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2016년 아시아 챔피언 자리에 등극했던 전북 현대 선수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2016년 아시아 챔피언 자리에 등극했던 전북 현대 선수들. ⓒ 아시아축구연맹(AFC)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더럽고 치사하다. 가진 자에게 반칙과 특권은 당연시되고, 평범한 이들은 꿈을 꿀 수 있는 자유조차 쉽게 허용되지 않는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던, 굳이 알 필요도 없었던 최순실과 우리의 대통령이 그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국민은 분노했다. 이제 모든 국민에게 평등해야 하는 법과 원칙을 바로잡는 일만이 조금이나마 희망적인 사회, 발전적인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세상이 어지러울지언정 스포츠는 흔들리지 않는다. 정해진 규칙과 흘린 땀방울의 성과로 승부를 가르는 확고한 원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진 자나 없는 자나 누구든 공정하게 경쟁하고, 우열을 가린다. 때론 없는 자의 땀방울이 가진 자를 무너뜨리는 모습에 팬들은 열광하고, 희망을 얻는다.

그래서 전북 현대의 심판 매수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축구팀이 부당한 방법으로 승부를 조작하려 했다는 사실은 믿을 수가 없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믿고 싶지가 않았다. '페어플레이' 정신을 기본으로 한다는 것을 전북이 모를 리 없고, 이동국과 이재성, 권순태 등 국내 최고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의 가치와 전주성을 지키는 팬들의 열정과 사랑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선수와 팬 모두가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전북은 2016년 아시아 무대를 제패했다.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K리그 시장에서 유일하게 많은 투자를 했고, '아시아 챔피언'이란 목표 아래 피땀 흘린 프런트와 선수들이 일궈낸 자랑스러운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흘린 땀방울의 가치를 지켜줘야 했던 전북의 '가진 자'들과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능력도, 의지도 없었다.

이들은 과거의 선례를 무기로 '승점 9점' 삭감이란 어처구니없는 징계를 내렸다. '페어플레이' 정신이 너무나도 당연한 프로축구계에서 심판에 돈을 준 대가가 겨우 3경기의 승리를 잃어버리는 데 그쳤다. 심지어 이 결정이 내려질 당시(2016년 9월 30일) 전북은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던 때라 1위 수성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전북은 리그 우승에 실패했지만, '아시아 챔피언'이란 목표는 이뤘다. 하지만 K리그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전북의 가치가 절반만 인정받아야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의 독립기구인 출전관리기구(Entry Control Body)는 18일 오후(한국 시각) 전북의 2017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여부에 대해 심의했고, 이번 시즌 ACL 출전권을 박탈하는 결정을 내렸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의 독립기구인 출전관리기구(Entry Control Body)는 18일 오후(한국 시각) 전북의 2017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여부에 대해 심의했고, 이번 시즌 ACL 출전권을 박탈하는 결정을 내렸다. ⓒ 아시아축구연맹(AFC)


과거의 잘못에 대한 뼈저린 반성과 그에 합당한 처벌이 주어질 때, 죄는 값을 치른다. 안타깝게도 전북과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그러지 못했다. 스카우트 개인의 일탈로 치부한 채, 어느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전북의 현실과 상황을 넘기기 급급했던 한국프로축구연맹의 모습은 아름다운 스포츠의 세계가 아닌 더럽고 치사한 현실과 너무나도 똑같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의 독립기구인 출전관리기구(Entry Control Body)는 18일 오후(한국 시각) 전북의 2017 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출전 여부에 대해 심의했고, 이번 시즌 ACL 출전권을 박탈하는 결정을 내렸다. 부끄러웠던 과거를 떠나보내는 데 급급해 제대로 내리지 못했던 합당한 처벌이 우리가 아닌 다른 이들의 손에서 내려졌다.

전북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할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전에 곰곰이 생각해봤으면 하는 것이 있다. 먼저 전북과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 문제에 대해 떳떳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심판 매수를 스카우트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고, '승점 9점' 삭감이란 징계를 내린 것 이외에 누가 이 사태에 대해서 책임을 졌는지 궁금하다. 진정한 반성은 이루어졌고, 다시는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리그 '승점 9점' 삭감과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박탈 중 어느 쪽이 '스포츠 정신' 훼손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며, 재발 방지를 위한 현명한 징계라고 생각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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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심판 매수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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