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환균 전국 언론노조 위원장
 김환균 전국 언론노조 위원장
ⓒ 이영광

관련사진보기


2017년 새해가 시작 되었다. 국가적으로는 조기 대선 국면에 들어갔고, 언론계에서는 언론노조의 8대 집행부의 임기가 2월 말에 끝나는 상황이다. 언론노조의 차기 집행부를 누가 맡을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0일, 언론노조 8대 집행부를 이끌어 온 김환균 위원장에게 2년 간의 임기를 마치는 소감과 언론계 문제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프레스센터를 찾았다. 김 위원장은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9대 위원장 선출에 입후보 하겠다는 것. 연임을 결심하게 된 배경과 지난 2년에 대한 평가를 들어 보았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

- 새해 않아요. 먼저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 부탁드려요.
"우리나라는 작년 10월부터 엄청난 격변을 겪고 있습니다. 격변이 반가운 것은 아니지만,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격변이라는 점이 긍정적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광장의 시민이 보여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은 나라를 망가뜨리고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분노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단지 책임을 묻고 벌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열망이기도 합니다. 그것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할 것입니다.

올해는 대선이 훨씬 빨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선을 통해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고, 우리 사회를 위해 정치를 잘할 수 있는 정부를 세울 수 있길 바랍니다. <오마이뉴스> 독자님들도 그런 꿈을 다 꾸실 텐데 그 꿈이 다 이뤄질 때까지 광장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위원장에 취임하신 지 어느덧 2년이 되어 마무리할 시점이잖아요. 2년의 소회가 있을 것 같아요.
"이영광 기자에게 처음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만, 또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의 임기는 2년이고 8대 위원장으로서 저의 임기는 2월 말에 끝납니다. 하지만 한 번 더 연임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습니다. 매듭을 지어야 할 것들을 매듭짓지 못했어요. 그것을 제가 책임지라는 요구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고민하다 오늘(10일) 점심시간에 결심한 거예요. 곧 후보 등록이 시작될 텐데 후보등록을 할 생각입니다."

-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지난 12월에 언론노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차기 집행부 선출 절차에 돌입한다는 결정을 했어요.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연임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여기 제 책상 보시면 아시겠지만 1월 1일에 나와서 깔끔하게 치웠습니다. 새해 첫날이라 새로운 기분으로 맞자는 생각에 하나둘 버릴 것 버리고 정리할 것 정리하자는 것도 있지만 2월 말이면 임기 마치고 돌아가야 하니 이참에 짐을 옮겼지요.

그런데 여기저기서 많은 압력을 받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언론장악 방지법이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잖아요? '제대로 매듭도 못 짓고 도망가냐'는 비난도 있었지요. 언론의 시스템을 제대로 마련해 놓으라는 언론노조의 요구이고 명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능력도 없고 많이 모자란다고 생각하지만, '내 책임이 아니다'라며 도망가는 것은 조합원들에 대한, 또 시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 지난 2년 스스로 평가해보면 어떤가요?
"2년 전에 위원장 할 때도 전혀 생각하지 못하다가 맡았지요. 많은 일이 있었어요. 그 전에 해직된 언론인도 있었고, 제가 위원장으로 있는 동안에도 해직된 언론노동자들이 있습니다. 해직된 언론인들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은 언론노조가 해결해야 할, 잊을 수 없는 일입니다. 다행히 저의 위원장 재임 시에 일어났던 해고는 해결을 했습니다만 YTN, MBC의 해직 언론인들은 아직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언론노조뿐만 아니라 다른 노조도 다 힘듭니다.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이는 노동개악으로 노동자들의 삶은 더 위협받고 피폐해지고 있습니다. 노조 활동과 운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지요. 언론노조로서는 미디어 환경이 어려워지고, 언론사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보니,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언론 자유는 지속적으로 위축되었습니다. 뭔가 커다란 계기가 마련되지 않으면 방향을 바꾸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민의 기본권인 언론 자유를 한 발짝이라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여 보려는 시도들은 언제나 큰 벽에 부딪혔습니다. 그러다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거죠.

저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어느 날 갑자기 한 언론이 잘해서 불쑥 터져 나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세월호 유가족뿐만이 아니라 많은 노동자, 학생, 농민, 시민들이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투쟁해 왔잖아요. 언론노조도 각 분야에서 싸우고 있는 많은 그룹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투쟁들이 쌓이고 쌓여서 결정적인 순간에 터져 나온 게 이 게이트라고 생각합니다.

2년을 돌아볼 때 가장 아쉬운 것은 4.13 총선 이후 언론 장악 방지법을 162명의 의원이 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국회에서 법안처리가 안 되고 질질 끌려온 거죠. 다음 주(18일)에 공청회를 연 후에 법안심사 소위로 넘기기로 했으니까 한 발짝 진전되긴 했습니다만, 그것이 하루속히 마무리 지어 언론다운 언론으로 바로 서야 한다는 것이 광장 시민들의 열망입니다. 그게 8대 집행부가 하지 못한 숙제라고 생각해요."

-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이른바 언론장악금지법이 말씀하신 대로 국회에서 발의되었어요. 새누리당이 분당하면서 통과 가능성이 커졌었죠. 하지만 바른 정당이 반대로 돌아서서 갈 길이 먼 것 같아요.
"바른 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를 만났어요. 그때 개혁 입법 문제가 화두였고 지금도 계속 되지만 새 정치, 가짜 보수와 다른 진짜 보수를 표방하고 분당해서 나왔기 때문에 언론장악방지법에 대해 전향적일 것이라고 기대했어요. 실제로 개혁보수신당은 그때 언론 문제를 여러 차례 비중 있게 언급했어요. 주 원내대표는 원론적이었고 신중했죠.

그런데 그다음 날 이종구 정책위 의장의 발언을 듣고는 실망했습니다. '도로 새누리당'이었어요. '언론장악방지법은 정치 문제'라니? 웃기는 이야기죠. 그런 식으로 이야기한다면 이 세상에 정치 문제 아닌 게 어딨겠어요? 하다못해 우리가 일하고 밥 먹고 잠자는 모든 문제가 다 정치 문제라고 말할 수 있죠. 언론 장악 방지법은 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자는 법안이에요. 그걸 '정치 문제'라고 말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적인 계산 끝에 나온, 지극히 정치적인 발언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새누리당이든 바른 정당이든 보수세력이 정권 재창출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일반적인 전망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집권을 가능하게 하는 거라면, 그것이 썩은 동아줄일망정 붙들고 싶을 겁니다. 이들에게는 현재의 KBS, MBC 경영진이 동아줄입니다. 언론 장악 방지법이 통과되면 3개월 이후에는 KBS, MBC 사장들을 바꿔야 합니다. 이미 4·13 총선에서 충성심을 증명한 지금의 사장들로 대선을 치르고 싶은 겁니다. 대선에서 화끈하게 편파보도해달라는 거지요."

"해직자 문제, 이제 끝날 때가 됐다"

김환균 전국 언론노조 위원장
 김환균 전국 언론노조 위원장
ⓒ 이영광

관련사진보기


- 노조 위원장 취임할 때 언론 노조의 위기감을 말씀하셨잖아요. 2년이 지난 지금은 그 위기감이 사라졌나요?
"지금도 그 위기가 완전히 극복됐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그런데 희망이 생긴 거죠. 올바른 가치를 위해서 싸울 만하다는 거죠. 내부의 확신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우리 국민들이 여전히 정의롭고 평화롭고 평등한 세상을 원한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언론에 대한 시민의 입장은 '언론이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에 장악되어선 안 된다'는 거죠. <한겨레>에서 얼마 전 보도한 게 있는데, 언론개혁이 검찰개혁, 관료개혁에 이어 3번째였어요. 언론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그만큼 크다는 겁니다. 그런 것이 내부에 있는 언론 노동자들에게도 자극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MBC 막내 기자 3명이 MBC를 반성한다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잖아요. 그걸 보며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에게는 한참 후배들이죠. 현장을 뛰어다니면서 좋은 뉴스를 만들기 위해 애를 써야 할 친구들이 자기반성을 하면서 겪어야 했을 자괴감 때문에 가슴이 아팠어요. 그러나 어찌 됐든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기자와 PD들이 내부에서부터 목소리를 내고 이대로는 안 된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희망을 스스로 만들어 가겠다는 몸부림입니다. 그런 것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는 거지요."

- 공약 중에 가장 지키고 싶은 공약으로 부당해고자와 부당징계자 원상회복을 드셨잖아요. 결국, 못 지켰어요. 물론 위원장이 나선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아요.
"해직자 문제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죠.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기자의 해고가 3천일이 지났어요. 2999일째 되는 날 동지를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YTN의 지부 조합원들이 조촐한 행사를 가졌을 때 노종면 기자 딸이 나와 아빠에게 쓴 편지를 읽어 눈물바다가 됐죠. 8년이 넘는 시간이 잘 가늠이 안 되더라고요. 노 기자가 해고될 때 그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어요. 그런데 지난해에 고3이었대요. 그제야 그 세월이 어떤 세월인지가 비로소 실감이 되는 거예요. 노 기자가 한 건 공정 보도하자는 당연한 요구였어요. 그런데 길거리로 쫓겨났지요.

이제 이 문제도 끝낼 때가 됐습니다.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됐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부당하다는 것이 다 알려지고 많은 사람이 언론 문제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은 꼭 해결될 겁니다."

- 지난해 12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잖아요. 여기엔 언론의 역할이 컸다고 봅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 또한 언론이잖아요.
"맞아요. 변명할 여지가 없습니다. 박근혜 게이트를 연 것도 언론이었지만 국정농단의 싹을 틔우고 키어온 것 역시 언론입니다. 언론은 권력을 감시해야 하고 우리 사회 어떤 부분에 병이 들었는지를 예리하게 진단해서 커지기 전에 정리했어야 합니다. 온 나라가 농단의 대상이었고 자기 주머니 쌈짓돈처럼 (국고를) 빼갔잖아요. 그러나 언론이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아예 신경을 끄고 있었던 겁니다. 청와대 눈치 보는 사람들, 지금의 공영방송사 사장들은 감을 잡았더라도 애써서 무시하고 그걸 언급조차 못 하게 하려 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그래서 언론이 공범이고 부역자들을 청산해야 한다는 외침이 나오는 겁니다."

- 하지만 반성이 없다면 어렵지 않나요? 제도로 해결하는 건 한계가 있잖아요.
"책임을 묻는 게 그저 벌을 주고 혼내 주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궁극적인 목적인 아니잖습니까? 이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 면밀히 따져야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거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법·제도가 마련됐다고 해서, 물론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최소한의 것이지요. 그것이 문화가 되어야 하고 상식이 되어야 합니다.

언론노조 사무실 벽에 1차로 발표한 언론 부역자 10명 사진을 붙여 놓았습니다. 사실 훨씬 더 많습니다. 후속 작업을 해 나가고 있는데 언론 부역자 명단을 책으로 낼 거예요. 부역했다는 것은 공공의 이익에 반역해 무엇인가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언론의 부역은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2014년 11월 말 세계일보에서 정윤회 문건 보도했을 때 우리나라 다른 언론이 거기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계속 보도하고 진실을 찾으려고 애를 썼다면 이 문제가 그때 바로 잡혀서 이렇게 혼란으로 우리나라가 빠져들진 않았을 거라고들 합니다. 전 100% 맞는 얘기라고 봅니다. 부역 언론이 우리나라를 망친 겁니다."

- 앞으로 과제와 각오에 대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8대 언론노조 위원장에 취임했던 2년 전과 비교해 문제의 가지 수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시민과 함께 우리가 열망하고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싸워왔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언론을 바로 세울 좋은 기회를 맞이했다는 점에서 큰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언론이 광장의 시민들이 보여주는 열망을 실현하는 통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일하겠습니다."


태그:#김환균, #언론노조, #언론장악방지법, #최순실, #국정농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