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시즌을 끝으로 FA자격을 얻고 KIA 타이거즈로 이적한 최형우의 몸값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100억 원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계약금 40억 원에 연봉 15억 원에 달하는 4년짜리 계약이다. 계약금을 떼어 놓고 봐도 김태균(한화 이글스)과 함께 KBO리그 최고 연봉. FA 몸값 인프라에 따른 문제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최형우가 현존하는 KBO리그 최고 타자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최고의 타자가 최고의 대우를 받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여기 최형우가 나이가 같은 또 한 명의 좌타 외야수가 있다. 이 선수는 최형우가 경찰청에서 군복무를 하던 시절 이미 1군에서 3할 타율과 도루왕,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휩쓸며 스타 플레이어로 떠오르고 있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현재까지도 KBO리그에서 누구도 넘보지 못한 3년 연속 60도루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선수가 2017년에 받게 될 연봉은 3억 원에 불과(?)하다(물론 비슷한 또래의 일반 직장인과 비교하면 엄청난 돈이지만).

이 선수는 최형우를 비롯해 장원삼(삼성 라이온즈,7억5000천만원), 윤길현(롯데 자이언츠, 5억 원), 권혁(한화 이글스,4억5000만원) 등 83년생 또래들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을 받고 있다. 이는 이 선수가 FA자격을 얻기 전 몇 년 동안 극도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선수는 올 시즌을 무사히 마치면 생애 두 번째 FA자격을 얻는다. KBO리그 역대 최초로 600타수 시대를 연 kt 위즈의 '슈퍼소닉' 이대형이 그 주인공이다.

역대 최초의 3년 연속 60도루, 이적 후 생애 최고 시즌

 FA 이적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낸 이대형이 1년 만에 신생팀으로 갈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FA 이적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낸 이대형이 1년 만에 신생팀으로 갈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 kt 위즈


지금은 잘 상상이 가지 않지만 이대형은 광주일고 시절 투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고교 3년 동안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고 이대형은 외야수 변신을 결심하며 유급을 선택했다. 2002년 후배 고우석(은퇴), 김대우(롯데)와 함께 광주일고를 대통령배 우승으로 이끈 이대형은 빠른 발과 넓은 수비범위를 인정받아 200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2라운드(전체11순위)로 LG트윈스의 지명을 받았다.

입단 후 2년 동안 1군보다는 2군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던 이대형은 2005년 대주자 및 대수비 요원으로 107경기에 출전하며 37도루를 기록하며 빠른 발을 유감없이 뽐냈다. 그리고 2007년 김재박 감독의 부임과 함께 LG의 주전 중견수 자리를 꿰찬 이대형은 타율 0.308 139안타 53도루를 기록하며 외야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차지했다. 부진한 팀 성적과 '적토마' 이병규(은퇴)의 일본 진출로 우울하던 LG팬들에게 이대형은 새로운 희망이었다.

이대형은 빠른 발을 앞세워 4년 연속 도루왕 타이틀을 따내는 등 리그를 대표하는 준족의 외야수로 이름을 날렸다. 여기에 배우나 모델을 연상케 하는 잘 생긴 얼굴로 투수 심수창(한화)과 KBO리그의 대표 미남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2002년 한국시리즈 진출을 마지막으로 오랜 시간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한 LG에서 여성팬들이 꾸준히 LG를 지지했던 이유에는 이대형의 존재가 큰 역할을 차지했다.

폭발적인 도루능력이야 의심의 여지가 없었지만 이대형은 고교 시절부터 타격 시 몸이 앞으로 일찍 나오는 좋지 않은 버릇이 있었다. 이 때문에 서용빈, 김무관, 김용달 등 LG를 거친 타격코치들은 이대형의 타격폼을 고치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해마다 성적만 떨어질 뿐 효과는 거의 없었다. 2013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이대형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의 부진한 성적 때문에 시장에서 찬밥 대우를 받다가 KIA와 4년 24억 원에 FA계약을 맺었다.

이대형은 FA계약 직후 일부 야구팬들로부터 '24억짜리 대주자'라며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이대형은 2013년 126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3 149안타 40타점 75득점 22도루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도루를 제외하면 LG의 주전이었을 때보다 훨씬 나은 성적이었다. 시즌이 끝난 후 이대형에 대한 평가는 '가성비 최고의 FA'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고향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연 이대형에게는 또 한 번의 예상치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통산 도루 역대3위, '바람의 아들' 이종범도 사정권

KIA는 2014 시즌이 끝나고 신생팀 kt에게 내줄 특별 지명 선수 명단에서 이대형을 20인 보호 선수에서 제외했다. 대외적인 이유는 팀 내 젊은 투수들을 지키기 위함이었다고 하지만 타율 팀 내 3위, 타석, 타수, 안타, 득점에서는 1위를 차지한 출중한 기량의 1번 타자를 그냥 내준 꼴이 됐다. 반면에 kt는 4번의 도루왕과 두 번의 3할 타율, 그리고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범위를 자랑하는 외야수를 단돈(?) 10억 원에 데려오는 행운을 누렸다.

그리고 이대형은 지난 2년 동안 kt의 간판타자로 활약하며 자신을 지명한 팀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 2015년 14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2 165안타 86득점 44도루를 기록하며 kt의 토종 타자 중에서 유일하게 3할을 넘겼던 이대형은 작년에도 타율 0.320 192안타(3위) 89득점 37도루(3위)로 성적을 더욱 끌어 올렸다. 도루를 제외하면 골든 글러브를 받았던 2007년을 훌쩍 뛰어넘는 활약이다.

Kt 이적 후 81도루를 보탠 이대형은 통산482도루로 역대 도루부문 3위에 올라있다. 정수근, 이순철, 김일권처럼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도'들을 모두 뛰어 넘었다는 뜻이다. 2017 시즌에 29번만 더 루를 훔치면 '바람의 아들' 이종범(510개)까지 제치고 역대 도루부문 단독 2위로 올라설 수 있다. 적어도 도루에 있어서 만큼은 이미 전설의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이대형은 FA계약 후 KIA와 kt를 거치며 3년 연속 3할 이상의 타율과 140개 이상의 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KBO리그에서 이 기록을 충족하고 있는 선수는 이대형을 포함해 최형우, 박용택(LG), 민병헌(두산 베어스), 손아섭(롯데), 에릭 테임즈, 나성범(이상 NC다이노스), 이승엽(삼성) 등 총 8명 밖에 되지 않는다. 이들 중 이대형보다 적은 연봉을 받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이대형이 2013 시즌이 끝난 후 KIA와 맺었던 4년 24억 계약은 선수 입장에서 보면  꽤나 억울한 규모의 계약이었다. 이미 이대형은 자신의 몸값을 훨씬 뛰어넘는 활약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 시즌을 무사히 마치면 두 번째 FA 자격을 얻는 이대형은 이번만큼은 자신의 활약에 어울리는 대우를 받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이대형이 2017년에도 지난 3년과 비슷한 활약을 이어간다면 그의 두 번째 FA에 찬바람이 불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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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T 위즈 이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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