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방영한 SBS <씬스틸러-드라마전쟁> 한 장면 ⓒ SBS
추석 파일럿으로 제작됐을 때부터 유명 배우들의 열연 덕에 장안의 화제를 모았던 SBS <씬스틸러 - 드라마전쟁>(아래 <씬스틸러>). 하지만 월요일 오후 11시로 정규편성된 이후에는 시청률은 평균 3%대로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씬스틸러>에 등장하는 김신영의 연기만큼은 네티즌 사이에서 인기다.
2016년 12월 5일 첫 방영 이후 6회가 지난 지금, 김신영은 <씬스틸러>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송혜교부터 박수홍 어머니, <주온>의 토시오까지. 김신영이 선사하는 캐릭터의 스펙트럼은 상당히 넓다. 철저히 웃음을 위해 기획된 분장으로만 보기에는 김신영의 열연이 과소평가받는 기분이다. 지난 9일 방영한 <씬스틸러>에서 치매 노인으로 분한 김신영은 애절한 눈물 연기로 스튜디오를 눈물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할머니 연기에 완벽하게 몰입을 한 탓에 쉽게 눈물을 그칠 수 없었던 김신영은 감정을 추스른 후 소주병을 들고 트와이스의 'TT'를 부르며 장안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웃음과 울음을 동시에 이끌어낸 명장면이었다.
반면 지난 16일 방영한 '시크릿가든' 편에서 김신영이 분한 길라임은 철저히 웃음을 위해 기획한 캐릭터였다. 이 에피소드에는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메인 캐릭터 '길라임'이 등장했다. 드라마 속 '길라임'과 비슷한 옷차림과 등장한 강예원은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수놓은 만든 트레이닝복을 차려입은 본부장으로 분한 양세형과 함께 코믹한 로맨스를 선보인다. 하지만 또 다른 길라임이 등장하면서 스튜디오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그 길라임은 우리가 알고 있던 드라마 캐릭터 길라임이 아니라, 길라임으로 자칭하며 특급 병원을 열심히 다니셨다던 '올림머리의 그분'이시다.
▲ 지난 16일 방영한 SBS <씬스틸러-드라마전쟁> 한 장면. 김신영은 올림머리를 한 채로 등장했다. '누군가'를 연상시킨다. ⓒ SBS
누가봐도 1년 365일 올림머리를 고수하는 박근혜 대통령인데, 자신을 길라임으로 부르며 스튜디오에 등장한 김신영은 이내 박근혜 성대모사까지 완벽히 소화해내며, 감탄하게 만든다. "머리를 90 분동안 하느라 늦었습니다." "내가 왜 여기로 왔나 자괴감이 듭니다." 등 박근혜 어록 패러디는 기본이다.
이 에피소드에는 김신영의 박근혜 패러디를 빛내주는 또 한 명의 조력자가 등장한다. 스스로를 길라임이라 주장하는 올림머리 여성과 술을 마시고 난 이후 영혼이 뒤바뀐 양세형은 이내 박근혜 화법을 그럴싸하게 흉내 내며, "역시 애드리브의 신"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반등의 여지 충분한 <씬스틸러> 100% 애드리브로 다양한 캐릭터를 재치있게 소화하는 김신영과 양세형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씬스틸러>의 시청률과 화제도는 높지 않다. 하지만 아직 6회만 방영한 상태이고, 매회 다양한 캐릭터를 맛깔스럽게 소화하는 <씬스틸러> 김신영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서서히 입소문을 타고 있는 만큼, 반등의 여지는 충분하다.
▲ SBS <씬스틸러-드라마전쟁>에 출연 중인 김신영. 그는 변신의 귀재다. ⓒ SBS
3%대에 머무는 <씬스틸러> 시청률이 오르려면, 김신영 외에도 다양한 화제성을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씬스틸러>에는 아직 김신영만 보인다. <씬스틸러>에서 김신영과 함께 출연하는 다른 스타들도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이끌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는 것은 김신영뿐이다.
<씬스틸러>와 동시간대 방영하는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가 매주 기상천외한 에피소드를 쏟아내는 터라, 묻히는 것일까. 그러나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자극적인 양념을 치지 않아도, 다양한 분장과 개성 있는 연기로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는 김신영의 열연은 이대로 묻히기 아깝다. 비록 <씬스틸러>는 사라지더라도 캐릭터 변신의 귀재 김신영은 남겠지만, 이왕이면 <씬스틸러>에서 어떤 역할이든 재미있게 소화해내는 김신영을 오랫동안 보았으면 한다. 시청률과 별개로 김신영의 새로운 전성시대는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