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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곶 해변
 사곶 해변
ⓒ 강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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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단 두 곳뿐인 천연비행장이자 천연기념물 391호인 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 사곶 해변이 썩어가고 있다. 1990년까지만 해도 C130 대형 수송기가 이착륙했던 천연비행장은 이제 더는 천연비행장이 아니다. 사람이 밟아도 발이 푹푹 빠지는 곳이 허다하고 해변 곳곳은 10cm만 파 봐도 시커먼 뻘들이 섞여 나온다. 겉은 멀쩡한데 속은 썩어 문드러져 가고 있다. 그런데도 관리 주체인 문화재청은 2015년 10월 "문화재 관리 상태는 양호한 편"이란 보고서를 냈다. 

사곶 해변이 천연비행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규암 가루들이 두껍게 쌓여서 백사장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규암은 도자기나 유리의 원료가 되는 석영이 주성분인 아주 단단한 돌이다. 그래서 이 모래밭은 바닷물을 머금으면 아스팔트처럼 단단해져 활주로 기능을 할 수 있었다.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천연비행장이 멸실되어 가고 있는데도 문화재청은 '허위' 보고서나 내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한심한 일이다.

담수호(왼쪽), 사곶 해변(오른쪽)
 담수호(왼쪽), 사곶 해변(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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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가는 모래밭
 썩어가는 모래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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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곶 해변이 썩어가는 것은 한국농어촌공사(전신: 농업기반공사)와 지역 정치인들이 결탁해 논을 만든다는 명분으로 150만 평의 황금 갯벌을 없애고 강행한 백령도 간척사업 때문이다. 쌀이 남아돌던 백령도였던지라 간척 당시에도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1991년 시작돼 2006년 완공된 간척사업으로 갯벌이 사라지고 제방이 생기면서 대청도 쪽에서 밀려오던 강한 조류의 흐름이 끊기자 오염물들이 사곶 해변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모래 사이로 스며들어가 해변을 썩게 하는 것이다.

더구나 혈세 800억 원이 투입된 이 간척 사업은 담수호가 되어야 할 백령호가 소금호수가 되면서 실패하고 말았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측정한 결과, 백령호의 염분농도는 농업용수로 쓸 수 있는 염도 1천ppm보다 4배나 높은 4300ppm이나 나왔다. 한국농어촌공사는 1999년부터 근래까지 30여 차례나 백령호 수문을 열어 담수를 바다로 흘려보내 염분농도를 낮추려 했으나 실패했다.

간척사업이 사곶 해변 오염 주범

오염된 백령호
 오염된 백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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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지을 담수가 없으니 간척지 일부만 논이 됐을 뿐 대부분은 황무지로 방치되어 있다. 백령호는 숭어, 망둥어 등 바닷물고기의 서식지가 돼 버린 지 오래다. 오·폐수가 유입되고 해수유통이 안 되는 백령호의 오염 또한 심각하다. 오염된 백령호에서 흘러나오는 오염물질 또한 사곶 해변을 썩게 하는 주범 중 하나다.

실패한 간척 사업은 막대한 혈세를 낭비하고, 150만 평의 황금 갯벌을 없애 버렸고, 이제는 천연기념물 사곶 해변까지 죽이고 있다. 하지만 문화재청도 인천시도 옹진군도 어느 누구 하나 관심이 없다. 실패한 간척사업의 책임자인 한국농어촌공사는 황무지가 된 간척지를 옹진군에 떠넘기고 슬그머니 발을 빼버렸다.

해법은 제방 트는 '역간척'뿐

언제까지 죽어가는 천연기념물을, 세계 두 곳뿐이라는 천연비행장을 내버려 두어야 할까. 살릴 방법이 있는데도 말이다. 역간척이 그 방법이다. 실패한 간척사업으로 황무지가 된 땅과 백령호는 제방을 터서 해수유통을 시키고 갯벌로 환원해야 한다. 그 길만이 죽어가는 사곶 해변을 살리고 백령도의 황금 갯벌을 되살리는 길이다. 백령도 주민들도 이를 간절히 원한다.

외국의 경우 역간척이 활발하고 성공적으로 추진되는 사례들이 많다. 특히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가 인접한 와덴해 지역은 역간척을 통한 갯벌 생태 복원에 적극적이다. 와덴해의 인구 2천에 불과한 작은 섬 랑어욱도 역간척으로 섬을 살렸다. 랑어욱은 1923년부터 시작된 간척으로 섬이 황폐해졌는데 1986년 더는 간척을 할 수 없는 법안을 만들고 2년의 공사 끝에 역간척을 시도했다.

그 후 10년이 지나자 갯벌 생태계가 살아났고 철새들도 돌아왔다. 역간척 과정부터 랑어욱은 생태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마침내 생태관광의 메카가 됐다. 지금은 섬 주민소득의 99%가 관광 수입이다. 가장 가난했던 섬마을이 역간척만으로 독일에서도 가장 부유한 마을 중 하나가 됐다. 한국에서도 근래 충남도나 순천시 등에서 역간척이 진행 중이다.



사단법인 섬연구소(소장 강제윤)에서 천연기념물 사곶 해변 살리기 캠페인 영상 <백령도의 눈물>을 만들었다. 이 영상은 미국의 댐 해체 운동을 후원하고 있는 친환경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지구를 위한 1% 기금' 후원으로 제작됐다.

섬연구소와 오마이뉴스가 공동으로 백령도 사곶해변 살리기 역간척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 영상을 널리 퍼뜨려 주시면 고맙겠다. 이 영상이 천연기념물 사곶 해변을 되살리고 아직도 간척 사업들로 죽어가고 있는 이 나라 갯벌을 살리는 데 밑거름이 되길 염원한다.


태그:#백령도, #사곶해변, #백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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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섬 활동가입니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당신에게 섬><섬을 걷다><전라도 섬맛기행><바다의 황금시대 파시>저자입니다. 섬연구소 홈페이지. https://cafe.naver.com/isla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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