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고교와 대학에서는 1000명 안팎의 엘리트 야구부 졸업생들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이들 중 프로의 좁은 문을 통과하는 선수는 100명 안팎에 불과하다. 일반 기업으로 치면 공채 취업률이 10% 내외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한 일부 선수들은 신고 선수 자격으로 프로 구단에 입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구단들은 신고 선수들의 기량을 볼 때 비공개 테스트를 원칙으로 한다. 해마다 10명 안팎의 신인들이 입단해 선수단 정리를 해야 하는데 공개 테스트로 선수를 영입하면 이를 다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창단 후 선수 수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신생구단 NC 다이노스와 kt위즈는 각각 2011년과 2013년 공개 테스트를 통해 프로 입단을 꿈꾸는 선수들의 지원을 받은 적이 있다.

2011년 공개 테스트를 실시한 NC는 총 14명의 합격자를 배출했지만 현재까지도 NC선수단에 생존해 있는 선수는 단 2명뿐이다. 하지만 그 2명의 생존자는 현재 NC 1군의 주축투수로 활약하며 '트라이아웃 성공시대'를 활짝 열었다. 한 명은 NC에서 마무리로 뛰기도 했던 '불펜의 마당쇠' 김진성이고 나머지 한 명은 1군 진입 4년 만에 10승 투수로 성장한 '금강불괴' 최금강이다.

 테스트를 받고 입단한 최금강은 어느덧  NC마운드의 핵심 투수로 성장했다.

테스트를 받고 입단한 최금강은 어느덧 NC마운드의 핵심 투수로 성장했다. ⓒ NC 다이노스


공개 테스트 통해 입단한 최금강, NC 불펜의 핵으로

인천에서 태어나 인천고와 인하대를 졸업한 최금강은 대학 졸업 당시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195cm의 큰 신장으로 주목을 받긴 했지만 밸런스가 좋지 못해 제구에 약점이 있었다. 하지만 대학 졸업반이던 2011년, 제9구단 NC가 창단했고 최금강은 공개테스트를 통해 NC의 창단 멤버가 됐다. 대학 졸업 년도에 맞춰 신생 구단이 생겼다는 것은 최금강에게 대단한 행운이었다.

2012년 퓨처스리그에 출전한 최금강은 23경기에 등판해 5승1패2홀드 평균자책점 2.27을 기록하며 발전된 투구를 선보였다. (당시 NC에는 지금은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있는 작년 시즌 신인왕 신재영과 인간승리의 주인공 황덕균도 있었다). NC의 1군 진입 시즌이었던 2013년에는 30경기에 등판해 2패 4홀드 4.28을 기록했다. 전혀 돋보이진 않았지만 신고선수 출신 신인 투수의 성적으로는 의미 있는 기록이었다.

최금강은 2014년 더 큰 도약을 노렸지만 원종현, 김진성, 임창민, 이민호, 손민한 등 선·후배들과의 경쟁을 이겨내지 못했다. 1군에서 단 4경기(5이닝 평균자책점 9.00)밖에 등판하지 못한 최금강은 퓨처스리그에서도 3승 4패 1세이브 2홀드 6.48로 부진하며 실망스런 시즌을 보냈다.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에 뛰어든 지도 어느덧 3년. 최금강도 서서히 군입대를 생각해야 할 시기가 왔다.

하지만 이렇게 무명 투수인 채로 군대에 갈 수 없다고 결심한 최금강은 마음을 다잡고 시즌을 준비했고 2015년 놀라운 반전을 만들었다. 셋업맨 원종현이 대장암 수술로 팀을 이탈한 가운데 팀 내 비중이 커진 최금강은 78경기에 등판해 89.2이닝을 던지며 6승5패1세이브14홀드 3.71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8월까지는 6승4패13홀드2.74로 KBO리그 최고 수준의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

96이닝을 던진 이민호의 경우 6번의 선발 등판 기록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2015년 NC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진 불펜 투수는 단연 최금강이었다. 2015년 최금강의 연봉이 3300만원에 불과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기대를 뛰어 넘는 놀라운 활약이었다. 이제는 오히려 NC구단 쪽에서 최금강에게 입대를 미루자고 권할 정도로 최금강의 팀 내 입지는 몰라보게 커졌다.

불펜과 선발 오가며 11승, 2017년엔 풀타임 선발 도전

최금강은 작년 시즌에도 불펜투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최금강은 매서운 타고투저의 바람 속에서도 시즌 개막 후 4개월 동안 6승 1패 4홀드 2세이브 4.77을 기록하며 불펜 투수로서 제 역할을 다했다. 특히 암수술을 받은 원종현이 건강하게 복귀하면서 NC불펜은 더욱 견고해졌다. 하지만 변수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했다. 2015년 10승을 따냈고 2016년에도 NC의 4선발로 활약하던 사이드암 이태양이 승부조작 스캔들에 연루된 것이다.

NC는 7월21일 사과문과 함께 이태양과의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선발 투수의 갑작스런 이탈로 NC는 비상이 걸렸다. 결국 김경문 감독은 불펜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하던 최금강을 8월부터 본격적으로 선발로 돌렸다. 최금강은 작년 시즌 선발로 11경기에 등판해 5승 3패를 기록했다. 구원으로 따낸 6승을 더해 프로 데뷔 후 첫 두 자리 승수를 올린 것이다(11승 4패 2세이브 4홀드 5.00).

포스트 시즌에서 최금강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10월 24일 LG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정현식을 구원해 2.2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최금강은 11월1일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는 선발로 등판했다. 비록 5회 김재환에게 홈런, 허경민에게 적시2루타를 맞으며 패전투수가 되긴 했지만 최금강은 4회까지 두산의 강타선을 퍼펙트로 틀어 막았다. 큰 경기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자기 공을 뿌렸다는 뜻이다.

2015년에는 전문 불펜 투수로, 작년엔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활약했던 최금강은 올 시즌 풀타임 선발 투수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불펜의 경우엔 임창민, 원종현, 이민호, 김진성처럼 뛰어난 우완 투수들이 즐비하지만 선발은 에릭 해커와 이재학 정도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고정 선발이 없기 때문이다. 장현식, 구창모, 정수민 등 젊은 유망주들이 선발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지만 최금강의 마운드 경험을 따라가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작년 9200만원의 연봉을 받았던 최금강은 올해 52%가 인상된 1억4000만원애 연봉계약을 체결했다. 2011년 테스트를 받고 어렵게 신고 선수 계약을 따내던 키 큰 대학생은 어느덧 NC의 주축 투수로 성장했다. 그리고 NC의 창단 멤버 중 몇 안 되는 생존자 최금강은 2017년 공룡 선발진의 주축으로 또 한 번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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