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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시리즈 기획 '사무실을 살려줘, 쫌'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5년 8월 진행한 시즌1에서는 사무실 근무 환경에 대해 다뤘고, 2016년 9월 시즌2에서는 '꼰대' 문제를 보도했습니다. 시즌3에서는 직장 내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문제인 플러팅(집적거림)에 대해 다룹니다. 상대의 의사에 반하는 집적거림의 문제점을 여러 회에 걸쳐 보도합니다. [편집자말]
 왜 회사의 '여'직원을 직원이 아닌 여성으로 보는가?
 왜 회사의 '여'직원을 직원이 아닌 여성으로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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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OO씨 참 좋아해요." 평소에 잘해주시던 부장님이 이런 카톡을 보냈다. 이때만 해도 사심없이 부하직원으로 예뻐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식 끝나고 부장님이 잠깐 커피를 마시고 가자고 해서 카페에 가게 되었다. "너 먹여 살릴 수 있으니까 회사 그만두고 나랑 살자." 부장님이 이런 말을 하면서 내 손을 잡고서 본인이랑 만나자고 했다. 당황스러워서 아무런 말도 못했다.'

노동상담을 하다보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이야기가 직장 내 성희롱이다. 한국여성민우회 일고민상담실 2016년 전체 상담(391건) 중 무려 79%(309건)가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이다. 이렇게 많은 성희롱 상담에서 반복되는 패턴이 하나 있다. 바로 '신입 여직원에게 연애 거는 상사'다. 분명 다 다른 상담인데 사건의 패턴은 소름끼치게 비슷하다.

처음에는 업무에 도움을 주거나 지시하는 걸 빌미로 신입 직원에게 접근한다. 신입 직원은 상대적으로 업무 경험도 적고, 회사의 동료들과도 관계를 많이 쌓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상사의 '호의'를 고맙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다 상사가 "예쁘다", "좋아한다"며 감정을 표현하거나, 따로 만나는 자리를 제안하더라도 거절이 쉽지 않다. 아직 회사에 적응 중인데 벌써부터 상사에게 밉보일 순 없으니 정색하고 거절하긴 부담스럽다.

상사가 직접적으로 고백하거나 성적인 의도가 보이는 스킨십을 시도하기 전에는 사적인 감정으로 하는 언행이라고 확신하기도 어렵다. 상사의 언행이 불편해도 회사생활을 잘하고 싶어서 애써 참게 되는 경우가 많다. 부담스럽고 불편하니 직장 동료의 관계로 대해달라며 거절 의사를 밝혀도 집적거림이 지속되는 사례도 많았다. 상사의 언행은 점점 수위가 높아져 결국 성희롱 신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신입 직원의 경우, 입사 초기이기 때문에 동료들의 지지나 도움을 적극적으로 얻기 어려운 상황일 가능성도 높다.

좋은 말로 하면 못 알아듣고... 제대로 거절하면 괴롭힘과 불이익

'부장님이 집적거릴 때마다 지금 남자친구랑 잘 지낸다고 이야기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부장님이 좋아한다고 또 카톡을 보내서 고민하다가 답장을 보냈다. "잘해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자꾸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 불편하고 부담스럽습니다." 그러자 부장님은 나를 따로 부르더니 "내가 보는 눈이 있는데 너 같은 애를 좋아하겠냐?"라며 "직장상사로서 좋아서 그런 거지"라며 내 손과 턱을 또 만졌다. 그 다음부터는 업무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했다. 마음에 안 들면 나가라는 말도 하고, 지시한 대로 일을 해도 화를 내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 제대로 처리를 안 한다며 화를 냈다. 결국 두 달을 버티다가 퇴사했다.'

상담사례에서는 상사의 성적 제안을 거부하자 업무에 대해 꼬투리를 잡으며 적대적으로 대하거나, 평가를 낮게 주고, 퇴사하라고 강요하는 등 불이익이 주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거절했는데도 집적거리는 언행이 지속되거나 불이익을 준다면, 결국 회사나 외부기관에 신고하게 되고 성희롱 사건으로 다뤄진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집적거림을 수개월간, 길게는 1년 이상 참기도 하고 거부 의사도 표시했지만 결국 피해자가 퇴사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상사의 집적거림이 피해자의 퇴사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직장에는 엄연히 직급에 따른 위계가 존재한다. 상사의 지시와 언행은 곧 하급자가 놓인 노동환경이기도 하다. 상사와의 관계가 틀어지면 일하기 힘들어진다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에 하급자는 상사의 언행이 불편해도 문제제기하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많은 회사에서 상사의 지시에 복종해야 하는 위계적인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기에 상사의 집적거림을 '왜 단호하게 거부하지 못했는지'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는 건 부당하다.

아무리 "순수하게 좋아한다"고 해도 직장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위치와 영향력을 망각한 채 상대방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들이대는 부담스럽고 불편한 행위가 '사랑'이라는 면죄부를 받을 순 없다. 또한, 부담스럽고 불편하니 직장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로 대해달라고 하는데도 자신의 감정을 밀어붙이고 막무가내로 스킨십까지 시도하는 건 분명 직급에 따른 자신의 권한을 마음대로 휘두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왜 직장에서 '여'직원은 연애 대상으로 거론되는가

'거래처 직원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 그쪽이 갑이고 고객이니 잘 맞춰드리는 것 뿐이다. 그런데 같이 일하는 동료가 "둘이 친하게 지내니까 오해 사겠다. 불륜으로 오해하면 어떻게 하냐"고 농담을 했다. 다른 동료도 "간통죄도 폐지되었는데 조심하셔야겠다"고 말했다. 너무 불쾌해서 사무실 밖으로 나와 버렸다.

직속상사가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온갖 남자 직원과 엮어서 소문을 낸다. 거래처 사람과 불륜 관계가 아니냐며 추궁하기도 하고 남자들과 놀아나서 일을 못 시키겠다는 식으로 말을 한다. 업무에는 문제가 없는데 부당하게 폄하한다.'

성희롱이라고 규정하거나 신고하지 않더라도 직장 내에서 '성'과 관련된 언행으로 불편하고 불쾌한 경험을 하는 사례는 차고 넘친다. 누군가 친해 보이면 불륜이라는 둥 소문이 돌기 일쑤고, 결혼하지 않은 여직원과 남직원에게 서로 사귀라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성경험이나 연애관계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하는 사례도 많다.

이러한 사례들이 보여주는 건 그 조직에서 '여'직원을 대하는 방식이다. '여'직원을 함께 일하는 동료로 인식하기보다는 성적 존재로 바라보기 때문에 나와 성적인 관계가 될 수 있는지 없는지 가늠하며 너무나도 쉽게 집적거리고, 친밀한 관계도 아닌데 업무와 관계없는 불필요한 질문과 농담을 하는 것이다.

'직장'에서 쉽게 연애 걸 수 있는 이유는?

 직장에서 상사의 집적거림에 견디다 못해 퇴사하는 이들도 많다.
 직장에서 상사의 집적거림에 견디다 못해 퇴사하는 이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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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입사한 팀장이 내가 야근할 때마다 기다렸다가 같이 퇴근하면서 매번 술을 마시자고 했다. 같은 팀이고 직속상사니까 몇 번 응하긴 했는데 매번 그러니까 너무 부담스러웠다. 술자리에서 "너와 내가 회사에서 만난 것이 운명 같다"고 몇 번이나 말하기도 했고, 내 손을 아무렇지 않게 잡은 적도 몇 번 있다.

이런 일이 계속 되어서 성적으로 느껴지는 부담스러운 언행을 중지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업무할 때 자꾸 "서운하다. 네가 그러면 더 서운하다"라며 감정적으로 대하고, 카톡으로 "사랑한다"는 말도 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회사에 알렸는데 회사에서는 팀장이 "순수하게 좋아한 것 같다"며 남녀 간의 애정문제로 가볍게 인식하고 있다. 내가 기혼자였으면 기분이 좋았을 거라는 말도 했다.'

참다 못해 상사나 동료의 언행을 회사에 알리면, 오히려 가해자에게 감정이입하면서 개인 간의 문제로 가볍게 여기는 회사가 많았다. 이러한 회사의 반응은 '사내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의 감정은 신경 쓰지 않고 집적거리고, 그러다 거절당하면 불이익을 주고 업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용인하겠다'는 메시지다. 문제가 되더라도 "순수하게 좋아한다"고 호소하면 문제 삼지 않는 선례를 만들어준 거니까.

그런데 정말 별 일이 아닐까? 일하러 간 회사인데, 동료가 아니라 '여자'로 대하는 상사 때문에 업무를 제대로 하기 어려워져도? 업무와 관계없는 일방적인 감정표현 때문에 괴로워하며 퇴사를 고민하게 되더라도? 이런 경험 때문에 직장 동료가 친절하게 대하면 혹시나 성적인 의도가 아닌지 계속 의심하게 되는데?

상담을 통해 나이 많은 유부남 상사가 비혼인 신입 여직원에게 "좋아한다"며 '플러팅'으로 시작해 점점 언행의 수위를 높이며 성희롱 사건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직급에 따른 위계가 존재하는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플러팅'은 단순한 호감 표시가 아니라 '여'직원을 성적 대상으로 여기는 직장 문화의 단면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

'플러팅'이 피해가 되지 않으려면 일상적으로 회사의 문화에 대해 점검하고 성찰해야 한다. 일상적으로 불필요한 성적 농담이나 사생활에 대한 질문이 오가지만 문제제기하기 어렵고, 상사의 부당한 지시나 언행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위계적인 문화라면 '플러팅'이 성희롱 사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많은 사례에서 '플러팅'이 성희롱 사건이 되고,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 결국 피해자가 퇴사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노동할 권리까지 위협하는 행동을 "사랑"이라고 포장해서야 되겠는가. 싫다고 하면 빨리 멈춰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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