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과 음악 사이에도 궁합이란 게 있다면, 겨울엔 재즈다. 재즈의 '흥'이 겨울의 찬 기운을 훈훈하게 달군다. 그래서일까. 겨울 끝자락에 열리는 클래식 축제인 '평창겨울음악제'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재즈와 손잡았다. 조지 거슈윈의 재즈풍 클래식에서부터 재즈뮤지션 웅산밴드의 무대까지 그야말로 음악의 성찬이다.

상차림은 다양하다. 베토벤, 슈베르트 등 고전 클래식부터 한국전통 판소리까지 원하는 공연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다. 다음 달 15일부터 19일까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2017 평창겨울음악제'를 앞두고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예술감독을 맡은 정명화(첼리스트)-정경화(바이올리니스트), 주축이 되어 무대를 꾸밀 세계적 재즈 피아니스트 존 비즐리(John Beasley), 김성환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이 참석했다.

클래식과 재즈, 이토록 어울리는 조합이라니

2017 평창겨울음악제 기자회견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2017 평창겨울음악제 기자간담회에 재즈 피아니스트 존 비즐리, 예술감독을 맡은 첼리스트 정명화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김성환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이 참여했다.

재즈 피아니스트 존 비즐리가 기자간담회를 위해 내한했다. ⓒ 평창겨울음악제


귀여운 모자를 쓰고 나타난 존 비즐리가 음악제를 채울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클래시컬한 재즈와 제가 작곡한 현대의 재즈까지,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무대가 될 것"이라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도 활발히 활동하는 그는 이번 음악제의 메인 아티스트로 활약할 예정이다. 존 비즐리는 재즈를 기반으로 리듬 앤드 블루스, 펑크, 소울 등 장르의 유연한 결합을 선보였다. 그는 "이번 페스티벌에서 제가 기대하는 건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관객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라며 이런 기대를 품은 이유도 언급했다.

"재즈 음악이란 것은 굉장히 사회적인 음악입니다. 무대 위에서 뮤지션들끼리 대화가 이루어지고 또 관객과의 대화가 이뤄집니다. 많은 사람과 그 순간의 교감을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지 무척 기대됩니다."

이날 간담회에서 존 비즐리는 자신만의 해석으로 푼 '티 포 투'(Tea for Two)를 즉흥 연주했다. 그는 여러 질문에 "재즈는 '대화의 음악'"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나라 음악인들과 협업할 때, 재즈 아티스트들은 대화하는 훈련, 듣는 훈련이 돼 있어서 쉽게 맞출 수 있다"며 "그래서 언어로써의 재즈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화의 매개체로써 패션이 활용되는 것처럼 대화의 한 방법으로써 재즈 음악을 활용하길 바랐다. 클래식과의 협업에 관해서는 "흑인음악이 엘비스 프레슬리에게 영향을 주었듯이 음악은 서로 간에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제가 음악을 할 때 추구하는 큰 목표가 있습니다. 평화와 고요입니다. 음악을 듣는 그 순간만이라도 듣는 이가 평화와 고요를 느끼게 하는 것인데요. 제가 생각하는 영향들을 무대 위에서 사회적인 언어(음악)로 풀어가는 일을 한다고 생각해요."

2017 평창겨울음악제 기자회견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2017 평창겨울음악제 기자간담회에 재즈 피아니스트 존 비즐리, 예술감독을 맡은 첼리스트 정명화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김성환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이 참여했다.

직접 연주를 선보이는 존 비즐리. ⓒ 평창겨울음악제


존 비즐리는 올해 탄생 100주년인 텔로니어스 몽크의 음악을 빅밴드 편성으로 볼 수 있을 거라 예고했다. 그는 몽크에 대해 "그 당시 사람으로서는 전무후무한 천재적인 아티스트"라며 "지금의 우리도 그분 수준까지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재즈 아티스트는 개성이 중요한데 몽크의 음악에선 개성을 느낄 수 있다. 그분이 작곡한 것을 다른 뮤지션이 다른 색깔로 연주해도 몽크의 개성이 살아 있다"고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클래식과 재즈를 붙여놓은 이유, 두 장르가 잘 어울리는 이유를 묻는 말에는 정경화가 답했다. 그는 "음악은 흥이라고 생각한다"며 "클래식 음악 안에서 일어나는 흥은 복잡할 수 있는데, 재즈는 그 순간에서 이루어지는 흥이 분명해서 모두가 스윙을 탈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내년에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언급하며 "올림픽이 열리는 겨울 분위기에 자유로운 재즈가 굉장히 따뜻한 분위기를 부여해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평창올림픽 앞두고 세계인 매료할 것

2017 평창겨울음악제 기자회견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2017 평창겨울음악제 기자간담회에 재즈 피아니스트 존 비즐리, 예술감독을 맡은 첼리스트 정명화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김성환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이 참여했다.

2017 평창겨울음악제의 예술감독을 맡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 평창겨울음악제


2017 평창겨울음악제 기자회견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2017 평창겨울음악제 기자간담회에 재즈 피아니스트 존 비즐리, 예술감독을 맡은 첼리스트 정명화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김성환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이 참여했다.

2017 평창겨울음악제의 예술감독을 맡은 첼리스트 정명화. ⓒ 평창겨울음악제


아무래도 평창겨울음악제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이 없을 수 없다. 다음 달 7일에는 정부주관으로 '올림픽 D-day 365 음악회'가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다. 또한, 올림픽 갈라 콘서트도 계획 중이다.

정명화 예술감독은 "올림픽이 젊은 선수들이 활약하는 장인 만큼 젊은 분위기로 프로그램을 짠 것도 있다"며 클래식을 재즈와 접목한 이유를 말했다. "재즈나 국악 등과 접목해서 젊은 층들이 새로운 느낌으로 클래식을 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이어 "클래식은 작곡가가 정해놓은 악보를 해석하는 것이지만 재즈는 굉장히 자유롭다"며 "두 가지 대조적인 것을 5일 동안에 다 들을 수 있는 것이 매력"이라고 어필했다.

올림픽이 끝나고 음악제가 어떻게 지속할 것인지를 묻는 말에는 강원문화재단 김성환 이사장이 답했다. 그는 "평창음악제가 15년 가까이 잘 지속해 온 브랜드이기 때문에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이제 우리도 한국을 대표하는 클래식 음악제가 하나쯤 있어야 한다"고 했다.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음악제처럼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도 내비쳤다. 이에 정명화 예술감독은 "이 음악제는 올림픽이 끝나도 오래 남을 우리 자산 중의 하나"라며 힘을 실었다.

2017 평창겨울음악제 기자회견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2017 평창겨울음악제 기자간담회에 재즈 피아니스트 존 비즐리, 예술감독을 맡은 첼리스트 정명화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김성환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이 참여했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2017 평창겨울음악제 기자간담회. ⓒ 평창겨울음악제


2017 평창겨울음악제 기자회견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2017 평창겨울음악제 기자간담회에 재즈 피아니스트 존 비즐리, 예술감독을 맡은 첼리스트 정명화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김성환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이 참여했다.

정경화 바이올리니스트. ⓒ 평창겨울음악제


정명화-정경화 예술감독은 음악제의 프로그램을 직접 설명했다. 판소리와 첼로가 함께하는 '춘향가'부터 클래식과 팝을 아우르는 앤더슨 앤 로의 피아노 듀오, 음악제의 부감독인 피아니스트 손열음을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소프라노 매기 피네건, 비올리스트 이한나,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 피아니스트 김규연, 재즈 뮤지션 웅산 등이 무대를 꾸민다. 특히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이번 음악제의 부감독으로서 프로그램 기획에 젊은 감각을 부여하는 역할을 했다.

세계적인 재즈 연주자들과 국내외 정상급 클래식 아티스트들이 무대를 채우는 이번 음악회는 세계인의 축제가 될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많은 프로그램 중 하나만 추천해달라는 부탁에 존 비즐리는 "더 많이 들을수록 더 좋은 다다익선"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끝으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맺음말을 건넸다.

"음악인으로서 생각하길, 요즘 세상에 제일 필요한 것은 음악 같아요. 마음과 혼을 연결할 수 있는 음악은 시간을 초월하는 것이고, 우리가 숨 쉬는 것처럼 꼭 필요한 것입니다. 사회가 여러모로 힘든 상황에 있습니다. 그런 것을 위로하는 데는 음악 이상은 없다고 봅니다." (정경화)

2017 평창겨울음악제 기자회견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2017 평창겨울음악제 기자간담회에 재즈 피아니스트 존 비즐리, 예술감독을 맡은 첼리스트 정명화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김성환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이 참여했다.

2017년 2월 15~19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평창겨울음악제' 포스터. ⓒ 평창겨울음악제



평창겨울음악제 정경화 정명화 존비즐리 손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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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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