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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레삽 호수의 일몰 전 호수라기 보다 바다라는 느낌이 든다.
▲ 톤레삽 호수의 일몰 전 호수라기 보다 바다라는 느낌이 든다.
ⓒ 안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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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에 우리 뭐하지?"
시작은 미약했다.

결혼전부터 합리주의자임을 자부하는 두 사람이다.
'새로 떠오르는 해를 본다고 마음이 정화되고 새로워진다면 세상은 벌써 아름다웠겠지'
'올해도 교회에 가서 1년치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 시작해보자'
육체적 새로움보다는 정신적 만족으로 마음은 기울어갔다.

"따뜻한 나라로 가자."
평소에 움직이는 걸 극도로 기피하는 아내가 이야기했다.
예상치 못한 공격이다. 나는 수비에 실패했다.

앙코르 유적지를 간 이유는 단순하다. 가깝고, 따뜻하며 시간이 많지 않아서다. 그리고 예전부터 아무 이유없이 가고 싶었다. 직장에 매어 있는 사람이 주말을 제외하고 3일이상 시간을 내기는 어렵지 않은가?

목적지는 정해졌으니 항공권과 숙소가 필요하다. 네이버에서 땡처리 항공권을 검색한다. 시간이 한달 정도 남아서 항공권은 충분하다. 항공권은 1인당 31만원 이스타 항공으로 정했다. 잘 사는 나라가 아니니까 호텔은 저렴하겠지 생각했는데 왠걸. 무의식중에 낮은 가격순 버튼을 누른다. 씨엠립 최고 번화가인 펍 스트리트에서  멀어질수록 가격은 내려간다. 펍스트리트보다 공항에서 가까운 로얄 앙코르 호텔로 정할수 밖에 없다. 근처 도서관에서 캄보디아 책을 찾아보기로 한다. 캄보디아만 정리된 책은 없고 베트남과 엮인 책 뿐이다.

"관광할 거리가 많이 없나봐. 내용도 얼마 없고 설명도 부실해." 아내가 말한다.
"하나투어 홈페이지에 봤을때는 3일내내 돌아다니던데.." 의아한 표정으로 내가 이야기한다.

여행사 관광 경로를 참고해서 우리가 가고 싶은 두 곳을 정한다. 하루에 한 곳만 보고 마지막 날은 여유롭게 쉬다 오는 자유여행이 여행의 테마다. 테마를 정하고 일정을 정리하니 급피로가 몰려온다. '여행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한거야'

게으른 나를 위로하며 시간을 보낸다.  결국 여행 전날에 부랴부랴 여행책을 들춰보고 지도를 다운받는 것으로 여행 준비를 마친다.

결국 아무런 준비없이 캄보디아에 도착했다. 날씨는 생각보다 덥지 않고 새벽이라 그런지 오히려 쌀쌀한 느낌이다. 씨엠립 공항은 단층 건물이다. 나중에 들어 안 이야기지만 앙코르와트 주변 건물은 사원 높이보다 높게 짓지 못하도록 한다. 신이 거주하는 건물보다 높은 건물은 신에 대한 도전이니까. 앙코르왓을 보기 위해서는 빨리 호텔에 가야 한다. 서둘러 수속을 마치고 호텔에 갔다. 씻고 잠들기전에 알람을 맞추기 위해 시계를 본다.

'벌써 3시다. 빨리 자야지'

앙코르와트 멀리서 바라본 앙코르와트 사원
▲ 앙코르와트 멀리서 바라본 앙코르와트 사원
ⓒ 안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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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지역은 경상북도 구미다. 해외여행을 갈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비행기에 타기 전에 이미 녹초가 된다. 심지어 어제는 새벽 1시에 공항에 도착해서 3시에 잠들었으니 캄보디아의 첫 일정은 편안하게 시작해야 한다. 오전에는 한가로이 식사를 하고 오후 1시에 호텔로 우리를 픽업하러 오기로 한 가이드님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동안 점심은 클럽샌드위치와 맥주로 정했다. 맥주 2병째를 절반 정도 비웠을때 가이드 복장의 한국인이 나타났다.

반떼이 쓰레이(Banteay Srei)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다. 차를 타고도 1시간 정도 달려야 나타난다. 앙코르 유적 중 가장 아름다운 사원으로 꼽힌다고 하는데 100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보존 상태가 훌륭하다. 특히 중앙 사당에 있는 데바타 여신상은 '동양의 모나리자'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아름답다. 앙드레 말로가 젊은 시절 탐냈을만큼 데바타 여신상은 뛰어나다. 부조 양식은 사암으로 만들어져 세밀하고 정교하다.  석양이 질때 특히 사원전체가 붉게 물들어 아름답다고 하는데 우리의 일몰 목적지는 여기가 아니기에 서둘러 자리를 떠난다.

두번째 목적지는 톤레삽 호수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호수라고 하는데 직접 보니 규모가 대단하다. 호수의 규모가 건기에는 2,600k㎡, 우기에는 13만k㎡라고 한다. 호수에는 수상가옥이 줄지어 있다. 우기에는 산중턱까지 물에 잠기기 때문에 여기에 적응하기 위해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수상가옥 사람들은 어로 생활을 주로 하고, 호수에서 악어나 돼지를 키우기도 한다. 수상 가옥에 생활하는 사람들은 호수물을 수돗물처럼 사용한다고 하는데 카페라떼 색을 띤 물을 보면 상상이 쉽지 않다. 캄보디아 첫날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 했으니 이제 펍스트리트에서 저녁을 즐길 시간이다. 아까 톤레삽에서 물 색깔을 보고 생선요리는 불안해졌다. 결국 만만한 멕시칸 요리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한다.

톤레삽 호수의 수상 가옥 우기가 지난 시기라 물이 많이 차오르지는 않았다.
▲ 톤레삽 호수의 수상 가옥 우기가 지난 시기라 물이 많이 차오르지는 않았다.
ⓒ 안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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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은 여행의 목적이었던 앙코르와트 유적지다. 규모에 압도되고 보존 상태에 또 한번 놀란다. 왕과 신을 동일시하던 힌두교 사원이라 그런지 규모가 상상 이상이다. 앙코르 유적지중 가장 유명한 사원이 우리가 가장 많이 들어서 알고 있는 앙코르와트다. 외삼촌을 죽이고 왕이 된 자야 바르만 5세가 왕권 정당화를 위해 자신을 비슈누라 칭하고 세운 사원이다. 1층은 미물계, 2층은 인간계, 3층은 신계다.

2층 인간계에 있는 부조들은 자세히 보자면 하루로 부족한 일정이지만 기출문제 위주로만 훑어 보고 신계로 향한다. 오기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3층 성소로 오르는 계단은 상상 이상이다. 신이 되는 건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계단을 보는 순간 올라갈까 고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언제 신이 살던 곳을 가보겠는가.

오전에 앙코르와트를 둘러보고 오후에 다녔던 바이욘이나 타프롬도 괜찮았다. 오전에 앙코르와트에서 느낀 웅장함을 이기기에는 부족함이 있지만. 둘째난 관광이 끝나고 펍스트리트에 도착한 시간은 6시다. 이제 즐겨야 할 시간이라고 마음 먹은 순간 반응이 온다.

반떼이 쓰레이 앙드레 말로가 프랑스로 가지고 가고 싶어했던 데바타 여신
▲ 반떼이 쓰레이 앙드레 말로가 프랑스로 가지고 가고 싶어했던 데바타 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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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받았던 마사지였던 거 같다. 마사지를 받으며 에어콘을 틀어놓고 잠들어버렸다. 마사지가 끝나고 시원한 느낌보다 몸이 경직된 느낌이었다. 다음날 앙코르와트로 출발하는 차안은 추웠다. 어제 잠을 좀 못 자서 컨디션이 안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투어가 끝나고 펍스트리트에 왔을때 1시간을 못 버틸거라는 걸 경험상 알았다. 이럴때는 항생제를 몸안에 때려넣고 한숨 자는게 최선이다. 하지만 오늘은 온전히 몸을 불사르고 놀아도 괜찮은 날이 아니던가. 말수를 줄이고 아내와 걷기 시작한다. 근처에 럭키몰에 가서 간단한 선물을 사기로 한다. 어지럽고 소화도 안되는 느낌이다. 캄보디아에서 처음으로 느끼는 추위다. 이럴때는 불쌍한 표정이 필요하다. 아내도 내가 걱정되었는지 저녁도 포기하고 호텔로 가자고 한다.

더운 나라일수록 음식이 짜고 향신료가 많이 들어간다. 호텔에서 저녁으로 시킨 쌀국수에도 고수를 집어넣을 줄이야. 안좋은 컨디션에 영양부족까지 겹쳐져 결국 호텔안에서의 여유도 포기하고 이불을 뒤집어쓴다. 내일은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하니까.

사람들 소리가 들리고 밖이 밝은 걸 보니 일출을 보고 왔나 보다. 아직도 온 몸이 쑤신다. 일출을 보려고 온 여행이었지만 내 몸이 더 소중했다. 여기서 쓰러지면 한국에 돌아가지 못했을거라 나를 위안한다.  아내는 내가 걱정되서 깨우지 않았단다. 일출을 잃은 대신 아내와의 결혼 생활은 더욱 돈독해졌다.

 3층 성소에서 바라본 앙코르와트 외부 전경
 3층 성소에서 바라본 앙코르와트 외부 전경
ⓒ 안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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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돌아오는 새벽 비행기에서 태어나 제일 많은 별을 봤다.

"구름위를 날아서 그런가봐" 내가 이야기한다.
"여행가서 일출은 못 봤지만 별은 보고 가네." 아내가 이야기한다.

'비슈누신이 준 선물인가보다.'

속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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