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하고 있는 태극전사 3인방이 2017년 정초부터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기성용과 이청용은 소속팀이 강등 경쟁에 내몰리며 힘겨운 1부리그 잔류 싸움을 벌이고 있고, 손흥민은 팀은 순항하고 있지만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경기 출전시간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국가대표 캡틴 기성용이 속한 스완지시티는 15일(이하 한국시각) 아스널에 0-4로 대패하면서 어느덧 리그 최하위로 떨어졌다. 시즌 성적은 4승 3무 14패(승점15)로, 19위 선덜랜드와 승점이 같지만 득실 차에서 밀려 마침내 순위표 가장 밑으로 추락했다.

스완지는 올 시즌에만 감독이 두 번이나 교체되는 혼란을 겪었다. 지난 시즌 중반 부임한 프란체스코 귀돌린 감독에 이어 밥 브래들리 감독도 잇달아 성적부진으로 짐을 쌌다. 올 시즌 세 번째 감독인 폴 클레멘테 감독을 선임했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스완지는 올시즌 무려 49골을 실점했는데 이는 EPL만이 아니라 유럽 주요 5대리그를  통틀어서도 최다실점 기록이다.

    4일 오전 5시(한국 시각) 영국 런던 셀허스트 파크에서 열린 2016·20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 스완지 시티와 크리스탈 팰리스의 경기에서 기성용(오른쪽)이 드리블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4일 오전 5시(한국 시각) 영국 런던 셀허스트 파크에서 열린 2016·20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 스완지 시티와 크리스탈 팰리스의 경기에서 기성용(오른쪽)이 드리블을 시도하고 있다. ⓒ 스완지 시티


초반 귀돌린 감독 시절 그리 중용되지못하던 기성용은 최근에는 선발로 복귀하여 4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특유의 패싱력과 공수조율은 여전하지만 최근 팀의 거듭된 추락 탓에 빛이 바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경기에라도 나서고 있는 기성용에 비하여 이청용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팰리스는 4승 4무 13패, 승점 16점을 기록하며 잔류권 턱걸이인 17위에 간신히 머물고 있다. 그나마 강등권인 18위 헐시티와는 골득실에서 겨우 앞설 뿐이며 선덜랜드-스완지와도 1점 차에 불과하다.

팰리스는 지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에 0-3으로 완패한 것을 비롯하여, 최근 리그 3연패 포함 7경기 연속 무승(2무5패)의 늪에 빠지며 추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앨런 파듀 감독 대신 샘 앨러다이스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겼지만 감독 교체 이후로도 1무 3패에 그치며 효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스완지와 유사하다. 이청용은 2012년 볼턴 시절 이미 2부리그 강등의 악몽을 경험해본 적이 있어서 우려를 자아낸다.

설상가상 파듀 감독 체제에서 그리 중용되지 못하던 이청용은 감독 교체 이후에도 최근 4경기 중 2경기에만 교체로 투입되는 등 주전 경쟁에서 여전히 밀려난 상태다. 이청용의 포지션 경쟁자이자 팀의 에이스였던 윌프레드 자하가 코트디부아르 대표팀에 발탁되어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참가를 위하여 이탈한 상황이지만 이청용의 입지에는 변화가 없었다.

지난 웨스트햄전에서도 여전히 교체투입되어 23분을 소화하는 데 그쳤고 별다른 활약도 보여주지 못했다. 윙어들의 폭발력을 강조하는 팰리스의 전술에서 연계플레이와 이타적인 움직임에 능한 이청용의 스타일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1일 밤 10시 30분(한국 시각) 영국 비커리지 로드서 열린 2016·20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9라운드 토트넘과 왓포드의 경기에서 손흥민(오른쪽)이 동료의 패스를 받아내고 있다.

지난 1일 밤 10시 30분(한국 시각) 영국 비커리지 로드서 열린 2016·20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9라운드 토트넘과 왓포드의 경기에서 손흥민(오른쪽)이 동료의 패스를 받아내고 있다. ⓒ 토트넘 홋스퍼


그나마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자존심을 세우던 손흥민마저 최근 팀내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토트넘은 최근 6연승을 내달리며 단독 2위로 올라섰다. 손흥민은 팀이 4-0으로 승리한 지난 웨스트 브로미치와의 21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후반 45분에야 교체 투입되어 추가시간 3분 정도를 소화하는 데 그쳤다. 지난 5일 첼시전에 이은  리그 2경기 연속 막판 교체 투입으로 활약은 커녕 공 한 번 제대로 만져볼 시간도 부족했다.

손흥민이 선발로 출전한 것은 지난 9일 아스톤 빌라와의 FA컵 경기가 마지막이었다.  당시 손흥민이 시즌 8호골까지 기록하긴 했지만 주전 선수들이 대거 빠진 가운데 열린 2부리그 팀과의 경기였다는 점에서 주전들의 체력관리를 위한 로테이션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최근 스리백 체제를 가동하는 전술적인 변화를 시도하여 좋은 경기력을 보이면서 손흥민이 최대 희생양이 된 모양새다. 전형적인 측면 공격수를 두지 않는 3-4-2-1 전술에서 해리 케인-델레 알리-크리스티안 에릭센 삼각 편대의 경기력이 워낙 좋다보니 손흥민이 비집고 들어갈 만한 틈이 보이지 않는다. 손흥민은 9월에만 5골을 몰아넣으며 EPL 이달의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이후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다소 기복이 심한 경기력을 보여준 것이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EPL 3인방은 모두 국가대표팀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전력들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오는 3월부터 재개되는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후반기 일정을 앞두고 있다. 매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없는 중요한 경기들이 이어지는데 전력의 중추 역할을 해줘야 할 프리미어리거들의 부진과 경기 감각 저하는 슈틸리케호에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국인 선수들이 분발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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