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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후 창업하며 사회라는 험난한 정글에서 살아남은 한 남자와 자신의 일을 하고 싶어 회사 밖으로 뛰쳐나온 한 남자가 의기투합해 재밌는 일을 벌였다. 전국 공방가구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는 '우든핑거'의 대표 신명환과 이사 양인준이 바로 그 주인공.

창업과 동시에 코워킹스페이스까지 오픈했다는 그들은 외롭지만 빠른 길보다는 함께하는 느린 길을 선택했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사가 창고에서 미약하게 시작했지만 성대하게 끝을 맺었듯, 두 사람은 옥탑에서 희망찬 미래를 내다보며 지금 막 발을 내딛었다. 지난 13일 두 사람을 만났다.

우리 옆집에 사는 목수를 소개하는 일

지역별 공방과 소비자를 연결시키는 플랫폼인 '우든핑거'
 지역별 공방과 소비자를 연결시키는 플랫폼인 '우든핑거'
ⓒ 우든핑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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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에는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해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직접 핸드메이드 가구를 제작하는 게 아니라 그걸 소비자와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라니. 도대체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운영한다는 걸까?

신명환(아래 신): "나만의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 때문에 핸드메이드 가구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거라고 봤어요. 하지만 각각의 공방이 주문을 받아 가구를 만들고 직접 소비자에게 배송하려면 비용이 크게 발생해요. 10만 원짜리 가구를 만드는 데 배송비가 30만 원이 들다 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라고나 할까요? 게다가 집 근처에 그런 공방이 있는지도 모르는 분들이 태반이다 보니까 그 사이를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비자가 주문하면 근처 공방으로 연결해 제작하고 배송하는 시스템이면 한계와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래서 지금 운영하고 있는 SNS 페이지 이름도 '우리 옆집에 목수가 산다'고요. (웃음)"

양인준(아래 양): "밑그림은 다 그려진 상태에서 준비는 모두 마친 상태예요. 이제 그 기획을 실천으로 옮기는 과정이에요. 정부에서 운영하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비롯해 다각도로 투자를 받기 위해 노력해야겠죠. 그리고 난 뒤에는 앱을 개발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일 생각이에요. 그러면서도 각 지역별 공방과도 안면을 트고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전직과 창업 혹은 그 어딘가

신명환 대표와 양인준 이사
 신명환 대표와 양인준 이사
ⓒ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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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이자 드라마로 만들어진 <미생>에서는 그런 말이 나온다. "회사 안은 전쟁터지만 회사 밖은 지옥"이라고. 그만큼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을 포기하고 내 업을 직접 만든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창업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신: "회사에서 일하면서 목수분들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많았는데 직접 뭔가를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2년 가까이 몸 담았던 회사에서는 기성가구를 제작하다 보니까 개인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핸드메이드 가구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저는 기술도 경험도 부족하고 아이디어만 있는 상황이다 보니, 먼저 창업했던 사람의 조언이 필요했어요. 그때 마침 인준이를 알게 되었고요. 처음에는 저의 창업계획서를 수정하고 보완하는 작업까지만 도움을 주기로 했는데 어느 순간 함께하게 되었죠. 아무래도 4년 이상 자기 사업을 해온 경험도 있고 손재주가 많은 친구이다 보니까 역할 분담도 되고 윈윈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양: "졸업 전에 아프리카로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어요. 대학을 다닐 때에는 항상 어떻게 하면 멋지게 예쁘게 디자인을 할까 하는 생각만 해왔었는데 아프리카에는 디자인할 만한 제품 자체가 존재하질 않았죠. 그래서 좀 더 본질에 가까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생각을 품은 상태로 취업 준비를 할 수 밖에 없었죠. 그러다보니 결과도 썩 좋지 못하고 시간만 가더라고요. 어느 순간 마음의 소리를 따라 원하는 대로 살아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창업하게 되었죠. 지금도 우든핑거에서의 일과는 별개로 수제스윙화를 제작하고 있어요."

일명 가라지컴퍼니라는 우든핑거가 만든 코워킹스페이스는 작지만 알차다.
 일명 가라지컴퍼니라는 우든핑거가 만든 코워킹스페이스는 작지만 알차다.
ⓒ 우든핑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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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든핑거는 하루아침에 어디선가 뚝 떨어진 회사가 아니다. 두 남자가 사회인으로서 버텨온 세월의 결실에 가깝다.

신: "저는 조직생활을 경험한 게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물론 길게 회사를 다닌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이쪽 계통에 인맥도 생겼고요. 무엇보다 내 일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창업을 하자마자 수익이 발생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자금이 필요한데 회사를 다니지 않았으면 그런 부분에서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마음도 조급해졌을 것 같고요."

양: "저는 좀 생각이 달라요. 아예 처음부터 모든 걸 해결해야 하는 입장에서 일을 해오다보니까 좀 더 적극적이고 추진력이 있어진 것 같아요. (웃음) 내가 당장 움직이지 않으면 수익이 생기지 않으니까 기획서를 쓰고 전화를 돌리고 미팅을 하고 영업을 뛰는 전 과정을 굉장히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어떤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더라도 힘든 점을 크게 못 느끼겠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이 둘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회사를 뛰쳐나온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지 창업이라는 이 망망대해에 뛰어든 것을 불안해하고 있지는 않는지 궁금했다.

신: "불안함이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회사에서는 내가 맡은 역할을 수행해내면 고정적인 수입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안정적인데 창업은 언제 얼마나 수익이 발생하게 될지 모르니까요. 그래도 직장이 아니라 직업을 찾아가기 위한 과정이니 언젠가는 겪어야 할 필수 관문과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양: "매년 잘 버티자는 마음으로 살아왔어요. (웃음) 그만큼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만큼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죠. 솔직히 이제는 너무 멀리 왔기에 (웃음) 직장인의 삶을 부러워하거나 창업한 것을 후회할 일이 없는 것 같아요."

혼자 보다 여럿이서 천천히 멀리

[Before] 홍대역 부근 옥탑은 두 남자에 의해 환골탈태하게 된다.
 [Before] 홍대역 부근 옥탑은 두 남자에 의해 환골탈태하게 된다.
ⓒ 우든핑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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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이 공간을 모두 직접 인테리어 했다고 한다. 비포 사진을 보고 난 뒤라 더욱 더 믿을 수 없었다.
 [After] 이 공간을 모두 직접 인테리어 했다고 한다. 비포 사진을 보고 난 뒤라 더욱 더 믿을 수 없었다.
ⓒ 우든핑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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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든핑거는 얼마 전 공사를 마치고 홍대역 인근에 코워킹스페이스를 오픈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네트워킹을 위한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했다.

신: "처음에는 멤버가 세 명이었어요. 맨날 카페에 모여 회의도 하고 일도 했죠. 그러다보니까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이 좀 아깝더라고요. 그 돈이면 차라리 우리들의 공간을 만드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웃음) 그런데 공간을 얻고 나니 1인 기업이나 프리랜서처럼 네트워킹이 필요하신 분들과 함께 쓰면 좋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코워킹스페이스로 방향을 틀어 오픈을 하게 되었어요."

양: "일단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접근성이 좋았으면 했어요. 그리고 꼭 테라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이 곳을 소개받게 되었어요. 보는 순간 여기라고 생각했죠. (웃음) 공간은 자체는 넓지 않아도 테라스가 있어서 답답한 느낌이 안 들더라고요. 나름 옥탑이 주는 운치도 있고요."

신: "인테리어의 큰 그림은 전 직장에서의 경험을 살려 (웃음) 제가 담당했고요. 실질적인 부분은 인준이가 담당했는데 특히 자재에 대해서는 빠삭하게 알고 있어서 시행착오가 적었죠. 즐겁게 작업한 만큼 결과도 잘 나온 것 같아요."

양: "저희들만의 공간이 있다 보니까 모임이나 강연도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창업을 하고 난 뒤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게 바로 네트워킹이었거든요. 같은 일을 하지 않아도 같은 상황에 처해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이번에 제 노하우도 알려드리고 함께 고민하는 장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창업의 평균을 말하다'라는 모임을 주최했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이야기와 협업이 오갈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꿈꾸는 2017년

옥탑이 주는 매력. 바로 넓은 테라스에 확 트인 시야.
 옥탑이 주는 매력. 바로 넓은 테라스에 확 트인 시야.
ⓒ 우든핑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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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부도 당당하게 출사표를 던진 그들에게 올 한해는 아마도 제일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둘은 어떤 모습의 2017년을 그리고 있을까?

신: "일단은 올 안에 런칭을 해서 수익을 내는 게 목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큰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해야겠죠."

양: "저는 어느 순간부터 계획을 잘 안 세우게 되었어요.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는 경우도 많고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도 많아서 그저 지금의 충실하자는 편이거든요. 올해도 그럴 것 같아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잘 되는 게 중요하겠지만 어쨌든 직접 몸으로 부딪혀 가면서 만들어 나가야겠죠. 올 한해도 잘 버텨내고 싶어요."

덧붙이는 글 | 우든핑거의 SNS 페이지 '우리 옆집에 목수가 산다.' https://www.facebook.com/neighborhoodcarpenter



태그:#우든핑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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