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스포츠팀에게 있어서 홈구장의 중요성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말 그대로 프로 팀의 집이 홈구장이다. 팬이 빠질 수 없는 프로 스포츠에서 팬과의 소통을 나누는 장소인 홈구장은 해당 팀의 역사이며 존재 가치이기도 하다.

KBO리그에서는 이런 홈구장을 동시에 공유하는 팀이 있다. '잠실 라이벌'로 유명한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MBC 청룡과 OB 베어스가 합을 겨루던 1986년부터 두 팀은 잠실 야구장을 함께 쓰기 시작했다.

전신을 포함하면 양 팀은 30년이 넘는 기간동안 홈구장을 공유하며 리그 최고의 라이벌로 자리 잡았다. 라이벌 매치는 프로 스포츠의 보는 재미를 한 층 더 해주는 요소다. 그렇기에 30년 간 지속된 '잠실 라이벌'전이 국내 프로야구에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서울의 봄' 1995년

KBO리그 35년사를 통틀어 '잠실 라이벌'전이 가장 크게 주목을 받았던 시즌으로는 1995년을 꼽을 수 있다. 94년 우승을 차지했던 당시 디펜딩 챔피언 LG는 2년 연속 우승을 노리는 강팀이었다. LG의 맞수 OB 역시 김인식 감독 부임 이후 초반 뒤숭숭했던 분위기를 수습하며 다크호스로 거듭났다.

 1990년 창단 후, 빠른 기간 내 두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인기 구단으로 거듭났던 LG 트윈스. 신바람 야구란 말 그대로 서울야구의 새 바람을 몰고왔다.

1990년 창단 후, 빠른 기간 내 두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인기 구단으로 거듭났던 LG 트윈스. 신바람 야구란 말 그대로 서울야구의 새 바람을 몰고왔다. ⓒ LG 트윈스


시즌 내내 1위를 질주하던 LG와 여름부터 무섭게 치고 올라오던 OB의 순위다툼은 야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양 팀의 맞대결이 있을때면 잠실 야구장은 만원 관중을 이뤘다. 정규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암표상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시즌 막판 1위를 앞두고 두 팀의 에이스 김상진(OB)과 이상훈(LG)의 맞대결은 더욱 뜨거웠다.

 
1995시즌 양팀 에이스 이상훈과 김상진의 기록.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두 명의 에이스들은 잠실 라이벌 전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1995시즌 양팀 에이스 이상훈과 김상진의 기록.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두 명의 에이스들은 잠실 라이벌 전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두 에이스의 맞대결은 지상파로 중계가 되기도 했다. 현재와 같은 전경기 TV 중계는 꿈도 못 꾸던 시절인데 지상파 채널에서 직접 중계를 할 정도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평일 경기에서는 양팀의 대결을 중계하기 위해 9시 뉴스까지 뒤로 미뤘을 정도였다.

방송국의 간판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지상파 9시 뉴스의 90년대 위상을 감안해보면 양 팀의 맞대결이 얼마나 큰 관심을 받았는지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두 팀은 시즌 최종전까지 선두 다툼을 벌였다. 막판 연승으로 기세를 탄 미라클 OB(74승 5무 47패)가 반경기 차로 정규리그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아쉽게 정규리그 2위에 그친 LG(74승 4무 48패)는 한국시리즈에서의 설욕을 기약했다.

 잠실구장에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OB 베어스. 막판 기적을 보여준 OB는 한국시리즈에서도 롯데를 물리치고 V2를 달성했다.

잠실구장에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OB 베어스. 막판 기적을 보여준 OB는 한국시리즈에서도 롯데를 물리치고 V2를 달성했다. ⓒ 두산베어스


하지만 LG가 준플레이오프 없이 치뤄진 7전 4선승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3위팀 롯데에게 2승 4패로 패하며 양 팀의 한국시리즈 대결은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나 95년 '서울 라이벌'의 맞대결은 프로야구 인기의 촉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95년의 인기는 프로야구의 중흥기를 이끌어 냈다. 성인 남성의 전유물같았던 프로야구가 남녀노소가 즐기는 진정한 국민 스포츠로 발돋움하게 된 것이다.

2017년, '응답하라 1995' 가능할까?

세월이 흘렀지만 '잠실 라이벌'전의 열기는 여전하다. 두산은 2015년과 2016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최근 2년 간 우승권에는 다가서지 못한 LG지만 두산과의 맞대결은 사정이 달랐다.

2015년, 양 팀은 8승 8패의 백중세를 기록했고 지난 시즌 역시 9승 7패로 두산이 약간 우세했을 뿐 잠실 라이벌전은 여전히 치열했다. 두산이 2016년 역대 최다승(93승)을 달성한 최강팀이었고 LG는 정확히 5할 승률(71승 2무 71패)을 기록한 정규시즌 4위 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흥미로운 수치다.

2017년에는 '잠실 라이벌'의 치열함이 양 팀의 맞대결뿐 아니라 순위 싸움에서도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두산은 '판타스틱 4'라고 불리는 최고의 선발진과 화수분 야구에서 비롯된 강타선이 건재하다. 전력 상 유출이 거의 없기 때문에 다가오는 시즌에도 압도적인 1강으로 거론될 정도다.

 2017시즌에도 여전히 건재할 두산의 '판타스틱4' 두산은 보우덴과의 재게약은 이미 완료했고 니퍼트 역시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2017시즌에도 여전히 건재할 두산의 '판타스틱4' 두산은 보우덴과의 재게약은 이미 완료했고 니퍼트 역시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 두산 베어스


한편 또 다른 잠실팀 LG는 두산의 독주 체제를 견제할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LG는 후반기부터 팀에 합류해 빼어난 피칭으로 팀을 플레이오프로 견인한 허프와의 재계약을 완료했다.

지난해 외국인 투수 영입이 늦어지며 시즌초 고전했던 LG는 든든한 에이스와 함께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그 뿐이 아니다. 4년 총액 95억으로 FA 좌완 차우찬을 영입해 선발진의 무게를 더했다. 강력한 두산의 선발진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로 LG의 선발진이 꼽히고 있다.

 차우찬-허프-류제국-소사로 구성된 LG의 강력한 선발진은 두산 판타스틱4의 대항마로 꼽힌다.

차우찬-허프-류제국-소사로 구성된 LG의 강력한 선발진은 두산 판타스틱4의 대항마로 꼽힌다. ⓒ 케이비리포트


또한 2016시즌 LG는 라이벌팀 두산처럼 '화수분 야구'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봤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LG는 전력 강화의 방법으로 FA 영입이나 트레이드에 의존했다. 그러나 2016시즌에는 달랐다.

채은성, 이천웅, 문선재,이형종, 양석환 등 퓨쳐스에서부터 육성한 자원들이 타선의 상당 지분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LG의 젊은 선수들은 지난해 맹활약을 통해 부족했던 포스트시즌 경기 경험까지 채울 수 있었다. 이들이 올시즌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인다면 LG 역시 두산을 추격할 동력을 얻게 된다.

두산은 2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루고 팀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LG 역시 최근 육성과 리빌딩에 노력을 기울인 결실을 맺고 공격적인 투자를 앞세워 도약할 채비를 마쳤다.

매 시즌 사정은 달라도 일단 맞붙기만 하면 치열한 모습을 보여주며 KBO리그 최고의 흥행카드로 자리잡은 양 팀. LG와 두산이 2017년에는 정규리그 최상위권에서 순위 다툼을 하며 22년 전 '서울의 봄'을 재현할 수 있을까? 겨울 바람으로 가득찬 잠실 야구장이 두 팀이 뿜어낼 뜨거운 열기를 기다리고 있다.

[기록 참고: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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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정민 필진/ 감수 및 편집: 김정학 기자) 이 기사는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 작성했습니다. 프로야구/MLB필진/웹툰작가 상시모집 [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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