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이 전 대통령 사무실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19일 만나 귀국인사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반 전 총장의 지난 10년간 활동을 치하하고 "한국을 위해 일해 달라"는 덕담을 남겼다.

이날 오후 4시 정각에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이 전 대통령 사무실 건물 앞에 도착한 반 전 총장은 김성환 전 외교부 장관과 장다사로 비서실장의 안내를 받으며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가 12층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곧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마중나왔다. 이 전 대통령은 손뼉을 한 번 친 뒤 팔을 벌린 채 반 전 총장에게 "오세요, 오세요"라며 반겼다. 반 전 총장은 그에게 허리를 숙이며 "오랜만입니다"라고 인사했다.

이어진 비공개 면담에서 두 사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30여 분간 대화를 나눴다. 반 전 총장 쪽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반 전 총장에게 "지난 10년간 세계 평화와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지 않으셨냐? 그러한 경험들을 살려 한국을 위해서도 일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반 전 총장이 "196개국 합의를 이끌어 기후변화협약을 타결한 것은 정말 대단한 업적"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이 전 대통령에게 "재임 중 녹색성장 정책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해오신 점 잘 알고 있고,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이 전 대통령의 자서전 <대통령의 시간> 영문판과 중문판이 나온다고 들었다며 "잘 되길 바란다"고 했다. 두 사람의 면담에는 김성환 전 외교부 장관,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정다사로 비서실장과 반 전 총장 쪽 이도운 대변인이 배석했다.

면담을 마치고 4시 42분 건물 밖으로 나온 반 전 총장은 기자들을 보자 곧바로 차에 올라타려 했다. 그는 바른정당 입당 여부와 기자에게 "나쁜 놈들"이라고 한 일 등을 질문하는 기자들에게 "다음에 기회가 있을 거다, 미안합니다"라고만 답했다. 반 전 총장이 검은색 승용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지켜보던 지역주민 약 20명 가운데 몇몇은 그에게 손을 흔들며 박수를 쳤다.

김효재 전 수석은 기자들에게 "(면담에서) 정치적 얘기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이 주로 반 전 총장의 UN 활동을 듣는 입장이었다"며 "10년 동안의 노고를 평가하고 치하했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이 반 전 총장을 돕냐'는 질문에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지낸 분이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게 이 전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그런 입장에서 대화에 임하셨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김 전 수석은 또 친이계가 반 전 총장을 돕는 것을 두고는 "반 전 총장이 개별접촉해 도움을 요청해서 참여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는 두 사람이 다시 만나자는 얘기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의 한 참모도 "오늘의 면담은 귀국 인사 이상 이하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