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판 출석하는 안종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5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첫 공판 출석하는 안종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5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3차 공판에서 검찰이 공개한 문자 메시지가 영화계에 미묘한 파문을 낳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3차 공판에서 검찰은 안 전 수석과 조동원 전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둘 사이 주고받은 내용 중에는 2014년 7월 영화진흥위원장 선임과 관련된 내용과 부산영화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에 대한 언급이 들어 있다. 검찰에 따르면 안 전 수석과 조 전 본부장은 "좌파에 영화계가 놀아나고 있다. 정교하게 치밀하게 장기적인 전략과 실행을 해야 한다"는 문자를 주고받았다.
 지난 4.13 총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운동 동영상'을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조동원 새누리당 전 홍보본부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25일 오후1시 50분경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지난 4.13 총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운동 동영상'을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조동원 새누리당 전 홍보본부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2016년 8월 25일 오후1시 50분경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 최윤석


조 전 본부장은 안 전 수석에게 보낸 문자에서 "한상준(전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 후보는 어렵게 찾은 우리 쪽 사람. 함께 노력해야", "영화진흥위원장 오명철은 이은 영화제작가협회장이 작업했다고." "우리는 언제나 영화와 SNS에 놀아난다" "우리는 언제나 영화와 SNS에서 밀리고 고생한다"는 등의 의견을 나눴다.

또한 "좌파 영화그룹과 관료 그룹인 유진룡(전 문체부 장관), 김재원(문화미디어국), 용호성(전 국립국악원 기획운영 단장) 라인이 오명철을 영진위원장으로 추천했다고 알려짐", "영화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움직이는가 보여주는 예이다"라는 내용도 들어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이용관 등은 영화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움직이는가를 보여주는 예다"라는 부분도 눈에 띈다.

주로 영진위원장 선임을 앞두고 나왔던 의견으로 보이는데, 당시 영진위원장 후보는 내부 추천으로 한상준 전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외부 추천으로 오명철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이 최종 2배수였다. 오명철 후보자가 유력하다는 게 영화계 안팎의 예상이었으나 당시 영화단체들은 이들 모두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이은 대표 "내 이름 왜 언급됐는지 모르겠다"

 명필름 심재명, 이은 대표이사(왼쪽부터)가 29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명필름 문화재단 설립 및 사업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명필름 심재명, 이은 대표이사(왼쪽부터)가 지난 2012년 10월 29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명필름 문화재단 설립 및 사업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영화계 인사들은 문자에 거론된 몇몇 영화 관계자들이 영화계의 의견과 다르게 당시 어떤 역할을 한 것인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이름이 언급되는 것 자체가 뒤에서 어떤 역할을 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시선이다. 일부 인사에 대해서는 뒤늦게 정체성을 드러냈다는 반응도 나온다. 부산영화제에서 내쫓긴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에 대한 언급 등은 영화계를 바라보는 청와대와 여당의 시각을 담고 있다는 평가다.

문자에 이름이 언급된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을 맡은 이은 명필름 대표는 "오명철 추천은 당시 문체부 장관과 관료 그룹의 추천이 맞지만, 내 이름이 왜 언급돼 있는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조동원 본부장이 뭔가 오버한 것 아닌가 싶은데, 구체적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은 대표의 배우자인 심재명 명필름 공동대표 역시 SNS를 통해 "내용에 오류가 있다"면서 당시 영화단체들이 두 후보자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음을 강조했다. 심재명 대표는 2014년 당시에도 후보자들과 친분관계가 있었지만, 이들의 선임에 대해서는 영화계의 뜻과 같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당시 문체부 쪽에서는 "유 장관이 영화계의 입장도 배려하고 여러 상황을 고려해 어렵게 영진위원장을 선정하려는 것인데, 영화계가 반대 입장만 밝히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었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유 장관이 추천한 인사였기에 청와대에서도 영진위원장 후보를 거부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상준 "지나간 일이라 잘 모르는 일"

한상준 전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영진위원장 추천을 받은 배경도 의문이 풀리는 모양새다. 당시 영화계 내부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영진위원장으로 추천된 것에 대한 설왕설래가 있었다. 여권의 추천이었음이 이번 문자 메시지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은 부산영화제에 대한 정치적 탄압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4월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영화계와는 다른 의견을 내놓아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한 전 위원장은 "부산영화제가 지난 20년간 몇몇 인물 중심의 '동아리 조직'으로 운영됐다는 데 사태의 근본 원인이 숨어 있다"고 지적하고, "창립멤버 중심의 특정 인맥이 집행위를 차지하면서 영화제는 '그들만의 리그'로 변질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외부의 비판에 배타적 태도를 보이고 세월호 참사 등 사회적 이슈에서 한쪽 편에만 섰다. 그런 가운데 총예산의 절반을 지원하는 부산시를 향해서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말라"는 원론적 요구만 거듭할 뿐이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영화인들 내부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정부와 부산시 입장에 동조해 정치적 탄압 문제를 흐리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조동원 전 본부장 문자에 이름이 언급되면서 정체성이 명확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상준 전 위원장은 16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지나간 일이라 잘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안종범 조동원 이은 한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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