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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억원대 뇌물공여와 횡령·위증 등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의왕시 서울구치소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430억원대 뇌물공여와 횡령·위증 등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의왕시 서울구치소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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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참모들이 내심 안도했다는 보도는 결국 이번 사태가 전형적인 정경유착에서 비롯된 것임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부당한 압력이나 이해관계에 눈 돌리지 않고 공정한 판결을 하기 위해 두 눈을 가린 법의 여신 디케조차도 살짝 눈가리개를 떼고 판단을 내린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의심스러운 법원의 결정이었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오랜 시간 영장심사를 끌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새벽 4시로 발표 시간을 결정한 것은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었을까.

나는 처음부터 구속영장 기각을 짐작하고 있었다. 법원의 결정에 분노한 광장 촛불 민심이 다시 들끓고 일어나면, 그에 힘입어 특검이 재차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고, 그런 여론의 압박 아래서 비로소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었다.

'구속영장 기각 – 촛불 민심의 들끓음 - 재차 구속영장 청구 - 구속영장 발부'라는 시나리오를 그린 이유는 특검과 법원 양측 모두가 느낄, 대한민국 제1위 기업의 오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이라는 심리적 부담을 여론의 지원으로 털어냈으면 하는 까닭이었다.

이제 특검은 혐의점을 더 보강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할 것이고, 국민들은 다시 광장에서 촛불을 더 높이 들어야 한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권력 공백기인 지금은 일종의 유사 혁명 시기라 할 수 있기에, 일정 부분 '여론이 곧 법'이 될 수도 있다. 또 그렇게 여론이 사회 흐름을 주도할 수 있어야 이에 동력을 받아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도 일구어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구속영장 기각 사태를 보면서 이것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불안해졌다. '태극기 물결로 촛불을 끌 수 있다'고 주장하며 태극기를 앞세운 이른바 탄핵 반대 보수 세력들이 더욱 거리를 활보하면서 수세에 몰렸던 박근혜 대통령 측이 다시 기운을 받아 살아난다면 헌재의 탄핵 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 압박에 영향을 받아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기각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제로'의 상태로 접어들 것이다. 최악의 경우 '벚꽃대선'도 미뤄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세력들이 재집권하는 뜻밖의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지난 해 12월 10일,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퇴진 촉구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지난 해 12월 10일,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퇴진 촉구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 정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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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촛불을 지금 다시 들어야 하는 이유다. 탄핵 정국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명심하고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각오로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권이 남긴 적폐 청산에 앞장서고 있는 특검에 아낌없는 지지와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은 '실정법 위반에 대한 처벌' 그 이상의 메시지를 우리 사회에 던져줄 것이다.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민심의 갈망에 응답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불공정한 사회에서 삶의 의욕을 잃고 짓눌려 살아가는 일반 서민들에게 그 자체만으로도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는 특별한 '이벤트'가 될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회 공정성에 대한 믿음이야말로 국가발전의 동력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정당한 사법 처리는 공정사회를 가늠하는 대단히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한 손에는 "이게 나라냐?"는 깃발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이게 나라다!"는 깃발을 들고서 광장에서 몇 달을 견디면서 탄핵정국을 주도했던 천만 촛불 국민들은 이제 삼성 이재용이 어떻게 처리될 것인가를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마음속으로는 "이 나라를 과연 믿고 살아도 될 것인가"를 끊임없이 되뇌면서.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정중규씨는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입니다.



태그:#이재용, #영장 기각,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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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정권교체동행위원회 장애인복지특별위원장, 대구대학교 한국재활정보연구소 부소장,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 수석부회장,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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