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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은 수많은 유적지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인이나 유럽인들에게 그다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몽펠리에와 아를르보다 더 많은 역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덜 알려져 있어
2016.12. 24(토) 해. 16도

장 보러 온 사람들로 넘쳐나는 레 알
 장 보러 온 사람들로 넘쳐나는 레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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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서서 기다린 생선가게.
 줄 서서 기다린 생선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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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노엘(크리스마스) 전날. 오늘 저녁의 헤베이용(réveillon, 성탄절 이브의 성찬)을 위해 장을 봐야 했다. 다른 때 같으면 시어머님이 준비해 놓으시는 걸 가서 먹기만 하면 되었는데 올해에는 이렇게 여행을 떠나왔으니 스스로 준비해야 했다.

아침 일찍 레 알(시장)에 갔다. 남편을 입구 카페에 떨어트리고 혼자 시장에 들어갔더니 장보러온 인파로 발을 내딛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만큼 오늘 저녁의 헤베이용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나는 우선 굴부터 사기로 했다. 줄을 섰다.

12개의 굴을 따달라고 했더니 포장을 예쁘게 해주어 부피가 꽤나 되었다. 이걸 들고 장을 계속 보기가 불편해 카페에 있는 남편에게 맞기고 다시 장에 돌아와다. 이번에는 가리비 조개 6개를 사고 대하 4개를 샀다.

아울러 파와 귤 등을 한 아름 사갖고 호텔에 들어와서 점심으로 굴 7개를 먹었는데(12개를 샀는데 13개가 들어와 있었다) 생굴을 못먹는 남편 덕에 완전 혼자서 굴 차지를 하게 되었다. 이어서 어제 장에서 사온 해물요리를 데워서 밥과 같이 먹었다.

작은 올케가 여행 많이 다니는 우리를 위해 1-2인용 깜찍한 소형전기밥솥을 사주었다. 이번에 처음 사용해 봤더니 아주 편했다.

오후 2시 반에는 관광안내소에서 해주는 도시 방문을 따라 나섰다. 6유로를 주고 하는 이 관광의 주제는 "세기에 따른 님의 모습"으로 나이 지긋한 여자 가이드 분은 스페인 악센트로 보아 스페인 사람으로 보였다. 우리 부부를 포함해서 모두 7명으로 조촐한 관광이 시작되었다.

la maison carree. 서기 5세기에 아폴론을 위해 지어진 신전이다.
 la maison carree. 서기 5세기에 아폴론을 위해 지어진 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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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관광은 la maison carrée(사각집)부터 시작되었다. 서기 5년에(5세기가 아님) 지어진 이 집은 아폴론을 위해 지어진 신전으로 80%가 오리지날 건물이다. 그 보존 상태가 훌륭한 유적이다. 이 건물이 지어질 당시 도시 위치는 지금보다 훨씬 낮아 이 건물만이 신전답게 우뚝 솟아 있었다.

이 신전은 이 후 귀족의 저택으로 사용되다가 르네상스시대부터 19세기까지 성당으로 이용됐다. 프랑스 혁명 후에는 시립미술관, 고고학박물관으로 쓰였다. 이 도시의 중요한 심벌 중 하나이다.

이어서 도시 지형에 따라 구불구불하게 나있는 오래된 골목 속 여러 유서 깊은 건물을 방문했다. 이어 우리의 마지막 여정이자 역사적 무게가 깊게 느껴지는 장엄한 les Arènes (레 자렌느. 로마식 원형 경기장) 앞에 섰다.

투우경기 사진 캡처
 투우경기 사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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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자렌느의 야경
 레 자렌느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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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은 1세기 후반에서 2세기 초반에 지어졌는데 아를르의 아렌느와 설립 시기나 크기 면에서 상당히 비슷하다. 대신 보존상태가 제일 잘되어 있는 건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원형경기장은 원래 누우 경기를 위해 지어졌는데 404년에 금지된 이후로 Wisigoths가족에 의해 성채로 사용됐다. 이후 6세기에서 18세기까지 그 안에 하나의 마을이 형성되어 700명의 인구가 거주하게 된다.

그러다가 1809년부터 건물이 비워지고 크게 보수 공사를 마친 후 처음 사용목적대로 투우경기가 벌어지게 되고 1853년부터는 투우경기가 열린다. 원칙적으로 이 원형경기장은 2만 명에서 2만5천 명을 수용할 수 있으나 현재 안전 차원에서 1만6천 명을 최대 인원으로 잡고 있다.

오늘날 님의 최고 상징이 되고 있는 이 원형경기장에는 1년 365일 중 175일 동안 무수한 스펙타클 이벤트가 열리는데 특히 봄과 가을에 열리는 코리다와 페리아가 유명하다.

님은 수많은 유적지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인이나 유럽인들에게 그다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몽펠리에와 아를르보다 더 많은 역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덜 알려져 있어 잠자는 백설공주에 비유하기도 한다.

님은 유네스코에 "예술과 역사의 도시" 신청을 해놓은 상태이다. 2년 후에 개관될 로마박물관과 레 자렌느 보수 공사가 끝나면 백마 탄 왕자가 도달하여 백설공주를 오랜 잠에서 깨어나게 할 것으로 보인다.

드디어 3시간에 걸친 관광이 끝났다. 원래 2시간 예정이었던 것이 가이드의 열정으로 1시간이나 초과되게 된 것이다. 관광이 끝나니 이미 5시 반이 넘었다. 해가 기웃기웃 넘어가려고 하는 중이었다.

장작불이라는 이름을 가진 케이크 라뷔슈. 주로 크리스마스 때 먹는다.
 장작불이라는 이름을 가진 케이크 라뷔슈. 주로 크리스마스 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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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내에 있는 역사 깊은 파티스리(과자집)에 가서 차 한잔 마시고 오늘 저녁에 후식으로 먹을 라뷔슈(La bûche, 장작불이라는 이름을 가진 케이크로 주로 노엘 때 먹는다) 2개를 사가지고 호텔에 돌아왔다.

전통적으로 노엘 헤베이용은 밤 10시 정도부터 시작하여 자정까지 성찬이 지속된다. 이후에 모든 가족이 성탄 자정 미사에 참석하는 것이 전통이지만 지금은 종교 인구의 감소로 드물어지고 있다.

우리는 성찬이랄 것도 없이 굴을 비롯한 몇 개의 전식을 식사로 대신하고 후식으로 사온 뷔슈 케이크를 먹었다. 샴페인 한 병을 산다는 것을 잊어버려 단지 아쉬울 따름이었다. 이렇게 해서 24일 크리스마스 이브가 조촐하게 지나갔다.

성탄절 식사로 만든 가리비 구이와 파 요리
 성탄절 식사로 만든 가리비 구이와 파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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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5(일) 흐림

아침에 일어나보니 구름이 하늘에 잔뜩 걸려 있었다. 이번 여행 중 처음으로 본 구름이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당일, 마침 일요일과 겹쳐 도시 자체가 텅 빌 것이었다. 차를 끌고 근처 바닷가에 가보기로 했다. 지난 4일 동안 님에만 있어도 지루한지 몰라서 다른 데 갈 생각이 나지 않았었다.

생트 마리 드 라 메르의 바닷가
 생트 마리 드 라 메르의 바닷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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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반쯤, 호텔 앞 지하 주차장에 며칠 동안 심심하게 정차해 놓은 차를 끌고 님에서 남동쪽에 위치한 생트 마리 드 라 메르(Saintes Maries de la Mer)로 향했다. 이곳은 프랑스에서 유일하게 쌀이 나는 지역인 캬마르그 지방 끝에 위치한 항구다. 이전에는 집시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유명했다.

50킬로미터 달려 도착한 이 항구는 님과 마찬가지로 텅 비어 있었고 바닷가엔 점점 수위가 올라오는 바다물을 막기 위해 여기저기 둑 비슷한 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다. 바닷가에는 사람이 좀 있으려나 하고 왔는데 여기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텅 빈 시내
 텅 빈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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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한 식당가.
 썰렁한 식당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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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낀 구름까지 분위기에 한 몫을 더했다. 시내에 성탄절 장이라는 게 열려 있어 들어가 봤더니 겨우 2-3명의 상인만이 스탠드를 지키고 있었고 내용도 별 게 없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러 근처 브라스리에 갔다가 결국 그 곳에서 스페인 타파스로 간단한 점심을 먹고 책보고 메일 체크하는 등 3시간을 보내다 나왔다.

브라스 리에서 먹은 타파스
 브라스 리에서 먹은 타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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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30분부터 문을 여는 크레슈(Crèches, 성탄절때 각 집집마다 장식해 놓는 그리스도가 탄생한 외양간의 구유) 전시를 기다려 가보았더니 너무 실망스러웠고 사진 촬영도 금지되어 있었다.

즉각 나와서 바로 앞의 전시회에 들어갔다. 캬마르그의 상징인 말을 주제로 여러 그림들이 주로 관광객들용으로 전시해 놓고 있었다. 관광객을 주타깃으로 하는 모든 제품에 관심이 없는 우리 기호에는 영 아니어서 바로 발을 돌려 나왔다.

오후 3시쯤 다시 차를 돌려 님으로 되돌아왔다. 국도도 텅 비어 있었다. 오후에 마지막으로 텅 빈 시내를 한 번 둘러보고, 우리가 매일 같던 르 나폴레옹 카페에서 다시 티타임과 독서 타임을 가진 후 호텔로 돌아와서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것으로 우리의 5박6일의 1차여행이 끝났다. 내일 오전에는 2차 여행의 시작으로, 이전에 자주 같던 바닷가 Sanary sur Mer (사나리 쉬메르)로 이동할 예정이다.


태그:#남불여행, #프랑스, #님, #생트마리드라메르, #성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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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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