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낳은 불세출의 축구스타 차범근 전 감독의 아들 차두리(국가대표 전력분석관)는 대를 이어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유승안 경찰청 감독과 유원상(LG트윈스)-유민상(kt 위즈) 형제, 박종훈 한화 이글스 단장과 박윤(넥센 히어로즈), 박철우 두산 베어스 타격코치와 같은 팀의 포수로 활약하는 박세혁, 이종범 해설위원과 이정후(넥센) 등은 부자 야구 선수로 유명하다.

농구에서는 국가대표를 이끌고 있는 '농구대통령' 허재 감독의 두 아들 허웅(원주동부 프로미)와 허훈(연세대)이 한국 농구의 차세대 가드로 떠오르고 있다. 작년 WKBL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박지수(KB스타즈)의 아버지는 방송인으로 변신한 서장훈과 악연이 있던 전 농구 선수 박상관이다. 대를 이은 운동 선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선천적으로 물려 받은 좋은 유전자와 더불어 어려서부터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되기 때문이다.

현역 시절 '미남센터' 최천식과 함께 대한항공을 이끌었던 국가대표 출신의 왼손잡이 공격수 한장석의 아들도 운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버지만큼 키가 크지 않았던 아들은 배구가 아닌 야구 선수로 성장해 프로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바로 KIA 타이거즈 팬들로 하여금 '언젠간 터질 거'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사나이 '한슝쾅' 한승혁이다.

공 빠르지만 제구 불안, 전형적인 강속구 유망주

 한승혁은 덕수고 시절 메이저리그의 관심을 받던 '특급 유망주' 출신이다.

한승혁은 덕수고 시절 메이저리그의 관심을 받던 '특급 유망주' 출신이다. ⓒ KIA 타이거즈


덕수고 시절부터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던 한승혁은 이미 고2 때부터 메이저리그 구단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한승혁 역시 미국 진출에 뜻이 있던 터라 구단들 사이에서 '악마'로 통하는 스캇 보라스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 때문에 상위 순번 후보였던 한승혁은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8순위까지 밀려 KIA의 지명을 받았다.

또래 중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로 유명했지만 한승혁은 프로 첫 시즌 1군은 물론 퓨처스리그에서조차 단 하나의 공도 던지지 못했다. 입단하자마자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으며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려 버렸기 때문이다. 재활 과정을 마친 한승혁은 2011 시즌이 끝나고 마무리 훈련에서 새롭게 부임한 선동열 감독으로부터 '제2의 오승환'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고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KBO리그 역대 최고 마무리 투수의 후계자는 그렇게 쉽게 탄생하지 않았다. 한승혁은 실질적인 데뷔 시즌이었던 2012년 17경기에 등판했지만 1패1홀드 평균자책7.43으로 부진했다. 2013년에는 손영민(개인사), 홍성민(롯데 자이언츠 보상선수)이 팀에서 이탈해 기회가 많아지는 듯 했지만 시즌 중반에 송은범(한화)과 신승현(LG트윈스)이 들어오면서 11경기 밖에 등판 기회가 없었다.

아직 실적은 보잘 것 없지만 평균자책점을 4.74까지 끌어내리며 가능성을 보인 한승혁은 2014년 불펜으로 시즌을 시작했다가 선발로 변신했다. 선발 데뷔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한승혁은 4월 20일 SK와이번스전에서 6.2이닝 1실점으로 프로 데뷔 첫 승을 따냈지만 이후 2경기에서 1.1이닝 11실점으로 처참하게 무너졌다. 결국 2014년 1군과 2군,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승 5패 평균자책점 7.21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한승혁은 2015년부터 다시 전문 불펜 투수로 변신했고 빠른 공과 스플리터의 조합을 들고 나오며 2승 6패 6홀드 평균자책점 5.46의 성적을 기록했다. 56이닝 동안 55개의 안타와 36개의 볼넷을 허용한 점은 아쉽지만 이닝수와 똑 같은 탈삼진(56개)을 기록하는 위력적인 구위를 선보였다. 그래도 해마다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 KIA팬들로 하여금 기대를 갖게 하기 충분했다.

부상 윤석민과 고령 임창용, 책임감 커진 한승혁의 2017년

 기아 투수들 중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한승혁은 마무리에 적합한 투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아 투수들 중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한승혁은 마무리에 적합한 투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KIA 타이거즈


사실 한승혁의 강점과 약점은 모든 타자들이 알고 있다.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시속 150km를 상회하는 강속구를 자유자재로 뿌리며 타자들을 힘으로 압도하지만 투구 밸런스가 일정하지 않아 제구가 불안하고 기복이 심하다. 그리고 이런 한승혁의 특징(?)은 스프링캠프에서 이대진 투수코치의 특별과외를 받은 작년 시즌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16년 불펜투수로만 36경기에 등판한 한승혁은 3승 2패 1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4.86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 1군에서 한 경기를 던진 후 왼쪽 손가락 골절 부상을 당한 한승혁은 6월 중순 1군에 복귀해 7경기에서 4홀드1.35로 호투했다. 하지만 7월 한 달 동안 9경기에서 10.80으로 무너지면서 2.35까지 내려갔던 평균자책점이 6.75까지 치솟았다. 시즌 전체를 놓고 봐도 한승혁에게는 대단히 아쉬운 한 달이었다.

그나마 고무적인 사실은 8월 이후의 성적이 3승 1패 1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3.12로 상당히 안정적이었다는 점이다. 특히 와일드카드 진출권이 걸려 있던 10월5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는 8회에 등판해 1.1이닝 동안 1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KIA의 가을야구 진출을 견인하기도 했다. 다만 두 경기 모두 치열한 선발 대결로 전개된 LG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등판기회를 잡지 못했다.

2014년에 선발로 6경기에 등판한 경험이 있긴 하지만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위력적인 구위를 가진 한승혁은 올해도 불펜투수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2015년 마무리 윤석민은 어깨수술로 시즌 초반 등판 여부가 불투명하고 작년 시즌 마무리로 활약한 임창용은 올해로 41세 시즌을 맞는다. KIA가 내부에서 차기 마무리감을 찾는다면 그 적임자는 단연 한승혁이다. 올해는 한승혁이 타이거즈의 차기 소방수로 적합한 투수인지 가늠하는 시험무대가 될 전망이다.

물론 표준어는 아니지만 야구팬들에게 널리 알려진 한승혁의 공식별명은 '한슝쾅'이다. 한승혁이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면 '슝'하고 날아와 포수 미트에 '쾅'하고 꽂힌다는 뜻으로 한승혁이 가진 위력적인 구위를 나타내는 별명이다. 하지만 한승혁은 안타깝게도 아직 자신의 별명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준 적은 없다. KIA가 대권에 도전하는 2017년 한승혁은 입단 7년 만에 KIA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펼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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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IA 타이거즈 한승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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