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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웃음은 사람의 얼굴로부터 겨울을 몰아내는 햇볕이다." - Victor Hugo

엄마 : "그리고 이런 일도 있었어요. 어머님이 다리가 불편하시다고 하셔서 병원을 모시고 갔어요. 아무래도 어머님이 다리가 아프시다니까, 제 생각에 병원 건물 입구 계단 3개 정도라도 부축을 해 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어머님의 팔을 잡아드렸는데, 뿌리치시더라고요. 그때도 왜 그러시나 싶었지만 딱히 왜 그러시냐고 여쭙지는 않았아요. 병원 일 다 보고 집에 모셔다 드릴 때 걷는 모습이 불편해 보이셔서 잡아드리려고 했으나 매몰차게 팔을 제 손에서 빼시더라구요. 그런데 그 때 전에 몇 번 다녔던 교회 지인이 지나가시다 우연히 보시고 어머님께 인사하시며 손잡았는데, 그때는 마치 누가 손 한 번 잡아주지 않은 것처럼 반가워하시는 모습이 몹시 이상하다 싶었어요."

: "저런~ 어머님의 태도가 이해 안 되셨겠어요."

엄마 : "도대체 왜 저러시나 싶었지만..."

아빠 : "그런 느낌을 저는 어렸을 때부터 받았어요. 그런 행동 때문에 저와는 더욱 사이가 멀어졌죠. 생각만 해도 싫거든요. 한 번은 (어머니께서) 하도 내 속을 박박 뒤짚어 놓아서 '차라리 죽지 왜 사냐'고 말 한 적이 있어요. (이후) 남들이 있을 때 그 말을 무기로 해서 자식이 못된 놈으로 욕보이거나 말거나, 아니 못된 놈이라고 광고라도 하듯이 '니가 나보고 죽지 왜사냐며?'라고 노발대발하더라고요. 기가 막혔지요. 그리고 '애미 속이 어떨지 생각해보'고 하는데..."

: "어머님 속을 헤아리기도 싫으시고..."
아빠 : "그때 제가 그랬죠. '그럼 자식 속은 지금 어떻겠냐고 아들 속이 어떤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냐'고, 저도 큰소리를 치게 되고... 그런데 별 일인 것은 나이가 들어가도 목소리는 쩌렁쩌렁하고 기운이 좋으시다는 거예요. 그렇다 보니 누가 있으면 더 큰소리로 끊임없이 저에 대한 불평불만을 계속 쏟아냅니다. 빨리 죽었으면 좋겠어요."

똑깍인형 엄마·아빠의 속이 탈 만도 하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똑깍인형의 할머니가 어떤 분인지 모르는 주위 사람들은 그 분을 마치 세상에 둘도 없이 약하고 선하고 좋으신 분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반면 자식은 그런 어머님을 제대로 섬기지 않는 못된 그런 자식이라는…, 뮌하우젠증후군의 가족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점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자식들은 처음엔 부모님께 자식의 도리를 잘 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는 그 행위를 못 참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그런 행위의 당사자의 경우 자신의 행위를 자각하거나 그런 행위가 본인과 가족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채기 어렵다는 점이다.

: "제가 직접 어머님을 뵌 적은 없지만 혹시 원하신다면, 어머님의 증상 원인과 앞으로 어머님을 어떻게 대해야하는지를 말씀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신가요?"

둘 다 해달라는 눈 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어지간히 답답하고 힘들었나 보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두 분께서 생각하신 것처럼 어머님은 본인이 약하고 아프고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무기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제가 어머님과 유사한 분들과 가족을 상담해본 경험으로 볼 때, 어머님은 어렸을 때 다른 형제들보다 부모님의 애정을 더 받으며 성장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 보니 맡딸이었음에도 동생분들을 챙겨주기 보다는 챙김을 받는 쪽이셨을 것입니다. 흔한말 중에 '사랑은 받은 사람이 할 줄 안다'라는 말과 조금 다른 경우죠. 어머님은 부노님 사랑을 혼자만 받던 아이의 모습에 고착되신 것입니다. 정서적 성장이 어쩌면 그때 멈추신 것 일 수 있습니다.

거기에 혼자서 아드님을 키우시기 위해 하셨던 일(술집) 또한 당찬 여성상이기 보다는 나약해 보여야하는 상황들이 꽤 있으셨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약해 보이면서 착한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시는 것이지요. 그것은 오늘날까지 살아오신 방법이기에 지금은 당신이 노쇠함에서 오는 질병, 신체의 약함 등이 더욱 그 패턴을 굳히는 것 같습니다."

남편 :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런 작태를 그냥 감당해야 합니까?"

: "답답하셔서 속이 터질 것 같은 분노를 지닐 수도 있으시지만 사실 어머님은 건강하신 분은 분명 아니십니다."

남편 :"그러니까 건강하지 않다고해서 우리가 그 모습을 그대로 다 봐줘야 합니까?"

: "그런 행위가 어느덧 본능처럼 어머님께 달라붙었음을 인정하시면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본능처럼 의식하기도 전에 말씀과 행동으로 나타나니, 두 분이 덜 자극받고 덜 괴롭기 위해선 '환자'로 보시면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시면 그 어이없고 분함이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그러면 어머님과 만나기만 하면 다투고 서로 불편해 하게되고 그럴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상처받는 분들은 어머님보다 정상적인 두 분과 똑깍인형일 겁니다."

아빠 : "무시하란 말씀이세요?"
: "그렇게 하실 수 있으시면 그 방법이 최선입니다. 이전 사례 또한 두 분 만큼 힘든 일들이 많았었습니다. 어떤 경우까지 있었느냐면... 자녀들이 어머니와 함께 종교활동을 했어요. 그곳에 함께 갈 때면 어머니께선 자식들과 함께 앉을 자리를 찾지 않고 자신을 챙겨주는 분 옆에 앉으셨어요. 그 옆에는 자리가 하나밖에 없어서 자식들은 따로 앉아야 했죠. 이를 본 사람들이 왜 연로하신 어머니 혼자 앉게 하느냐고 책망하고... 자제분들이 어머니와 함께 앉을 수 있는 자리를 찾아도 어머니께선 괜히 친한 분들 주위를 대놓고 맴돌고... 이런 일들이 자주 발생했고, 신경이 쓰여서 다른 분들께 어머니 상태를 솔직하게 말씀드렸다고 해요. 이후 다른 분들이 어머니께 직접적으로 '자녀들과 함께 앉으라'면서 예전처럼 친절하게 굴지 않자, 그때부터 자식들에게 부드러운 태도를 보이셨답니다. 그 어머니의 태도는 비겁해 보이고 어이 없었지만, 다행히 자녀들이 어머니를 환자로 보면서 덜 시달렸답니다.

아빠 : "정말 정나미가 다 떨어지네요. 그 정도라고요. 남들이 볼 때는 너무나 좋은 사람이고 남들에게 당하기만 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자식들을 그렇게 망신을 시킨다구요?"

: "제가 생각할 때 이미 두분은 어머님을 통해 망신도 당할 만큼 당하셨을 텐데요."

엄마 : "지금이니까 솔직히 말씀드리지만 사실은 그렇습니다. 많이 괴로웠어요. 그만큼 고민도 많았구요. 그리고 똑깍인형이 함께 있든 없든 당신 필요한 것은 꼭 챙기시면서 남들이 있을 때는 아주 매몰차게 저를 대하시고 또 똑깍인형은 또 그것을 보고있었구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을 거예요. 어머님 일이라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고요. 이해가 갑니다. 그러면서 다행스러운 점은 지금은 자주 뵙지 않고 그리고 따로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그런 부모님과 함께 살아야만 하는 환경에서 몰라서 고통을 많이 겪고 계세요."

엄마 : "그렇잖아도 지금 어머님이 왜 그러시는지를 알게 되었으니, 이제는 전처럼 그렇게 속 끓이지는 않아도 될 것 같아요."

: "다행이에요. 그렇게 여기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두 분이 합의하셔서 적절한 때에 똑깍인형에게도 할머니의 상황을 설명해주면, 똑깍인형 또한 할머니의 태도나 말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해를 할 때 고통은 덜 합니다." 

똑깍인형의 엄마와 아빠는 "진짜 그런 사람이 또 있냐"는 질문을 몇 번 나에게 묻더니, 한 숨을 깊이 내쉬며 돌아갔다.


태그:#뮌하우젠증후군, #체면, #망신, #가족,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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