 악질 선동"이란 발언을 남긴 김진태 의원. 해를 넘기면서까지 남다른 활약을 보이며 국민들은 물론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는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작년 12월 이후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도 꾸준히 출석 중이다. 그런 김 의원을 향해 춘천시민들은 '상경 촛불'로 응수할 전망이다. 

박근혜퇴진춘천시민행동(아래 춘천행동)은 21일 예정된 13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에 앞서 오후 4시 서울 보신각 앞에서 1시간 여 동안 '춘천 촛불 서울 상경집회'를 열 계획이다. 춘천행동 측은 경찰에 집회 신고를 마쳤다. 이미 버스 5대를 대절했고, 대중교통으로 참가하는 시민들을 포함 1500여 명이 집회에 참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김진태 퇴진'을 외쳤던 춘천행동의 촛불과 횃불은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바 있다.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는 김진태 의원의 발언 이후인 작년 11월 26일부터 춘천행동 측은 매주 김진태 의원 사무실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특히 작년 12월 3일, 2만 여명의 시민이 참가, 강원도에서 열린 시국집회 사상 최대 인원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이러한 지역구 유권자들의 관심(?)과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김 의원은 '태극기 집회' 참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19일, 부산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김 의원은 "감동의 드라마! 안 해본 사람은 모릅니다"라며 본인의 페이스북에 소감과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지난 14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보수집회 참석한 뒤 "태극기집회는 중독성이 있다"며 장문의 후기를 적기도 했다.

"이렇게 구름관중 앞에서 연설할 수 있는 영광이 또 없다. 새누리 의원들은 바보다. 이걸 모른다. 한마디만 하면 우레같은 박수가 나오지만 그래도 오버하면 안 된다. 밖에선 말꼬리 잡으려고 혈안이니까. 할 말이야 밤을 새도 모자라지만 딱 십 분이다. 그걸 넘어가면 민폐다.

연설 후 연단에서 내려왔더니 시민들이 악수하려고 밀려온다. 울컥한다. 이게 꿈인가 생신가 싶다.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 길래 이렇게 된 거지? 이 분들은 왜 이 엄동설한에 고생이고, 난 왜 여기 나와 있는 거지? 차라리 꿈이면 좋겠다.

행진에 동참했다. 이게 진짜다. 보좌진들은 행진을 꺼려한다. 어수선한 시국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 하늘의 뜻 아니겠는가? 종로 남대문을 활보할 수 있는건 마라톤대회 나오거나 집회할 때 뿐이다. 다함께 걸으니 다리도 안 아프고 춥지도 않다. 시민들이 알아보고 인사한다. 대통령님 꼭 지켜주세요~이 한마디에 눈물이 핑 돈다."

김진태 의원, 보신각에서 춘천시민들 꼭 만나시길

부산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김진태 의원.
 부산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김진태 의원.
ⓒ 김진태의원 페이스북

관련사진보기


"애국 헌신하는 길은 각자 다르다. 학생운동경력이 무슨 훈장이 아니다. 정말 학생운동을 하던 사람은 겸손하다. (중략) 학생운동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렇게 매도당하고 비판받을 이유가 없다. (중략) 운동권 출신의 그릇된 우월의식과 빗나간 행태가 문제다. 다 떠나서 '이기적'이니 '공부만 한 사람은 말할 자격이 없다'는 것은 인식공격이다."

작년 6월 18일,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서 김진태 의원이 한 발언 중 일부다. 이렇게 '학생운동'에 대해 콤플렉스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던 그가 이제는 "그래 이게 대한민국이다"라며 태극기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거리로, 거리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같은 새누리당 출신인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그의 이러한 변신(?)을 두고 "종북피해망상증"이라고 일갈한 바 있다. 그렇다면 김진태 의원은 충절을 지키고 있고, 과거 학생운동권 출신 하태경 의원은 또 다시 변절한 것일까. 작년 7월,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칭찬과 격려의 전화를 직접 받고, 'VIP'(대통령)로부터 잘 하고 있다는 칭찬을 받았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자'는 문자를 보좌진들에게 돌렸다는 김진태 의원.

새누리당이 반토막이 나는 상황에서도 그는 VIP에 대한 줄서기와 '종북저격수'로서의 자기만족만을 쫓고 있는 듯 보인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4%대로 떨어졌을 때도 김 의원은 대통령을 옹호하고 촛불집회를 비하하는 발언을 통해 '보수'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친박+종북 저격'이란 스탠스와 스스로 완성해낸 자기 이미지가 지금의 재선 의원 김진태를 태극기집회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과연 '진성 친박'으로 분류되는 의원들도 참석을 꺼리는 보수집회에 분연히 참석하고, '친박'과 '종북'의 이미지로 승부하는 것이 정치인 김진태에게 도움이 될까.

'대한민국의 정의'를 다시 묻는 시대다. '적폐'는 물론 '극우'의 낡고 무능하며 이기적인 구태들이 한껏 까발려지는 시대요, 박 대통령 탄핵과 '개혁입법'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갈망이 어느때 보다 거센 지금이다. 그러한 시대정신을 읽지 못한 채, 김진태 의원은 스스로 '구태'가 되어 가는 중이다.

이아 관련, 지역구 청소년들은 '국회의원 김진태'가 박힌 '지역구 국회의원상'을 거부하고 나섰다. 서울대학교 재학생들은 그를 '부끄러운 동문' 중 한 명으로 꼽기도 했다. 그러니 부디, 시야를 넓혀 보시길. 21일은 태극기집회 대신 지역구 유권자들이 촛불을 들고 직접 본인을 초대한 서울 보신각 집회에 참석해 보시길.

"촛불이 민심(民心)이면 태극기는 천심(天心)"이라던 김진태 의원이 경청해야 할 '민심'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최소한 지역 유권자들의 '민심'이 무어라 말하고 있는지 들어 보시기를 '정치인 김진태'에게 간곡히 청하는 바다.


태그:#김진태
댓글2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