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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쥔 아기
 휴대전화 쥔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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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되면, 큰 변화를 겪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 진학하는 아이들인데요. 저도 작년에 그 경험을 했고, 주위에 아이의 초등 입학을 앞둔 부모들을 많습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대다수 부모들은 아이에게 휴대전화를 사줘야 할까, 말아야 할까를 두고 고민을 하기 시작합니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에게 휴대전화를 사주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학교는 유치원보다 일찍 끝나기에, 하교 이후 아이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함인데요. 아이가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으면 학교에서 학원으로, 학원에서 집으로 등 귀가 동선을 챙길 수 있을 뿐더러, 알림장의 숙제나 준비물 챙기기 등 어른의 도움이 필요한 내용을 스스로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아이들을 위해 나온 휴대전화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통화와 단순 문자 송수신만 가능한 손목에 차는 시계형과 목에 거는 목걸이형 키즈폰부터, 앱 설치가 불가능한 2G폰, 혹은 카카오톡만 사용할 수 있는 폴더폰부터 어른들이 흔히 사용하는 스마트폰까지.

지난해,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할 때만 해도 저는 휴대전화 구입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2학년에 올라가지만, 아직도 휴대전화 구입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친정엄마 혹은 돌봄 이모님이 아이들의 등·하원을 전담했고, 쌍둥이 남매의 초등 입학에 맞춰 친정 아빠가 회사를 퇴직하시고 아이들을 돌봐주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늘 아이들의 소재를 챙기는 어른이 가까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휴대전화를 사줄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반 친구들 중 몇몇이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는 것을 목격한 쌍둥이 남매는 엄마인 저에게 "우리는 언제 휴대전화 사줄 거야?"라고 종종 묻습니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친구가  무척 부러웠던 거죠. 저는 '대학생이 되면 정말 좋은 휴대전화를 사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비교적 약속을 잘 지키는 엄마로 통하기 때문에, 또 아직 어리기 때문에 쌍둥이 남매는 일단 수긍합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중학생만 되어도 정규수업 이외의 모둠수업, 그룹 활동이 빈번해서 단체 톡이 필수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중학생이 되면 적어도 카카오톡 사용이 가능한 휴대전화를 사줄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스마트폰, 보통의 장난감과 어떻게 다를까?

휴대전화, 특히 인터넷이 가능한 스마트폰을 아이에게 사주는 것은 보통의 장난감을 사주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요? 일반적인 장난감은 상호작용이 아닌 아이의 상상력이 동원되어야 재미있는 놀잇감이 되지만 인터넷 매체, 스마트폰은 그런 상상을 차단합니다. 간단한 검색어만 넣으면 상상 그 이상의 세계를 보여줄뿐더러 때로는 연령에 맞지 않는 자극적인 혹은 유해한 정보까지 접할 수 있습니다.

대개의 놀이는 다른 사람과의 정서적인 교류를 동반하는 반면 인터넷 게임으로는 상대와의 교감이나 갈등 조절을 경험하지 못 합니다. 레벨업이나 아이템을 얻는 성취감은 느낄 수 있지만 친구나 가족 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타협, 논리력이나 끈기 등을 배우기가 어렵습니다.

얼마전 접한 초등 저학년 아이들의 스마트폰 중독 사례입니다.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해진 아이가 스스로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고, 댓글을 쓴다고 하네요. 우연히 아이의 댓글 중 욕설을 발견한 부모가 충격을 받아 아이를 불러 정황을 물었다고 합니다. 마침 스마트폰을 빌려줬는데 친구가 그런 것 같다고 아이가 말해주어서 부모는 안심했죠.

며칠 뒤 스마트폰을 절대로 빌려줄 수 없는 시각에 쓴 욕설 댓글을 다시 발견하게 됩니다. 아이가 인터넷에 중독된 상태임은 물론이거니와 전후 욕설이 모두 아이의 소행이었고, 아이가 부모를 상대로 천연덕스럽게 거짓말까지 했다는 것을 알게 된 부부가 충격에 빠졌다고 합니다. 아이와 부모 사이에 쌓아놓은 그간의 신뢰가 일순간에 무너진 거죠.

인터넷 게임 등 미디어를 마약, 알코올, 도박(이하 3대 나쁜 중독)과 같은 중독성이 강한 매체로 보고 4대 중독 예방의 입법을 추진했던 신의진 교수(전 국회의원)의 이야기도 짚어보겠습니다. 신의진 교수는 저서 <디지털 세상이 아이를 아프게 한다>에서 자신의 자녀가 게임중독으로 고생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자녀의 사례를 바탕으로 이런 법을 발의한 것이 아닐까 추측하게 되는데요.

당시 법안의 발의만으로도 많은 논란이 있었죠. 인터넷 게임이 '중독되기 쉽고, 치료하기 어려우며, 일상생활에 좋지 않은 영향도 많다'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3대 나쁜 중독 등 백해무익한 것과 달리 게임은 그것을 통한 긍정적인 효과도 많기 때문에 인터넷 게임을 3대 나쁜 중독과 같은 수준으로 봤다는 데에 반발했던 것 같습니다.

엄마들의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중독이 그것인데요. 요즘 젊은 엄마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한 SNS를 통해 자녀 양육 및 교육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거나 사회적 유대감을 얻기도 합니다. 아이를 돌보는 도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아이를 달래는 용도로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용하도록 하는 엄마들의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음식점에 갔을 때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장면은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주로 남성은 성취 중심의 인터넷 게임, 여성은 관계 중심의 SNS 중독에 취약한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매체 사용, 제대로 안 배우면 쉽게 중독

컴퓨터
 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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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중등 컴퓨터 교육 교사 자격증 취득의 한 과정으로, 고등학교 교생 실습을 한 적이 있습니다.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란 앞서가는 사람이라는 이미지였던 1990년대 초반과 달리 2000년대에는 이미 컴퓨터를 사용하는 환경이 너무 익숙해지고, 인터넷 게임으로 인한 문제상황을 잘 인식하고 있어서 컴퓨터는 양면적인 성격을 가진 존재였습니다. 학습에 도움을 주는 좋은 도구이지만 한편으로는 멀리해야 하는 대상이었습니다. 이미 학교에는 이런 상황이 잘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교생실습 당시 학교에는 컴퓨터 선생님이 한 분 계셨는데, 아이들에게 논리구조, 알고리즘이나 프로그래밍의 기본을 재미있게 알려주고 싶다는 의욕과 달리 학교에서 PC 정비사 역할을 하고 있다며 힘들어하셨습니다. 특히 입시 위주의 일반 학교에서는 간단한 엑셀이나 프레젠테이션 스킬 등을 제외하고는 컴퓨터는 엄마들에게 기피되는 과목이라고 하더라고요(이런 교육 환경을 접하니 컴퓨터 교사로의 길은 요원해 보여 저는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직업, 직장을 선택해서 살고 있습니다).

성인이 돼서 인터넷을 접하고 미디어의 편의성을 알게 된 저희 세대와 달리 자녀들,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처음부터 TV, 인터넷 및 다양한 게임기기가 구축되어있는 환경, 스마트폰이 당연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성인조차 인터넷 혹은 게임 등에 중독되기 쉬운데 자기 조절력이 부족한 아이들의 경우 처음부터 제대로 된 매체의 사용에 대해 배우지 않으면 쉽게 중독될 수 있습니다.

두뇌의 기능이나 정서적 발달이 완성되지 않은 영유아에게 스마트폰 혹은 과도한 TV 시청은 발달 불균형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주의력 및 사고력 저하는 물론 충동조절장애 및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이런 매체의 사용은 당연 부모가 가르쳐야 합니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사용뿐만 아니라 TV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정에서 미디어의 사용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을 때, 아이 스스로 그것을 배우고 익히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학교에서는 점점 더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학습을 하며, 향후 종이 교과서가 아닌 디지털 매체를 사용할 계획도 세우고 있죠. 학교에서 디지털 매체의 사용이 늘어난다고 집에서까지 매체를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크리스마스 선물로 딸아이에게 삐약이 워치를 사주었습니다. 게임 내용은 병아리를 키우는 것인데요. 추억의 게임인 다마고치의 일종입니다. 게임기를 사준다는 것에 마음이 불편했는데,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이 아니라 규칙을 정해 사용하기로 하고 일단 구입을 허락했습니다. 규칙을 정한 뒤 일주일 동안 체크하게 했는데, 주말 뒤 첫날 규칙을 어겨 엄마에게 반납했습니다. 규칙을 못 지키면 일주일 내내 게임을 할 수 없다는 벌칙을 정했는데 아이가 약속을 지킨 거죠.

과도한 제재와 자유 사이에서 고민하는 부모들

게임기를 사자마자 일주일이나 못하게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듯하여 다짐을 받고 아이에게 돌려준다는 것이 회사일이 바빠 엄마인 저도 잊어버리고 고맙게도 아이도 주말까지 게임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잊고 지냈습니다. 이후에 규칙을 지켰더라도 주 중에는 저녁시간에 30분 이내, 주말에는 무제한으로 사용하게 했습니다. 주말의 경우 아이의 게임기 사용을 지켜보니 잠깐잠깐 사용하는 시간을 모두 합쳐도 두 시간을 넘지 않을뿐더러 게임을 아예 하지 않는 날도 있어 크게 제약을 걸지 않아도 좋은 상태가 됐습니다.

그러나 가끔 외출했을 때 이동 중에, 게임보다 조금 더 긴급히 해야 할 일이나 심부름이 있을 때 게임기를 만지느라 행동이 늦어지면 아이와 충돌하게 되어 이 부분을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육아에 있어 과도한 제재와 자유 사이에서 부모는 늘 고민합니다. 비단 게임뿐만 아니라 학습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개는 제약보다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 더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스스로 사용법을 배우도록 자유를 주는 것과 방임은 분명 다릅니다. 디지털 매체의 유해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네가 알아서 해라"라고 할 수는 없으며 그래서도 안됩니다. 아이가 바르게 TV, 인터넷, 스마트폰을 사용하도록 초기에는 길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물론 처음에는 많은 규칙과 제재가 필요할 테죠.

또 아이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시기가 다릅니다. 아직 어릴 때라면 스마트폰으로 아이를 통제하기보다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어른을 옆에 붙이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남이 어떻게 하든지 비교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 아이의 속도에 맞춰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을 때 미디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TV에서 PC, 스마트폰 등으로 매체의 활용 범위를 넓혀나가도록 도와야 합니다. 올바른 길을 만들어주고 범위를 넓혀나가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nyyii)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70점엄마, #까칠한워킹맘, #워킹맘육아, #쌍둥이육아,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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