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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전통 시장안에는 홍성 관광 두레 사랑방이 있다. 이곳에서는 차를 즐기며 잠시 쉬어 갈 수 있다.
 홍성 전통 시장안에는 홍성 관광 두레 사랑방이 있다. 이곳에서는 차를 즐기며 잠시 쉬어 갈 수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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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초년생 시절 종로의 피맛골이나 안국동 일대에 가면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곤 했다. 비교적 오래된 건물과 전통 찻집이 즐비하고, 바로 근처에는 현대적인 건물들이 조화롭게 들어서 있는 모습에서 안정감을 느낀 것이다.

현재가 과거를 해치지 않고 나란히 함께 하고 있는 것은 그 자체로도 묘한 매력이 있다. 지방 중소 도시에는 이런 독특한 취향을 저격하는 곳이 의외로 많다. 충남 홍성의 전통시장에는 카페 형태의 홍성관광 두레 사랑방이 있다. 전통 시장과 카페는 언뜻 보기에는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두레 사랑방은 전혀 튀지 않고, 시장안에서 조용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 두레 사랑방은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문전성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한때 입소문을 타고 알음알음 찾아오던 손님들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더이상 문전성시란 이름을 쓰지 않는다.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문화체육관광부와 연계해 관광안내소를 겸한 카페를 꾸렸지만 지금은 해당 사업이 종료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두레 사랑방의 대표인 최철 홍성관광 두레 PD는 "문전성시는 지난 2011년 부터 2013년까지 홍성 전통시장의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지금은 사업이 종료된 상태"라고 말했다. 사업이 종료된 직후 문전성시는 한동안 간판을 유지해 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초 간판을 내리고 '홍성관광두레 사랑방'이란 이름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문전성시의 간판은 홍성군 결성면의 한 식당으로 옮겨져 식당 간판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두레 사랑방은 카페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카페와는 사뭇 다른 측면이 있다. 두레 사랑방의 전신인 문전성시는 일종의 관광 안내소 역할을 했다. 홍성의 전통시장은 아는 사람에게는 익숙하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처음 찾기에는 길이 의외로 복잡하다. 다닥 다닥 붙은 상가들은 명칭만으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문전성시는 시장을 처음 찾는 이들에게 시장의 구석 구석을 안내하는 기능을 한 것이다.

물론 관련 사업이 종료되었다고 해서 길잡이 역할을 포기한 것은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최 PD는 "요즘은 시장 안내와 같은 관광 안내 기능을 유지하면서 마을의 사랑방 구실도 하고 있다"며 "지역 시민 단체들의 회의 장소나 쉼터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성관광두레 사랑방의 내부이다
 홍성관광두레 사랑방의 내부이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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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카페에서 팔고 있는 음료의 가격을 보면 크게 이윤 추구를 하고 있는 듯 보이진 않는다. 두레 사랑방에서는 원두커피가 1000원, 국화차나 헛개차 정도가 3000원에 팔리고 있다. 이에 대해 최 PD는 "장사의 목적도 아니고 억지로 돈을 벌어야 겠다는 생각도 없다"며 "음료는 무료로 제공하고 싶지만 재정적으로 감당이 안된다. 그래서 비록 소액이라도 차 값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두레 사랑방은 직원의 근무 형태도 특이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주5일 근무는 여느 회사와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두레 사랑방은 10시 출근, 오후 6시 칼퇴근을 고수하고 있다.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려면 근무자의 근무 시간을 알아 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카페 운영을 맡고 있는 정지연 센터장은 "토요일과 일요일은 당연히 쉰다. 다만 휴일과 홍성장이 겹치면 휴일에도 출근을 한다"며 "주말이나 휴일에 출근을 하게 되면 그 다음주에는 주중에 하루를 쉰다"고 말했다. 이어 "홍성 장날은 손님이 평균 열명 정도 온다. 하지만 평일에는 손님이 다섯명 내외로 거의 없다"고 말했다. 요즘은 그나마 장날이 아니면 전통 시장을 찾는 사람도 거의 없다. 장사가 잘 되지는 않는 것이다.

어쨌든 두레 사랑방은 과거의 것 안에서 조용히 움터 있는 현대적인 카페이다. 물론 카페 안의 모든 집기들은 오래되고 낡은 것들이 많다. 건물도 낡은 옛 건물이다. 하지만 카페 안에서 소비되고 있는 것은 아메리카노로 상징되는 '현대'의 모습이다.

과거와 현재가 충돌하지 않고 함께 어우러진 모습은 오히려 좀더 편안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혹시라도 이런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홍성의 두레 사랑방을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홍성관광 두레 사랑방의 대표 최철 PD
 홍성관광 두레 사랑방의 대표 최철 PD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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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홍성 , #홍성관광두레 사랑방 , #홍성 문전성시 , #전통시장, #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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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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