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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교육대학교에서 열린 하브루타 연수 모습
 광주교육대학교에서 열린 하브루타 연수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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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월), 광주교육대학교 연수원에서는 감성하브루타 콘서트 연수(6시간)가 있었다. 행복수업디자이너인 고종환 강사가 진행하는 연수에는 광주 전남에 거주하는 교사 30여 명이 참석했다.

고종환 강사는 광양제철남초등학교 교사로 전국을 돌며 행복한 수업 방법을 강의한다. "20세기 교사들은 지식, 정보, 기술 전달을 학습목표로 알고 있다"고 운을 뗀 고종환 교사가 20세기 교실 모습을 다음과 같이 종합했다.

하브루타수업을 하고 있는 고종환 교사
 하브루타수업을 하고 있는 고종환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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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옳다. 그러나 학생은 틀렸다.
교사는 많이 안다. 그러나 학생은 모른다.
교사는 가르친다. 그리고 학생은 배운다.

경쟁 교육에서 협력 교육으로 패러다임 변환해야

하브루타는 짝과 서로 질문하며 함께 탈무드를 배우던 데서 기원한 유대인의 3500년 역사가 담긴 전통 있는 교수법이다. 간단한 교수법이 낳은 결과는 놀랍다. 하브루타 방법으로 교육받은 유대인들 중에서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으며 유대인들은 지혜로운 민족으로 불린다.  

하브루타는 친구와 함께 공부하면서 질문과 토론으로 사물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하고 새로운 내용을 알아가는 방법이다. 그런 과정에서 친구에게서 배우기도 하고 친구를 가르치기도 한다.

팀원들이 질문과 응답을 통해 도출해낸 결과물들
 팀원들이 질문과 응답을 통해 도출해낸 결과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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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교사가 가르치고 학생은 배우는 일방통행식 교육방법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서로 묻고 답하는 양방통행식 수업을 한다. 학생스스로 배우고 말하고자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 학생들에게 자존감을 불러일으키는 수업이 행복감성수업이다. 이때 교사는 옆에 비켜서 있다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도와주고 함께 결론을 도출해낸다. 고종환 강사가 교사들에게 부탁했다.

"경쟁의 시대인 20세기는 채찍과 당근을 이용해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협력의 시대인 21세기는 소통하고 협력하는 상호주관성시대 곧, 감성중심시대로 변했습니다. 이제 수업방법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합니다."

질문으로 시작해서 질문으로 끝나는 하브루타 수업의 7가지 원리는 다음과 같다.

▲진술 - 사실을 있는 그대로 간략하게 언급한다
▲질문 - 정보를 듣고 날카로운 질문
▲대답 - 질문에 대한 답변
▲반박 - 반박하거나 반대의견 제시
▲증거 - 주장에 대해 논리적 증거제시
▲갈등 - 제시된 증거에 대해 오류를 찾아내 지적
▲해결 - 파트너와 함께 갈등 상황에 대한 해결책 모색


왜 하브르타 수업인가?

미국행동과학연구소는 외부 정보가 두뇌에 기억되는 비율을 학습활동별로 정리해 둔 학습 피라미드를 발표했다. 학습피라미드는 다양한 방법으로 공부한 다음에 24시간 후에 머릿속에 남아있는 비율을 피라미드로 나타낸 것이다.

피라미드를 보면 강의 전달설명은 5%, 읽기는 10%, 시청각 교육은 20%, 시범이나 현장견학은 30%의 효율성을 갖는다. 그런데 토론은 50%, 직접 해보는 것은 75%,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것은 90%의 효율을 갖는다. 친구와 토론하고 직접 체험하면서 소통하며 공부하는 하브루타는 90%의 효율성을 가진 공부 방법이다.

짝을 지어 질문하고 대화하며, 토론하고 논쟁하는 하브루타 수업방법에는 ▲ 질문중심 하브루타 수업 ▲ 논쟁 중심 하브루타수업 ▲ 비교 중심 하브루타 수업 ▲ 친구 가르치기 하브루타 수업 방법 ▲  문제 만들기 하브루타 수업이 있다.

하브루타 수업의 핵심은 질문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달려 있다. 고종환 강사는 4가지 질문방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 사실질문 - 글을 잘 이해하기 위한 사실적인 부분으로 글에 답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추리질문 - 글 속에 숨겨진 본질적인 원인을 찾아보는 질문
▲ 상상질문 - 글을 읽고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질문
▲ 종합적용 - 글을 읽고 실생활에서 실천, 적용, 통합, 정리하기 위한 질문


하브루타 질문 만들기 수업실제에 나선 고종환 강사가 문장하나를 제시하며 각자가 주어진 질문을 선택하라고 했다. 제시된 글 귀 내용이다.

'머리가 이상해져 자신을 칠면조라고 생각해 알몸으로 식탁 밑을 기어다니거나 그 밑에 떨어진 빵 부스러기를 쪼아 먹기도 하는 왕자가 있었다. 슬픔에 빠진 왕을 돕기 위해 나선 현자는 왕자와 똑같은 방법으로 생활하며 질문과 응답을 통해 조금씩 치료해 갔다.

10)번 '내가 생각하는 스승의 모습은?'을 선택한 화순 능주초등학교 정선영 교사가 자신이 그린 그림을 설명한 내용이다.

화순 능주초등학교 정선영 교사가 '머리가 이상해져 자신을 칠면조라고 여기는 왕자'를 고치기 위해 나선 현자의 상황을 그림으로 그리고 '10)번 내가 생각하는 스승의 모습은?' 이란 질문에 대한 답을 설명했다
 화순 능주초등학교 정선영 교사가 '머리가 이상해져 자신을 칠면조라고 여기는 왕자'를 고치기 위해 나선 현자의 상황을 그림으로 그리고 '10)번 내가 생각하는 스승의 모습은?' 이란 질문에 대한 답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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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능주초등학교 정선영 교사
 화순 능주초등학교 정선영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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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본문은 자신을 칠면조라고 생각하는 왕자를 '머리가 이상해졌다고'라고 표현하고 있고 의사들과  국왕은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고 있기 때문에 낙담하거나 슬픔에 빠져 있습니다. 그러나 현자는 왕자가 자신을 '칠면조'로 정체성을 설명하고 행하는 것을 보고, 왕자와 행동을 같이 하며, 현자 자신이 그것을 존중하고 인정하고 있음을 몸소 보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왕자를 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칠면조로서의 정체성을 그대로 인정한 채, 인간과 어울림이 가능하도록 셔츠, 바지, 음식 먹는 방법 등을 왕자의 속도에 맞추어 도입합니다.

저는 아이들을 대할 때 제 기준과 속도에 맞춰 가려는 모습이 있음을 이 본문을 통해 깨닫습니다. 스승인 저는 세상의 기준에 맞춰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학생 자신이나 세상을 보는 눈으로 함께 맞추고 그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며 학생의 속도에 맞춰 세상을 함께 걸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수업실제에 들어간 교사들은 4명이 한 팀이 되어 사회자, 발표자, 기록자, 행정사로 나뉘어 각자의 역할을 담당했다. 간단한 율동과 게임을 하며 웃고 떠드는 가운데 5교시가 지나고 마지막 시간이 왔다.   

팀원들이 고종환 강사 앞에서 토론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팀원들이 고종환 강사 앞에서 토론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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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환 강사가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의 그림을 보여주며 그림에 대해 설명해준 후 사실추리 질문, 상상예상 질문, 의미적용 질문을 한 다음에 종합적용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린 후 발표자가 설명하도록 했다.

"이 그림은 반짝 반짝 빛나는 별과 잎이 많은 나무가 있는 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풍경은 물감을 겹겹이 칠해서 무척 두꺼운 느낌이 나게 그렸습니다. 그래서 그림 안에 있는 붓 자국을 모두 볼 수 있습니다. 이 그림을 그린 빈센트 반 고흐는 강한 원색을 즐겨 사용하였고, 가끔 물감을 직접 짜서 바르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강렬한 색과 소용돌이치는 듯한 붓질 표현은 마치 그림이 살아있는 것 같은 생생한 느낌을 줍니다."

질문과 응답 반박과 재반박을 통해 결론을 도출해낸 8팀의 교사들은 종이를 찢거나 잘라 붙이고, 색칠하기도 하고, 그림 속에 핸드폰을 놓으며 훌륭한 작품을 완성했다. 광주 서일초등학교 강경도 교사가 팀이 만든 작품에 대한 설명을 멋지게 발표했다.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그림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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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전체에서 드러나는 어둠의 도시와 소용돌이치는 구름과 대기를 보며 검고 짙푸른 어둠은 죽음을, 밤하늘의 소용돌이는 고흐의 번뇌, 갈등, 현실의 고통, 심리적 불안감 등을 격동적으로 표현하였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고흐가 이 그림을 그리면서 부정적인 심리상태로 그렸을까 하는 물음에 다른 생각이 떠올랐어요. 오히려 그림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긍정에너지를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림의 2/3가 밝고 역동적인 밤하늘, 환한 달과 별들로 가득 채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림과 현재와의 융합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의 시대적 상황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정치적 상황들로 인해 해외의 많은 교포들이 부끄러워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고 합니다.

저 역시 젊은 세대에게 미안하고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반만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가 수많은 외적의 침략을 겪었을 때 지배층은 먼저 달아났지만 국민들은 더욱 똘똘 뭉쳐 외적에게 저항하며 나라를 지켜낸 우리가 아닌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며 현명하고 성실한 태도로 한걸음 한걸음 희망의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작지만 거대한 발돋움의 시작이 일어났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처럼."

강경도 교사 팀이 고흐의 그림을 보고 만들어 낸 작품
 강경도 교사 팀이 고흐의 그림을 보고 만들어 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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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서일초등학교 강경도 교사가 팀원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 서일초등학교 강경도 교사가 팀원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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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할 것 같았던 연수는 하브루타 수업을 듣는 내내 간단한 율동과 함께 게임을 하면서 즐거운 가운데 끝났다. 방학을 보내며 재충전해 돌아가는 교사들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하브루타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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